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매달리지 말고 검찰과 공조범위 넓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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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전속고발권 매달리지 말고 검찰과 공조범위 넓혀라 검찰 수사한 남양유업·국순당…공정위 CD금리 담합사건은 ‘증거부족’

기사입력2016-11-18 16:56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남양유업대리점 피해자협의회는 지난 2013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남양유업 본사를 신고한데 이어 4월초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한달 후인 5월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남양유업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수사가 시작된 후 6월에는 김웅 대표 등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소환조사를 받았고, 공정위는 7월5일 남양유업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7월15일 공정위는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이유로 남양유업을 검찰에 고발했고, 같은 달 22일 검찰은 김웅 대표 등 임직원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불구속기소에 앞서 18일 본사와 피해자협의회를 포함한 사업자단체는 집단교섭을 통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섬뜩한 협박성 통화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세간에 알려진 남양유업 사건. 남양유업 본사의 불공정거래로 촉발된 갑을간의 갈등에 검찰·공정위 등 공정거래 관련 행정력이 직접 개입함으로써 양자간 상생노력이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 남양유업 사태로 개선될 것 같던 갑을간의 관계는 크게 변한 게 없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감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중기이코노미

불공정행위 감시·감독 행정을 공정위가 독점하고 있는 근거는 전속고발권이다. 전속고발권에 따라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소비자보호관련법 등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제기(기소)가 가능하다.

고발권을 독점한 공정위가 고발권도 제대로 행사하지 않고, 수사권도 없다는 이유 등으로 조사 자체도 부실해 대기업 편향적이란 비판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공정위의 독점적 권한인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고발률이다. 공정위의 ‘2015년 통계연보’를 보면, 2000년 이후 사건처리 총 건수 대비 연평균 고발률은 0.9%에 불과하다.

불공정행위 당사자 나서지 않으면 담합 적발 어렵다?

공정위의 소극적인 태도로 검찰과 대립하기도 했다. 2012년 6월 검찰은 공정위를 압수수색했다. 4대강 1차공사에서 담합한 8개 건설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만 하고 검찰에 고발하지 않자, 시민단체가 공정위를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담합사건 중 일부만을 고발하자 검찰은 전부를 고발해야 한다는 고발불가분 원칙을 주장하며 공정위와 각을 세운바 있다.

익명을 원한 국회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검찰의 고발불가분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인정될 경우 각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재량권이 상당부분 줄어들고, 자진신고자에 대한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검찰과 공정위가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이 나타났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고발률이 낮은데도 전속고발권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 중 하나는 자진신고감면제도(리니언시, Leniency)와 앰네스티 플러스(Amnesty plus)제도를 통한 ‘자복’효과다. 리니언시는 부당공동행위에 참여한 기업이 그 사실을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하는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 제재수준을 경감 또는 감면하는 제도다. 리니언시가 적용되면 첫번째 자진신고자는 과징금·시정조치를 완전 면제받으며, 두번째 신고자는 과징금 50%와 시정조치를 감경받을 수 있다. 앰네스티 플러스제도는 리니언시제도를 놓친 사업자가 다른 담합에 대한 증거를 첫번째로 제공하면 현재 조사중인 담합에 대해서도 감면을 받는 제도다.

공정위는 이런 ‘자복’이 아니면 담합행위나 불공정행위를 적발하는데 한계가 있고, 증거수집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공정위 조사사건은 해당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검찰 등 다른 기관에서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기엔 이런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자복효과 주장이 과대포장됐거나 자진신고제가 과징금을 면제받으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반론도 있다.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면 그때 마지못해 자진신고하는 사례가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2012~2014년까지 3년 동안 자진신고한 사건 70건 가운데 60건은 공정위의 조사개시 이후 이뤄졌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의 경우 한국 공정위보다 더 강한 조사권을 가지고 있다”며 “담합과 같이 증거수집이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강제조사를 통해 담합근거를 찾을 수 있는데, 현재 공정위가 갖고 있는 조사권으론 실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2013년 7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곽규택 부장검사가 ‘남양유업 대리점 강매’ 사건과 관련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남양유업 김웅 대표 등 6명을 불구속기소 했다.(사진 위, 뉴시스) 공정위가 2012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년반에 걸쳐 금융기관의 CD금리 답합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종료됐다. 사진은 여의도 금융가.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자복’에 대한 기대는 공정위 증거수집 한계 드러낸 것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것이 의무고발요청권이다. 2013년 7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청, 조달청, 감사원까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공정위는 이들 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법개정에도 불구하고 의무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경우는 9건에 불과하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독점권한을 가지고 있는 현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바꿔말해 담합행위에 대한 리니언시나 앰네스티제도는 공정위 사건에서 증거수집이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유지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갖고 있는 수사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국순당 사건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행사하기 이전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한 이후 고발요청권을 행사했고, 공정위가 고발한 이후 기소한 사건이다. 큰 과정만 놓고 본다면 굳이 공정위가 개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금융기관의 CD금리 담합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4년간의 조사를 거쳐 실무부서에서 불공정행위로 판단하는 심사보고서가 작성됐지만, 심결과정에서 증거부족으로 심사종료 처리했다. 수사 초기단계부터 검찰이 조사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국순당 사건의 경우 절차가 번거롭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근본적으로는 공정위 관련 법률에 사소한 사안들 하나하나까지 형벌규정이 담겨져 있고, 이 때문에 검찰이 먼저 나설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소기업간의 분쟁 하나하나도 1차적으로는 공정위를 거쳐야 한다. 담합과 같은 중대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검찰에 조사의 우선권을 넘겨주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공정거래전담부를 설치했다. 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수사력을 강화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고자 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미국처럼 검찰과 공정위의 역할을 구분하는 근거가 없어 효율성을 장담할 수 없다. 남양유업 사태처럼 피해자들이 양쪽으로 고발을 한다면, 검찰과 공정위가 같은 사건을 따로 조사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검찰에서 공정거래 사건 담당부서를 만들어도 법제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법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인력·예산·전문성 등을 갖춰 갈텐데, 법이 없으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찰에서는 내부적으로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비중을 높이려 한다. 남양유업이나 국순당 사건처럼 검찰로 사건이 많이 들어가면, 공정위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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