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탈바꿈’ 호텔로 체크인한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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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문화공간 탈바꿈’ 호텔로 체크인한 현대미술 [기업과 예술의 만남:아트 콜라보레이션] ⑤호텔의 변신

기사입력2014-02-08 06: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manse2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호텔이 진화하고 있다. 단지 하룻밤의 휴식을 위해 머무는 곳이 아닌 새로운 문화체험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상품 소비’에서 ‘스타일 소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몇몇 호텔은 아티스트의 작품만으로 꾸민 호텔 방을 선보여서 여행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런 흐름들은 호텔 비즈니스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예술’ 컨셉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호텔들은 여행객들에게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아티스트와의 협업에서 발견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호텔들을 알아본다.

21세기 뮤지엄 호텔

미술관 컨셉 접목, 21세기 뮤지엄 호텔

21세기 뮤지엄호텔(21c Museum Hotel)은 미술관 컨셉을 접목해 주목받은 대표적인 부티크 호텔이다.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켄터키주 시골 농장지역이 개발로 어려움에 처하자 컬렉터인 로라 리 브라운(LAURA Lee Brown)과 스티브 윌슨(STEVE wilson)이 자신의 고향을 지켜내기 위해 새로운 컨셉의 호텔사업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19세기 담배 및 버번(Bourbon) 창고를 복구하고 개조해 만든 이 호텔은 세계 유망작가들의 현대미술작품을 선보이며 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지역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정기적인 문화프로그램이나 이벤트를 개최해 호텔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미술을 매개로 지역경제를 되살렸다는 호평을 받자 세계의 많은 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신시내티, 벤톤빌 등에 같은 브랜드의 호텔들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작가 중 폐타이어를 활용해 야생동물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지용호의 작품이 벤톤빌 호텔의 더 하이브(The Hive)레스토랑에 전시돼 있기도 하다.

레지던시 운영하는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

낡은 호텔을 리모델링해 2010년 문을 연 스와치 아트 피스 호텔(Swatch Art Peace Hotel)은 중국 상하이 번드(Bund) 거리에 있다. 인구 2300만명이 넘는 상하이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대미술도시다. 호텔 1층에는 스와치 그룹의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인 브레게, 브란, 오메가 등의 고급 부티크 매장이 있다.

하지만 스와치 호텔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호텔 운영과 함께 시작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때문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무용, 음악, 사진, 영화, 문학, 회화, 개념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신진 혹은 기성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다. 국제선정위원회에서 장르, 스타일, 국적 등을 감안해 최종 참가자를 결정하고 있다. 레지던시 참가자는 18개의 스튜디오에서 최대한 6개월 동안 머물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거주기간이 종료되면 호텔 측에 최소한 작품 1점을 기증하면 된다.

아티스트들에게는 비자 신청과 여행 경비(왕복항공권), 호텔의 조식 서비스, 공용 주방과 식사 공간, 도서관, 세탁 시설 등이 지원되며 세계의 미술애호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스와치 그룹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수익이 30억프랑(한화 약 3조2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테 루이제 쿤스트호텔 전경

독일의 세계적 명소, 아르테 루이제 쿤스트 호텔

아르테 루이제 쿤스트 호텔은 독일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의 화가, 그래피티 작가, 조각가 등 50여 명이 직접 호텔의 방을 꾸민 일종의 갤러리 호텔이다. 쿤스트는 독일어로 예술을 뜻한다.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쿤스트 호텔은 도이체스 테아터 및 라이히슈타크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또한 근처에는 브란덴부르크 문 및 페르가몬 박물관도 있어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아티스트들이 꾸민 방들을 보면 단지 그림 몇 점을 걸어 놓은 것이 아니다. 방마다 작품 스토리가 있고 작가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어 투숙객들은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고 정신적 고양의 기분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하룻밤의 휴식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예술로 보여주는 곳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이렌트 호펜베어크가 꾸민 방 ‘203호 빈센트의 침실(Vincent’s Bedroom)’, 뉴욕에서 활동하는 캐나다 출신 여류 사진작가 나탈리 다오스트가 꾸민 방 ‘206호 Cabaret’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갤러리 룸들이 있다. 쿤스트 호텔룸의 작품은 2~3년마다 한 번씩 교체돼 독일을 찾는 여행객들이라면 한번은 꼭 들러야 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아트매니지먼트그룹 ㈜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