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SPC 낮은 가격만 내세워 中企와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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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대기업 SPC 낮은 가격만 내세워 中企와 경쟁” “팥앙금 판로 막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팥류가공업협동조합

기사입력2017-03-23 11:5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마음에 앙금이 남았다’는 말은 팥을 가공해 앙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래됐다. 팥을 삶아 분쇄 후 물에 넣으면 껍질과 불순물은 떠오르고 앙금만 바닥에 남는다. 이 앙금에 설탕을 비롯한 부재료를 넣어 과당앙금을 만들어 빵이나 떡, 빙수에 넣어 먹는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국팥류가공업협동조합(이하 팥류조합)의 김철현 전무이사는 “2011년 팥이나 강낭콩, 녹두 등 앙금류를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당시에는 앙금류를 굳이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내부 이견도 있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앙금류를 가공하는 대기업은 ㈜SPC외에는 없지만, SPC의 시장지배력이 너무 커서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앙금제조 중소기업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저품질 저가격 공급”…생계형 적합업종 ‘품목’으로 했으면

앙금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팥앙금을 과거에는 가내수공업 방식을 통해 공급했다. 개인 또는 소기업이 팥을 삶아 인근 지역 제과점에 공급하면, 제과점에서 부재료를 섞어 앙금을 만들고 제품에 혼합해 판매했다. 가내수공업 방식에서 벗어나 업계가 성장하기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진공포장이 도입되면서부터다. 진공포장으로 팥과 앙금의 유통기한이 늘어 제품의 공급이 전국단위로 확대되면서 시장이 커진 것이다. 현재 앙금제조 중소업체들의 주요 고객은 롯데푸드나 해태와 같은 대기업 그리고 제과점이나 떡집, 빙수가게에 재료를 공급하는 중간도매상들이다.

팥류 뿐만이 아니라 강낭콩과 녹두를 이용한 앙금도 주 제조품목이다. 한국팥류가공업협동조합 회원들은 대기업과 함께 제과업종, 빙수가게의 중간도매상들에게 주로 공급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앙금제조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든 것은 1996년 SPC의 ‘샤니’가 제과재료 제조와 공급을 시작하면서다. 샤니는 SPC그룹의 제과 브랜드인 ‘파리바게트’와 떡 브랜드인 ‘빚은’은 물론, 대기업과 제과재료 중간도매상에도 앙금을 공급하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통팥앙금 제품을 검색하면, 23일 기준 샤니의 제품은 중소기업 제품보다 4000원 정도 싸다(10㎏ 기준).

김 전무는 “샤니가 현재 제조하는 팥앙금 품질은 중소기업에 비해 좋지 않다”며 “대기업이라면 좋은 품질과 그에 걸맞는 가격의 제품을 공급해야지, 낮은 품질에 낮은 가격으로 중소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상생은 물론 대기업이 해야 할 일과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샤니는 적합업종 지정 이전에 이미 생산을 시작한 만큼, 자체 생산한 제품을 SPC 계열사에 공급하는 것을 반대할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무조건 싼 가격을 내세워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아서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앙금류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는 효과가 나타났다. 김 전무는 “앙금류 제조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1년 무렵, 롯데에서 자회사 계열사를 통해 앙금류 생산공장을 알아보던 중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앙금 제조시장에서 대기업 물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자체 공급은 물론, 지역 제과업체나 빙수가게까지 공급하면 중소업체들로서는 경쟁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앙금류는 올해 12월 적합업종 일몰을 앞두고 있어 팥류조합은 고심하고 있다. 김 전무는 특히 “적합업종 일몰을 앞두고 생계형 적합업종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기준이 아니라 품목을 기준으로 해서 지정했으면 한다. 앙금은 왜소한 품목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품목이라 오히려 상생이 가장 필요한 품목이다”고 했다.

