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유예…종교권력 앞세운 ‘삼정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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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종교인 과세유예…종교권력 앞세운 ‘삼정문란’ 50년을 미뤄왔는데…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

기사입력2017-08-22 10:59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자본주의국가에서 이만큼 중요한 운영원리도 없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의무중 하나이기도 한 납세의무, 그런데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잣대로 부과되고 징수돼 왔는지는 의문이다. 세금하면 탈세와 특혜·편법이라는 단어부터 연상되는 것도, 유리지갑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과세에 대한 불신의 증거인 셈이다.

부자들은 어떻게든 상속세,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고 편법과 탈법을 넘나들었다. 집을 몇채나 가지고 있어도 임대수입에 대한 과세는 이뤄지지 않았거나 미미했다. 성직자라고 불리는 종교인에 대한 과세도 정부수립 이후 단 한번도 부과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노동소득에만 과세는 서릿발 같았다. 대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부자에게는 임대수입 면세 또는 감면, 종교인에 대해서는 세금면제, 이러니 ‘서민들만 봉’이라는 자조의 한탄도 썩 틀린 말은 아니다.

50년동안 숱한 논쟁 끝에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둔 종교인과세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일, 여당 중진인 김진표 의원을 포함 여야의원 25명이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을 키웠다. 급기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이 TF를 꾸려 종교인과세 제동걸기에 나섰다. 조세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국민 대다수의 여론도, 준비만전이란 국세청의 발표도 아랑곳없는 과세유예 주장은 의원권력과 종교권력을 앞세운 현대판 삼정문란 행위와 다를 바 없다.

50년동안 숱한 논쟁 끝에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을 앞둔 종교인과세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과세를 유예하자는 주장의 논리도 이해하기 힘들다. 김진표 의원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2년 유예를 주장하지만, 2016년 1월1일 시행예정이었던 법안을 같은 이유로 한차례 유예했다. 2년의 준비과정을 주었음에도, 또다시 준비부족이라면 유예를 주장하기에 앞서 국세청의 책임부터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예정대로 시행돼도 문제없다고 이미 공표까지 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깊은 인물의 이런 주장은 종교인과세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마저 의심케 만든다.

법의 권위는 평등에서 나온다.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여야 한다. 부모의 권력과 금력을 이용해서 군대를 면제받는 행위가 국가라는 공동체를 좀먹는 비난받을 행위라면, 종교인에 대한 세금면제 주장도 다를 바 없다. 종교인의 수입이 가이사의 것인가, 하나님의 것인가 논쟁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도, 필부도 피해갈 수 없는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못박고 있다. 이같은 헌법상의 의무를 종교인이라서 지키지 않아도 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논란이 증폭되자 김진표 의원 등 유예법안 발의 의원들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 보수 기독교를 중심으로 반발은 더 조직화되고 있다. 현 정부 이후 가장 큰 암초에 부딪힐 것이라는 성명서도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계의 조직력을 배경으로 한 공공연한 협박인 셈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다. 권력에 뭉칫돈을 찔러주고 법인세를 줄이고, 교계의 세를 내세워 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을 무산시켜왔던 예전과는 다르다.

50년을 미뤄온 문제다.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 의원권력, 종교권력을 내세워 또다시 종교인 과세를 미루려는 꼼수를 그만 두는 게 낫다. 그렇지 않다면 문재인정부가 암초를 만나는게 아니라, 종교와 종교인이 거대한 민심 앞에 서야하는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국가와 국민 그리고 종교를 위해서도 이런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