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투명·부당지원 제한 지주사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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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지배구조 투명·부당지원 제한 지주사 취지 무색 재벌, 제도 이점만 챙겨…돈되는 사업 모든 계열사 거느린 ‘괴상’

기사입력2017-08-06 17:5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지속적으로 풀어줌에 따라 지주회사는 급증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지주회사 전환 동향과 관련 규제 개선안’ 보고서를 보면,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누적 지주회사 수는 4개에서 20개로, 2007년부터 2013년 사이 95개로 급증했다. 2016년 9월기준 지주회사는 152개다.

“지주회사 이점은 누리면서, 도입취지 자체를 퇴색시켰다”

국민의당 채이배의원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보유지분 이상 지배주주로의 경제력 집중과 지배권 행사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가, 순환출자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대안으로써 엄격한 요건을 전제로 한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했다”며 “그러나 재계의 요구로 점차 행위제한 규제를 완화해 왔고, 이로 인해 재계는 지주회사제도의 이점은 누리면서 도입취지 자체를 퇴색시켰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 도입목적은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수직적 출자만 허용해 소유지배구조의 단순·투명화 ▲지배구조를 단순·투명하게 함으로써 금융기관이나 소수주주의 경영감시 용이 ▲수직적 출자구조의 특성상 부실기업의 신속한 퇴출 유도 ▲시장에서의 유효경쟁 촉진 ▲총수일가 지분을 지주회사로 집중시켜 특정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제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목적이 제대로 반영됐느냐를 따져보면, 부정적이다. 우선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흩어진 순환출자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대부분 지주회사들이 자회사 지분보유율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회사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신주를 교부한다. 이때 지배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해 보유하던 자회사 주식은 처분하고 지주회사 주식을 받으면, 결과적으로 지주회사 지분만 보유한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지주회사 전환후 지배주주의 자회사 지분율은 평균 15.1%p가 감소한 반면 지주회사 지분율은 평균 23.2%p가 증가했다. 지배주주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자회사에 대한 자신의 경영권을 강화했다는 것을 지분율 변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수직적 구조이므로, 지주회사 주식이 많을수록 지배권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거듭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자회사 이외 손자·증손자회사에 대한 지배권도 강화했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의 지적대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혜택은 누리면서, 돈이 되는 모든 사업에 진출해 사실상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괴상한 형태의 지주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설립요건을 1999년 수준으로 강화하려는 입법개정안 발의

지주회사제가 이같이 변칙적으로 운영되면서, 1999년 최초 도입 취지에 맞춰 제자리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채이배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며 “현재 형식적 요건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부합할 수 있는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국회에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주된 사업’ 판단시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 대신 계열사의 주식가액 합계를 기준으로 삼아 지주회사의 실질적 지배력을 파악하고 ▲두개의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공동지배하는 것을 금지해 리스크 전이를 차단하며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최초 제도 도입 수준까지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자본총액을 초과하는 부채보유 금지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보유율 기준을 상장 30%이상, 비상장 50%이상 ▲손자회사와 증손자회사의 사업연관성 요건 부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총수일가가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외 계열회사의 현황신고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이배의원실 관계자는 “두개의 자회사에 의한 손자회사 공동지배의 경우, 오랫동안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이라며 “지주회사제도 본래 취지상 허용될 수 없는 것임에도 명문의 규정이 없어 4~5개의 회사가 공동지배하는 경우도 있어 이를 보완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