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바꾸는 中 노동시장…‘싼 맛’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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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중국 체질 바꾸는 中 노동시장…‘싼 맛’ 잊어라 정부 강경한 노동권 선긋기…사회보험료 등 부담에 기업 한숨

기사입력2015-03-06 00: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노동시장의 변화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보험법 시행, 노동계약법 개정 등 근로자 권리보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한국 기업에게는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달 고용부가 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진출기업 인사노무관리(HRM)전략 설명회’에서 주중한국대사관 김상용 고용노동관은 “중국 노동시장에서 사회보험제도는 뜨거운 감자”라고 전했다. 한중 보험 면제협정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의료보험 가입이 면제됐지만, 올해부터는 면제조치가 없어져 기업의 부담이 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법정 의료보험 요율은 6%지만, 지방정부마다 부담비율의 차이가 있어 10~11%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보험료를 연체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통장에서 해당 보험료를 바로 이체할 수 있게 할 정도로 중국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다”고 못을 박았다.

사회보험법 제정 등 근로자 권리 강화

사회보험법 강화는 중국내 인건비 부담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의 기업은 근로자를 위해 사회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사회보험법은 ▲양로보험(국민연금) ▲의료보험 ▲실업보험 ▲공상보험(산재보험) ▲생육보험(출산보험) 등 5대 보험과 주택공적금으로 구성된다. 주택공적금이란 중국 근로자가 매달 납부하는 장기 주택적립자금이다.

중국의 사회보험에 대한 기업 부담률

<자료=주중한국대사관> ©중기이코노미

더욱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보험률 부담률이 상당히 높아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양로보험의 경우, 기업은 근로자 월급여의 20%를 부담해야 하며 ▲의료보험 6% ▲실업보험 2% ▲공상보험 0.5%, 1%,2%(업종별 위험정도에 따라) ▲생육보험 1% 이내 ▲주택공적금 5~12% 등을 각각 부담해야 한다. 이는 근로자 급여의 34.5%~46.0%에 달한다. 앞서 말한대로 의료보험은 지방정부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비율이 10~11%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김 고용노동관은 “중국 정부는 사회보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재 수준 측면에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1/3이 사회보험법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부터 시행된 ‘사회보험비 신고납부관리규정’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사회보험료 미납 기업의 거래은행 계좌에서 미납금을 강제로 인출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1월16일부터 시행됐던 한중 사회보험 면제협정에서 2014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면제됐던 의료보험이 올해부터 면제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게 됐다.

한중 사회보험 면제협정 내용

<자료=주중한국대사관> ©중기이코노미

한국과 중국은 지난 2012년 대상자별로 일정 기간동안 양로보험, 의료보험, 실업보험 가입을 면제하는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양로보험 면제 대상은 파견근로자(최대 13년), 현지채용자(5년), 자영업자(무기한), 공무원(파견기간)으로 정했으며 실업보험 면제는 파견근로자(최대 13년)와 공무원(파견기간)을 대상으로 했다.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파견근로자, 현지채용자, 자영업자, 공무원에 대해 모두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으나 올해부터는 면제의 효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노동계약법 개정…파견근로자 비중 10% 못넘겨

2008년 시행된 중국의 노동계약법은 2013년 7월 개정을 거쳐 시행중이다. 특히 개정법에 따라 파견근로자 수 제한을 골자로 하는 ‘노무파견 잠행규정’이 시행되면서 한국기업들의 고충이 커졌다. 이 잠행규정은 노동계약법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으로, 2014년 3월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파견근로자를 전체 근로자 수의 10% 이하로 고용할 수 있다. 현재 10%를 초과한 기업은 신규 채용이 불가능하며, 잠행규정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10% 이하로 낮춰야 한다. 또한 파견근로자는 임시, 보조, 대체적 업무에 대해서만 고용할 수 있으며, 보조적 업무를 위해 고용했을 경우에는 노조나 근로자 대표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시정명령 또는 경고를 받을 수 있다.

김 고용노동관은 “최근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파견근로자 수 제한이다. 2016년 2월29일까지 규정에 맞게 조정하지 않으면 벌금 등의 조치가 내려지기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최저임금 인상률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국 25개 성·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20.2%, 2013년 전국 27개 성·시 평균 인상률은 17.0%, 2014년 전국 19개 성·시 최저임금 인상률은 14% 내외였다.

김 고용노동관은 “지금 중국의 노동시장은 체질 개선 중으로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험법 시행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값싼 인건비를 노리고 가공무역 등의 목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실패의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는 중국을 ‘공장’이 아닌 ‘시장’으로 보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