홈플러스 ‘상생협력법 뭐지’ 중기청 권고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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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적합업종 홈플러스 ‘상생협력법 뭐지’ 중기청 권고 무시 세종점 강행…‘사업개시 일시정지’ 어겨도 과태료 5천이면 끝

기사입력2014-11-20 14:1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홈플러스 세종점은 당초 개점 예정일이었던 6일 개점을 연기했으나, 불과 일주일만인 13일 전격적으로 개점하며 중기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했다. 중기청은 과태료 등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과태료 5000만원으로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 ©중기이코노미

홈플러스 세종점의 개점 과정에서 중소기업청이 망신을 당했다.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지만, 홈플러스는 개점을 강행했다. 중기청의 망신보다 더 문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이 정한 사업조정 신청제도가 무력화됐다는 점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홈플러스 세종점은 지난 13일 개점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세종특별자치시 서남부수퍼마켓사업협동조합은 홈플러스 세종점에 대해 사업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사업조정 신청은 상생협력법 32조에 규정돼 있는 제도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사업을 개시 또는 확장함에 따라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인정될 때, 중기청은 일정기간을 정해 사업의 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생산품목과 시설 등을 축소할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중소기업자단체가 중소기업중앙회를 거쳐 중기청장에게 신청한다.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중기청은 법에 따라 홈플러스와 세종시 중소상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네 차례에 걸친 자율조정회의를 개최하는 등 협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기청은 중소상인들과의 협의가 도출되기 전까지 세종점의 개점을 연기해 줄 것을 지난 10월27일 협조요청했고, 협의가 진행되는 와중에 홈플러스가 판매물품 반입, 직원채용 등 사업개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진행하자 10월30일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사업개시 일시정지란, 중기청이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경우 대기업에게 조정심의회 심의결과를 통지할 때까지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을 일시 정지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홈플러스는 당초 6일 개점 예정이었던 세종점의 개점을 한차례 연기했지만, 결국 13일 개점을 강행했다. 중기청이 중소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조정심의회를 24일 열겠다고 통보한 상황이었다. 중기청은 13일 홈플러스가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했다는 사실을 ‘공표’했고, 이후 법에 따른 과태료나 벌칙 처분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번번히 무시되는 ‘권고’, 강화된 벌칙이 과태료 5000만원

홈플러스가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 2월에도 고양터미널점 사업조정시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은 “2014년 한해 동안 권고한 총 42건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에 대해 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모두 준수하고 있는 반면 홈플러스는 이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이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홈플러스 외에도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가 무시된 사례를 다수 찾을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파주 신세계첼시가 개점을 앞두고 중기청으로부터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받았으나,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한 바 있다. 당시 중기청은 파주·고양·김포 패션아울렛연합회의 사업조정신청에 따라 신세계첼시(현 신세계사이먼)에게 자율조정 협의를 시도했고, 자율조정이 중단되자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내리게 됐다. 일시정지 권고가 무시된 후 중기청은 2011년 4월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 미이행을 ‘공표’했다.

공표란 말그대로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공개한다는 의미다. 언론에서 대형 유통업체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대형 유통업체 측이 이를 개의치 않을 경우가 문제다.

이후에도 2012년 4월 AK플라자 원주점이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했고, 같은 해 8월 코스트코 코리아 울산점도 권고를 무시하고 문을 열었다. 지난해 1월에는 CJ프레시웨이의 프레시원 부산이 권고를 모시하고 개점을 강행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권고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공표’됐다. 중기청은 법에 따른 조치를 취했을 따름이겠지만, 단지 권고 무시 사실을 공표하는 것만으로 중소상인들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에따라 사업조정 제도와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명령을 하도록 법을 개정하게 된다. 명령을 위반할 경우에는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생겼다. 일시정지와 별도로 사업조정 제도 자체의 권고 또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도 생겼다.

문제는 이런 벌칙 조항을 보강했고, 이 사실을 중기청이 홈플러스 측에 충분히 설명했지만 이를 무시당한 점이다. 5000만원의 과태료가 대형유통업체의 개점을 막기에는 턱없이 적은 액수라는 점이 일차적인 문제다. 중기청이 향후 법에 따른 과태료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홈플러스가 과태료를 감수하고 사업을 계속할 경우에는 사업개시 일지정지 제도는 물론 이 제도의 목적인 사업조정 제도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드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