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양심 있으면 담보대출금리 인상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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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은행, 양심 있으면 담보대출금리 인상 철회해야 금융당국은 은행이 책임을 부담하도록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라

기사입력2017-12-18 16:1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이 18일부터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금리를 0.15%p 올림으로써 최고금리가 4%대 중반을 넘었다. 은행연합회가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신규취급액기준)를 0.15%p 상승한 1.77%로 집계한데 따른 조치다.

예대마진 극대화를 통한 ‘이자놀이’가 주업이었던 시중은행 속성상 예상했던 행태이지만, 그 인상시기가 너무 빠르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빛’에 비유되는 지금, 이눈치 저눈치 보지않고 갈길만 가겠다는 배짱인 셈이다.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은 나름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지만 ‘초저금리 시대’ 종언에 따른 선제적 조치다. 지난

13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 올해에만 세차례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내년에도 세차례 추가인상 방침을 시사했다. 지난달 말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 발표도 시중은행의 ‘약삭빠른’ 행보를 부추겼다.

상황이 극히 좋지 않다. 가계부채 폭증 규모와 증가속도도 문제이지만, 가계부채 질(質) 역시 심각하다. 지난 6월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대출 차주의 ‘소득대비가계대출비율(LTI)’은 지난 3월말 현재 205.5%다. 2년동안 번 소득 전부를 은행에 털어 넣어도 빚을 청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가계부채 질 악화추세도 빨라, 2012년말(167.9%) 이후 4년3개월 동안 37.6%p 급증했다. 평균이 이 정도이고, 같은기간 LTI가 500%를 넘는 악성차주도 6.6%에서 9.7%로 약 47% 폭증했다. 10명의 차주중 1명은 5년동안 한푼도 쓰지않고 빚을 갚아도 빚청산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사정도 나쁘다. 한은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은 작년 6월대비 5.8% 늘었고, 이중 자영업자 대출은 9.2%나 급증했다. 그러나 같은기간 대기업 대출은 7.0% 감소했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수출주력산업 수출증가세가 최근 수년이상 계속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된 대기업이 빚을 줄인 탓이다. 반면 내수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빚은 증가해 대중소기업간 금융부채 양극화도 심화됐다.

가계와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 모두 빚에 허덕이고 있을 때에도 은행산업은 고도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올 3분기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1.4% 증가한 1조247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신한은행도 25.1% 증가한 2조70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KB금융지주, 우리은행도 사정은 같아 같은기간 각각 1조5410억원, 2조7577억원, 1조378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싸게 가져와 금융취약계층·기업을 상대로 고금리 대출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을 철회해야 한다. 은행 스스로 철회하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 시중은행중 자력으로 지금 위치에 오른 은행이 단 한곳이라도 있다면 나서봐라. 흑역사이지만, 1997년기준 29개였던 국내은행은 이른바 시중 5대은행을 포함 11개 남았고, 이들 은행은 수백조이상 공적자금에, 온갖 특혜를 동반한 인수합병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은행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서 최근 수년이상 사상최고 실적을 구가한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다. 시중은행의 고도성장은 정부의 지원 그리고 가계,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희생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이대로 가면 은행이 담보대출금리 이외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시장과 국민정서 등 눈치를 보긴 하겠지만, 은행의 그간 행태로 비춰보면 금리인상기에 편승해 대출금리를 인상한다고 예상하는게 합리적 추론이다. 또 지금보다 예대마진 폭을 더 늘려 사상최고 실적을 계속 가져가고 싶은 탐욕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짐작가능하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원위치시킴으로써, 은행이 이젠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멈춰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실제 시장금리와 조달금리 상승과는 무관하게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감독원과 함께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달도 채되지 않아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인상한게 은행이다. 자기혼자 살겠다고 하고 싶은 일 다하겠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분명하게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에 관치금융을 촉구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는 본래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작동시켜라. 모두가 어려워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 시점에 고리대금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는게 금융당국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