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경영 해놓고 오너 저항 “구조조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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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부실경영 해놓고 오너 저항 “구조조정 안돼” “정관계 로비로 유지” 불투명한 ‘청와대 서별관회의’도 문제로 지적

기사입력2016-03-09 14: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에서 기업구조조정이 잘 안되는 이유는 정부와 정치권, 채권단, 기업 오너, 노조, 지역주민 모두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있다”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 등이 8일 주최한 ‘부실기업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 특별토론회에서 보수와 진보 양측 경제전문가들이 일제히 이같이 지적했다.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 등이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는다’ 합동토론회 9번째로 ‘부실기업 실태와 구조조정 방안’을 놓고 8일 토론을 벌였다. ©중기이코노미

청와대 서별관회의는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서도 익히 알려진 존재다.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지난해 10월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이곳에서 다뤘다고 기자들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금융위원장 등이 수시로 만나 경제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사실상 ‘경제사령탑’ 모임의 별칭인 셈이다. 이명박 정부때도 동양사태를 비롯해 저축은행 부실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때는 서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지침을 내려보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요 경제정책 논의가 비공식적으로 진행돼 비판을 받아 왔다.

◇청와대 서별관회의 ‘불투명·비공개’=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중요한 경제정책과 현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국금융연구원 김영욱 자문위원이 “최대한 시장에 맡기는 자발적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청와대 등 정부와 정치권에 의한 강제적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한 데 대한 대답이다.

김영욱 자문위원은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이었던 STX조선, 성동조선, 경남기업, 대우조선해양 등을 정부가 반려했다”며 “2009년 17개 부실징후기업의 구조조정 계획 수립안도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의 최종 결정은 채권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청와대의 ‘사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김상조 교수는 “미국도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백악관이 최종 판단하고,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진다”며 “미 백악관은 구조조정·산업재편 등 국가적 과제를 판단할 때 모든 회의과정을 기록해 문서로 남기고 감사까지 받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무슨 일을 벌이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기업구조조정은 재무제표의 공개성, 정보의 투명성 등을 바탕으로 이뤄지듯이, 청와대(서별관회의)의 결정과정 또한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계기업 추이

<자료=김영욱 금융연구원 자문위원>

◇기업 오너, 구조조정에 저항=이와함께 소수의 지분으로 전권을 행사하는 기업 오너가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하 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기가 턱 밑까지 차 올라도 ‘조금 더 지원해주면 살 수 있다’며 구조조정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가 오너”라고 꼽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웅진·STX조선·동양그룹 등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음에도 오너의 거부로 구조조정이 지연돼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업의 부실은 곧 경영의 실패”라며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없는 게 우리 경제의 민낯이자 구조조정이 안되는 주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이어 “소수 지분으로 전권을 행사하는 오너들은 정관계 로비를 통해 기업을 유지하려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주진형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은 “우리나라가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없어서 구조조정을 못한 게 아니다”라면서 “방만경영에 대해 책임을 묻는 징벌적 제도가 없는데다, 정부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산사건 추이

<자료=하 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기업부채발 경제위기 우려도 제기=금융연구원 김영욱 자문위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상장사 3곳 중 1곳(33.3%)이 한계기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때인 2009년 25.8%보다 악화됐다. 특히 30대 재벌 계열사 가운데 17개 기업이 만성적 한계기업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차입금액이 무려 70조원에 달하는 등 자칫 ‘기업부채발 경제위기’마저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상적인 기업들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정상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4년 기준으로 전년대비 0.2%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4% 급감했다.

산업연구원 하 준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400곳 안팎의 법인이 파산했다. 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해마다 50~60여곳이 워크아웃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하 연구위원은 “기업가치가 하락할 때 자발적 구조조정을 하는게 효율적이지만 웅진·STX·동양·동부·현대상선 등처럼 경영권 박탈을 꺼려해서 구조조정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집단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보다는 손쉬운 돈벌이와 사업기회 편취, 기존 지배력의 승계와 세습을 위한 활동에 집착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