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6년째 끝내지 못한 불공정행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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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남양유업, 6년째 끝내지 못한 불공정행위 논란 공정위 “일사부재리 적용, 조사대상 아냐” vs 신고인 “적용대상 아니다”

기사입력2018-01-03 19:3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했던 대리점주 장성환 대표가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신고한 사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일사부재리원칙’과 ‘상생협약’을 이유로 조사대상이 아니란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 일사부재리원칙·상생협약을 이유로 재조사 불가

공정위 결정에 대해 장 대표는 “공정위가 애초부터 조사할 의지 자체가 없었고, 사건에 대한 내용파악조차 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또 불공정거래행위 조사를 거부하며 공정위가 이유로 제시한 일사부재리원칙과 상생협약은 오히려 조사를 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는 법적견해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신고인 장 대표는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로 상품외상매입금을 변제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남양유업은 상품공급을 중단했다. 이후 남양유업이 장 대표의 보증인, 연대보증인 담보물에 압류처분을 하자, 지난 11월17일 장 대표는 이와같은 남양유업의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는 지난 12월21일 장 대표에게 보낸 이메일 회신을 통해 남양유업이 대리점을 상대로 행한 구입강제행위(밀어내기)에 대해 과징금부과,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완료했고, 이에 대해서는 법원판결도 확정된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더 이상 행정처분이 어렵다고 답했다.

“동일한 사건이 아니므로 일사부재리 원칙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

공정위 일사부재리 주장에 장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일사부재리 원칙은 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에 대한 과징금부과 및 검찰고발 처분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번에 신고한 내용은 공정위도 인정한 불공정행위로 비롯된 외상매입금 증가, 물품공급 중단, 보증인과 연대보증인의 담보물을 압류한 행위가 불공정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신고한 사건내용은 공정위가 이미 처분을 완료한 사건을 재조사하라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사건이기에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사부재리 논란에 대해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김남근 정책위원장(변호사)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남양유업과 관련해 한번 조사하면 또다시 조사를 안 하는 것인가”라며 묻고 “남양유업과 대리점과의 관계에 여러 문제들이 얽혀있고, 이 사건의 경우 밀어내기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사건이 아니므로 이 사건에 일사부재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상매입금과 밀어내기간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대상이 아니란 공정위 주장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대리점이 남양유업에 물품을 주문한 일시, 수량 등이 담긴 컴퓨터 로그파일을 복원해 제출했다”며 “그럼에도 공정위가 외상매입금과 밀어내기와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따로 연락해 설명을 해 달라거나, 추가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전혀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인과관계 파악은 조사권을 가진 공정위가 해야 할 당연한 역할이고, 신고인은 조사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이번 사건에 대해 추가자료 요청 등의 조치는 없었다”

이에대해 해당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추가자료 요청 등의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자료를 추가로 자료를 내라고 하기에도 곤란한 측면이 있어서 요구못한 부분도 있고, 남양유업과 대리점주간 상생협약으로 미수발생은 정리가 됐다고 봐야 하는데, 미수로 인한 거래거절 자체만으로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수로 인한 거래거절 자체만으로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공정위 관계자 주장에 대해 장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주요상담사례에는 본사가 구입의사가 없는 제품을 대리점에 강매하고 이로 인한 과다한 재고로 상품 외상매입금을 변제하지 못한 대리점에 대하여 상품공급을 중단하였다면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이번 신고를 하게 됐지만 공정위는 해당건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성환 대표는 공정위 홈페이지 상담사례를 살펴보던 중 이와 같은 행위가 불공정행위가 될 수 있다는 공정위 사례 답변을 보고 신고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경쟁과 관계자가 앞서 언급한 ‘상생협약’은 공정위가 장 대표에게 보낸 회신에서도 조사대상이 될 수 없는 사유로 적시됐다. 회신에 따르면 남양유업과 장 대표 등 일부 대리점사업주가 상생동의서, 상생합의서를 통해 밀어내기에 대한 피해보상 합의를 완료한 점을 비추어 남양유업의 행위에 대해 다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상생협약을 맺어놓고 안 지킨 것이 더 문제”

그러나 경제민주화네트워크 김남근 정책위원장(변호사)는 “상생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남양유업의 불공정행위 재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오히려 말이 안된다”며 “미스터피자의 경우도 상생협약을 맺어놓고 신사협정에 불과하다며, 안 지킨 것이 더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이 대리점들과 상생협약을 맺고도 불공정행위를 했다면 이는 더 조사해봐야 할 문제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에 사건이 몰리다보니까 다 처리할 수 없어 불법성이 명확한 사건에 대해서만 조사하려는 것 같다”며 “이미 공정위가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이 사건을 가지고 지자체나 중기벤처기업부의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찾아가도 조사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정위가 ‘조사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전에 중기부에 해당사건의 조사를 의뢰해 심도있게 조사하고, 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위가 최종 판단을 하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