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트럭 상용화 앞서 부작용부터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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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자율주행 트럭 상용화 앞서 부작용부터 줄이자 인건비·물류비 줄고 사고위험 감소 vs 일자리 잃고 해킹 우려도

기사입력2016-08-23 00:00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트럭’을 볼 수도 있다. 자율주행 승용차만을 대상으로 한 임시운행 허가증 발급을 정부가 상용차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 내용중 신 운송수단 상용화 대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또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한 자율주행차 운송구역도 도심을 포함 원칙적으로 전체 도로로 확대한다. 지금까지는 고속도로 1개 구간(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신갈분기점,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호법분기점, 41km)과 일반국도 5개 구간에서 자율주행 승용차에 한해 시험운전이 가능했다.

상용차에 대한 임시운행 허가증 발급과 자율주행차 운송구역 확대방침에 따라 승용차든 상용차든 관계없이 전국의 모든 도로에서 임시운행 허가증만 있으면 자율주행 시험운전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신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물류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될 경우 해킹에 따른 보안문제를 비롯해 사생활 침해, 일자리 감소 등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가 출시한 최초의 자율주행 트럭 인스피레이션(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사진=인스피레이션 트럭 홈페이지>

국내에서는 승용차의 자율주행이 화제지만 해외에서는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의 자율주행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승용차 자율주행으로 얻는 이익보다 상용차 자율주행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가 출시한 최초의 자율주행 트럭 인스피레이션 트럭(Freightliner Inspiration Truck)은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앞차와의 간격도 일정하게 유지한다. 차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제어장치를 갖추고 있고 비상상황이 생길 경우 스스로 제동도 건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 유명 자동차 업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자율주행 트럭의 테스트를 끝마치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될 경우 연료비, 인건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수의 차가 좁은 간격을 유지하며 하나의 몸처럼 자율주행하는 군집주행기술(platooning)이 대표적이다. 도로에서 일정하게 좁은 간격을 유지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켜 연료효율을 높인다. 전방의 주행상황을 계산해 꼭 필요한 만큼의 연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비 자체도 줄어든다. 또 4~5대의 트레일러가 한 곳에서 출발해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경우, 선두 차량에만 운전수가 타고 나머지 차량에는 운전자 없이 주행이 가능해져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운전자의 급여가 운송수입의 25~30%를 차지한다고 볼 때 그만큼의 물류비용이 감소한다.

졸음운전과 같은 운전수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화물차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만9000건, 버스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만2000건이며, 사망자만 1208명에 달한다. 사고원인은 ▲안전운전 불이행 ▲안전거리 미확보 ▲신호위반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등과 같이 운전자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가 대부분이다.

장거리 운행과 과도한 근로시간 등으로 인한 운전자의 피로 때문이다. 사업용 화물차의 경우 운행시간과 운행외 시간을 합친 근로시간은 11시간40분에서 13시간50분이다. 버스의 경우에도 하루 평균 10시간6분 정도다. 자율주행기능을 사용할 경우 운전자는 차 안에서 전방을 살피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휴식도 취할 수 있어 사고가 대폭 줄어든다. 사고가 줄어든만큼 사고처리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운송업체 입장에선 이득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 트럭의 경우 실시간 통신망을 이용해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곳에서 보수와 정비 그리고 하역작업 등이 가능하다. 경로상에 있는 휴게소 주차장이나 정비소를 미리 예약할 수 있고, 현재 연비를 계산해 적절한 주유소를 연결해 준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이고 빠른 시간안에 운송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국토부 물류정책과 박준상 사무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아직 자율주행 트럭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가까운 일본만 봐도 고령화로 인해 화물운송기사의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이로인한 사고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도 일본과 비슷한데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사고위험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자율주행 상용차가 보편화될 경우 트럭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각종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동차 스스로 화물을 운송하는 시대가 오면 가장 먼저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간한 ‘2014년 운수업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화물운송업 종사자 수는 41만4988명이다. 화물차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나이가 많거나, 사고이력이 있는 운전기사가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또 휴게소 등 관련 업종 일자리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몇 십만명의 운전기사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휴게소를 이용하는데, 운전기사가 줄면 관련 업종 종사자들도 함께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도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에서 “자율주행 트럭은 미국과 같이 국토가 넓고 도로상황이 좋은 국가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며 “땅이 좁은 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상악화 등 화물이나 승객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운전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열악한 근무환경 마저 더 악화될 것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사생활침해와 해킹 등 보안문제도 자주 거론된다. 자율주행이 되면 차량이 인터넷과 같은 통신망으로 연결돼 외부에서도 원격으로 시동을 켜고 핸들을 조작하는 등의 차량운행 제어가 가능해진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를 통한 차량의 제어기술에 있다. 이에따라 해킹을 통해 원격으로 타인의 자동차를 제어해 특정 인물이나 건물에 대한 테러 공격이 가능하다. 또 GPS 교란 기술을 이용, 트럭이 스스로 경로를 이탈해 값비싼 화물을 빼돌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보안문제 이외 운전자의 동선이 외부에 노출되는 등 사생활 침해 논란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출신 해커가 PC를 이용해 원격으로 일반 차량의 와이퍼, 핸들을 조작하는 모습을 선보여 해당차량의 리콜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미 GPS시스템을 교란해 엉뚱한 위치를 보고하도록 만드는 기술까지 구현돼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전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형근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기술은 교통체계, 전자지도, 차량간 통신을 동반해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 인터넷 기기의 통신장애나 시스템 오류를 보완할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시운행 허가증을 발급하고 운행구역을 확대한다고 해도 승용차든 상용차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기술적인 애로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