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즉시, 중국은 15년후 … 이상한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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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한국은 즉시, 중국은 15년후 … 이상한 FTA 고사 위기 주얼리산업 “균등한 조건 상호개방” 재협상 촉구

기사입력2015-03-2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5일 주얼리산업계는 기자회견을 열고, 불균등한 개방 수준에 국내 주얼리산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한중FTA 재협상을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는 현재 5~8% 관세율을 적용하던 것을 대부분 즉시 개방하고, 중국은 현재 25~35%의 관세율을 10년에서 15년 동안 균등 철폐하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높은 고부가가치 일부 상품군은 아예 양허품목에서 제외해 철저하게 보호했습니다”

25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귀금속·보석관련 단체들이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한중FTA의 주얼리산업 부분에 대한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황재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장 역시 “미국과 EU의 고가 주얼리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마당에 중저가 최대 경쟁국인 중국 제품까지 문호가 즉시 개방된다면, 대한민국 주얼리산업의 고사는 불을 보듯 당연한 일”이라며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정문의 주얼리산업 관련 내용이 양측에 대등하지 않아 우리나라의 일방적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재협상을 통해 개방 수준을 동등하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목 회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주얼리산업계는 한중 FTA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다만 양국이 균등한 조건의 상호개방을 하도록 관련 분야에 대한 재협상을 해, 우리나라의 세공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황재 회장 역시 결의문을 통해 “재협상을 통해 양국이 대칭적인 개방수준을 맞추고, 이를 통해 중국으로의 수출길을 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30일 국회 의사당 앞에서 ‘한중 FTA 재협상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이후 산업부 항의방문 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업부 자료에 의하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주얼리산업에는1만5000여개 업체 3만2000여명이 종사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국내시장 규모는 4조9622억원이었으며, 수출규모는 1억7800만달였다. 지난 2002년관 견주면 10년새 업체수는 3000여개, 종사자수는 9000여명이 줄어든 상황이다. 업체당 종사자수가 2명 남짓한 영세한 소상공인 중심의 산업인지라, 한중 FTA의 파고에 자칫 산업 자체가 풍전등화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는게 산업계의 전망이다.

한국 주얼리산업 현황

<자료=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주얼리산업계는 이미 한중 FTA 추진 과정에서 개방을 최소화해줄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는 한중 FTA 협상에서 주얼리 등을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원자재 부분은 즉시 개방하되, 주얼리 분야는 개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관세철폐를 10년간 균등철폐해 개방을 최대한 늦춰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의 주얼리제품에 대해 폭넓은 개방을 하게 됐다. 지난 2월 공개된 가서명안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관세율 8%를 적용중인 신변장식용품 중 백금, 금, 기타 제품에 대해 FTA 발효 즉시 무관세 조치를 하기로 했다. HS코드(세계 공통으로 사용되는 무역 시 품목분류 체계) 7113에 해당하는 신변장식용품은 전부 또는 일부가 귀금속 또는 귀금속을 입힌 제품인 경우를 의미한다. 반지나 팔찌, 목걸이, 귀걸이, 브로치 등이 해당한다. 한국은 이중 은제품에 대해서만 관세를 10년간 균등철폐할 예정이다. 금도금과 은도금, 기타종류도금제품 역시 발효 즉시 무관세 조치를 취하고, 백금도금 제품에 대해서만 5년간 관세를 균등철폐하기로 했다.

HS코드 7114에 해당하는 금은세공품 역시 8%의 관세를 적용중이었으나 FTA협정 발효 즉시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중FTA 주얼리 부문 개방현황

<자료=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반면 중국은 7114의 금은세공품을 모두 양허제외했다. 개방 또는 관세협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는 의미다. 7113에서도 개방률이 우리보다 낮다. 중국은 HS코드를 적용할 때 한국보다 품목분류를 세세하게 하고 있는데, 은제품 또는 은과 다이아몬드를 함께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현재 20%의 관세율을 15년 동안 균등철폐하기로 했다.

금과 다이아몬드를 함께 사용한 제품 역시 20%의 관세를 15년간 균등철폐하고, 금제품은 10년간 균등철폐하기로 했다. 백금관련이나 기타금속 관련 제품들은 모두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이같은 불균등 협상 결과 중국 수출의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얼리산업양성화 실무추진위원회 김원구 위원장은 “2년 전부터 한중 FTA에서 양국이 동등하게 관세철폐를 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중국과 동남아 시장 수출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현행 FTA가서명은 한국 주얼리산업을 죽게 만들 뿐이다. 35%의 고율관세로는 중국시장에 수출할 엄두도 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목 회장은 “중국은 주얼리산업을 집중 육성해 연간 53조원을 수출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고 정부가 집중 육성정책을 편다면, 세계에서 가장 세공기술이 뛰어난 우리나라가 중국을 능가하는 고급 주얼리 생산기지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