팥 공급 한정…“aT 할당량 늘리거나, 식품협회가 조합에 공급”

팥류조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연 4000톤에서 5000톤가량의 팥을 공동구매해 회원사에 공급하고 있다. 공동구매는 회원사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팥을 공급받는 주요 통로다. aT는 팥류조합을 비롯 제과점 협동조합, 떡류 협동조합과 함께 한국식품산업협회(이하 식품협회)에 팥을 공급하고 있다. 팥류조합을 포함 해당업종조합에서 회원사에 팥을 공급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고유한 업무 중 하나다. 그러나 식품협회에 편중된 물량 때문에 협동조합들이 팥을 충분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무는 “회원사 중 큰 곳은 연간 4000톤에서 5000톤의 팥을 사용한다. 조합에서 공급받는 물량으로 회원사에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면 식품협회는 aT로부터 연간 9000톤에서 많게는 1만톤까지 공급 받는다. 대부분의 협동조합 회원사들도 부족한 물량을 식품협회에서 받고, 그러다 보니 회원사들이 협동조합이 아닌 식품협회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처음 20곳 남짓이던 식품협회 회원사가 현재 130개 이상으로 급증한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가 팥공급”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팥류가공업협동조합의 김철현 전무는 “적합업종이 없었다면 앙금제조 중소업체들이 상당한 어려움에 빠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김 전무에 따르면 식품협회의 주 공급처는 대기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남는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이외 앙금제조회사는 물론 제과업체나 심지어는 붕어빵업체까지 회원사로 받아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aT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할당량을 늘려주면 좋겠지만, aT는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할당량을 배정한다. 정해진 물량만을 받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 할당량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전무는 “식품협회에서 스스로 물량을 줄이고 할당량을 나눠줄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aT에 지속적으로 협동조합 할당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며 “식품협회는 개별업체가 아닌 협동조합을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할당량을 각각의 협동조합에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면 협동조합 회원사들은 자연스럽게 식품협회의 손자회원이 된다. 식품협회의 주요 기능은 생산 및 영업환경 보호 등 정책생산이어야지, 돈을 벌기 위해 협동조합의 밥그릇을 뺏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공동브랜드 판로 확대…조합원에 안정·다양한 공급망 제공

팥류조합에서는 팥과 함께 강낭콩 공급도 신경쓰는 부분이다. 김 전무는 “강낭콩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는 물량이 많은데, 지난 한진해운 사태의 경우처럼 한번 선적이 되지 않으면 한두달 정도 물량공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조합원들이 월 평균 400톤에서 450톤가량 사용한다. 조합에서는 1300톤 정도를 공동수입해 보세창고에 비축하고 있다. 개별업체가 수입상을 통해 공급받으면 중간마진도 발생하고, 당장 필요한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조합원들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합 운영예산의 절반을 여기에 할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팥류조합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중소기업 협동조합 공동구매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원재료 공동구매와 함께 팥류조합은 공동브랜드를 통해 판로를 확대해 가고 있다. 회원사들이 팥앙금을 비롯해 강낭콩앙금, 녹두앙금 등 제품별로 설비를 구축해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팥류조합에서 섭외한 업체를 통해 각각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고, 공동브랜드를 내걸어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한가지만 생산해서는 판로를 확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이 여러 제품의 생산설비를 갖추는 것은 힘들다.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앙금을 별도로 공급함으로써 조합원들이 직접 생산한 제품과 함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김 전무는 설명했다.

팥류조합은 조합차원에서 중소기업중앙회나 중소기업청에 중소기업 물류창고를 지원해 주도록 꾸준히 건의하고 있다. 김 전무는 “전국 거점별로 중소기업 전용 공동물류기지를 구축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공동물류기지가 어렵다면 개별 협동조합 공동물류창고를 정부에서 지원을 했으면 한다. 조합 자체자금으로 물류기지 구축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대출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기존 창고를 쓰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고 제안했다.

한편 팥류조합에는 조합원 18개업체를 비롯 앙금류 관련 특별회원업체 27곳 등 모두 45개업체가 가입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