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에 맞춰진 규제로 신기술 스타트업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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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전통산업에 맞춰진 규제로 신기술 스타트업 애로” 법령 확대 적용하고, 명확하지 않은 규제로 ‘오락가락’

기사입력2017-01-11 18:3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4년 5월 사업을 시작한 3D프린터 제조업체인 ‘삼디몰’은 2016년 8월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으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했다. 안전확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삼디몰은 3D프린터 전문쇼핑몰로 고객들에게 프레임과 부품, 조립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다. 고객이 주문한 부품을 직접 조립해 완성품을 가져가기 때문에 3D프린터 제조업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삼디몰은 인증표준콜센터에 이에대해 문의했고, 고객이 직접 조립하는 개인사용 목적 제품이므로 안전확인신고가 필요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를 산업부에 알렸으나 산업부는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 했고, 법원은 산업부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대해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확대 적용해 스타트업을 과도하게 규제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트업 법률지원단’의 한경수 변호사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ICT융합사회, 합리적 규제개선 방안마련 정책토론회’에서 삼디몰처럼 스타트업이 각종 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는 4가지 유형을 소개했다.

‘ICT융합사회, 합리적 규제개선 방안 마련 정책 토론회’에서는 스타트업의 자율성을 막는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이 시작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명확하지 않은 규제=웹툰 사이트인 ‘레진코믹스’는 창조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2014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그런데 2015년 3월 방통위는 사전 통보없이 레진코믹스가 음란사이트라는 이유로 서버를 차단했다. 곧 인터넷 여론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고, 방통위는 3시간만에 차단을 해제했다. 규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방통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관련 법령 벗어난 확대해석=2015년 2월 방통위는 P2P대출사이트 ‘8퍼센트’가 미등록 대부업자라는 이유로 사이트를 폐쇄했다. 당시 8퍼센트는 베타서비스를 진행이어서 등록대상이 아니었다. 사이트 폐쇄 당일 대표이사는 관할 구청에 등록신청을 하러 가는 중이었다. 이후 방통위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이트 폐쇄조치를 철회했다.

◇법령개정으로 불법업체 전락=2014년 9월 시작한 중고자동차 매매사이트 ‘헤이딜러’는 ‘내 차 팔기 전용서비스 앱’이다. 지금까지 중고차 판매는 중고차 판매업자와의 1대1 거래였다. 헤이딜러는 이와 달리 자신의 차를 등록하면 전국의 딜러들과 연결되고, 견적을 제시한 딜러들 가운데 선택해 판매하는 일종의 경매시스템이다. 그런데 2015년말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불법업체가 돼 지난해 1월5일 폐업했다. 당시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에는 온라인 경매서비스도 주차장과 경매장, 성능검사설비, 성능검사인력 등 오프라인 시설물과 인력을 갖춰야 하는 조항이 있어 온라인 플랫폼으로 경매를 하는 헤이딜러는 졸지에 불법이 된 것이다. 이후 여론에 밀려 국토부는 온라인 경매를 자동차 경매에서 제외하는 재개정안을 지난해 6월 입법예고하게 되고, 헤이딜러는 입법예고 전 2월에 영업을 재개했다.

◇O2O·공유경제 플랫폼 도입 애로=플랫폼을 활용한 공유경제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이 빠졌다. 이 때문에 상점과 소비자, 배달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메쉬코리아’는 배달대행만 하는 업종이 없어, 같은 배달용 오토바이임에도 치킨·피자전문점 사업장의 보험료(70만원)보다 비싼 280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한경수 변호사는 “기존 규제가 전통산업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신산업 분야에는 맞지 않는다”며 “현재 이처럼 스타트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보면서, 기존의 규제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기획과 안창용 과장은 “규제가 무조건 나쁜 것인가라는 물음이 있고, 또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정부는 기존 사업자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신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데 존재하는 규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