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출범했지만…CJ대한통운 ‘인정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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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택배노조 출범했지만…CJ대한통운 ‘인정못해’ 제3자 업무대체 여부 놓고 입장차…검증 끝난 사항 vs 업무대체 가능

기사입력2018-01-18 20:58

지난해 11월 택배기사를 조합원으로 한 택배기사노동조합에게 노동부가 인가증을 발급함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정한 합법노조임에도, 택배사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8일 강병원(더불어민주당)·김종훈(민중당) 국회의원 등이 주최한 ‘제도적 허점으로 살펴보는 부당노동행위 만연한 택배현장’ 토론회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김진일 정책국장은 “지난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했지만, 고용노동부로부터 신고필증을 교부받은 이후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다수 택배노동자들이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위탁대리점 사장이 ‘내일부터 그만두라’는 말 한마디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 목소리를 높혔다.

택배산업만 폭발적 성장, 근로환경은 악화일로 추세

온라인시장 확대, 해외직구 활성화로 국내 택배산업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98년기준 전체물량 5795만개, 매출액 2196억원에 불과했던 택배산업은 2016년 전체물량 20억4701만개, 매출액 4조7444억원을 기록했다. 1998년과 비교하면 물량은 35배, 매출액은 22배나 폭증했다. 1998년 국민1인당 연간 1.2회에 그쳤던 택배이용횟수도 2016년 39.6회로 33배 늘었다.

택배산업 급성장에도 택배업계 종사 노동자의 근로환경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택배이용 가격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1998년기준 약 3800원이었던 택배 박스당 평균이용단가는 2016년 2300원으로 되레 떨어졌다. 택배사업자간 경쟁격화에 따라 지난 20년동안 택배단가가 38.3%나 하락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한참 낮은 수준이라는게 김 국장의 말이다. 미국은 약 1만원, 일본도 약 7000원 수준으로 국내 택배단가보다 3~4배 높다. 낮은 단가는 택배사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택배기사의 열악한 처우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외관은 자영업자, 실질은 노동자인 택배기사…노조설립 인정

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보통 아침 7시에 출근해 21~22시에 퇴근한다. 물건배송 외에도, 물건분류·운송·수송·송장 작업 등의 업무도 함께 하는 탓이다. 하루 근무시간만 14~15시간에 달한다. 식사·휴게시간을 제외해도 12시간이상 근무하는 셈이다. 장시간노동에도 한달 수입은 2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달 총 수익 4~500만원에서 차량유지비와 세금 등을 제외하면 남는 금액이다. 또 무거운 물건을 배송하다 상해를 입는 경우도 잦지만, 산재보험가입자가 많지 않아 대부분 본인 부담으로 치료한다.

날로 악화되는 택배기사의 근무여건과 처우를 개선하고, 택배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출범했다. 현행법상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자는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 특수형태근로자란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택배기사 등 회사에 소속돼 근무하지만, 외형상 독립된 사업자로 구분되는 업종 종사자를 말한다. 이들은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도급·위탁 계약을 맺기 때문에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소속 조합원(택배기사)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 설립신고서 제출 2개월만에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택배사, 노조법에 정한 단체교섭 응락 등 사용자 의무 불이행

노동부는 택배기사가 ▲지정된 구역 내에서 사측이 정한 배송절차와 요금에 따라 지정된 화물을 배송하는 점 ▲사측이 작성한 업무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어 택배회사와 대리점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점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돼 업무를 수행하고 사용자의 허가없이 유사 배송업무를 할 수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택배사·택배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택배대리점과 택배기사 사이의 계약형식이 ‘용역·도급·위탁 계약’임에도 그 실질은 ‘사용종속관계’와 유사하다고 해석,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택배기사들은 노조법상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인 택배사가 택배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자영업자로만 처우하는 탓이다.

현재 대부분의 택배회사들은 택배기사 개인과의 계약관계만을 인정하고,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노조법에 명시된 사용자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오히려 택배기사에 대한 계약해지, 대리점 폐점 위협 등 부당노동행위로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한다는게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택배사, 근로자가 아닌자가 가입해 택배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

택배노조 김 정책국장 말에 따르면 택배시장 점유율 절반(약46%)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은 대형로펌 ‘법무법인 태평양’을 앞세워 위탁대리점 택배기사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를 행한다.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는 택배업무를 주업무로 한 업무위수탁계약을 대리점과 계약하고, 택배노동자 대부분은 택배사가 아닌 위탁대리점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

근로자가 아닌자가 가입돼 있어 택배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는게 로펌 태평양의 주장이다. 태평양이 지난해 11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택배노동자는)노조법상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로 ‘제3자 업무대체 가능성’을 주장했다. 택배기사가 사정이 생겨 일을 못하는 경우 자기 책임하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소위 ‘용차’라 불리는 대체인력을 통해 택배화물배송을 대신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와 관련된 비용도 택배기사 스스로 부담한다는 주장도 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와같은 이유로 택배사 위탁대리점들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는게 김 정책국장의 얘기다.

택배기사 개인에 대한 계약해지 등 부당노동행위

택배노조의 집단적 교섭요구 거부 이외에도 택배사와 위탁대리점의 부당노동행위도 극심하다는게 김 국장의 얘기다. 택배사와 위탁대리점이 택배기사들에게 계약해지를 한다는 위협과 함께 노동조합 가입을 막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다고 했다. 실제 택배노조는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CJ대한통운을 노동청에 고발했다. 지난해 11월25일 CJ대한통운 부산 금정터미널 직원들이 욕설과 몸싸움 등으로 노동조합 캠페인을 방해했다는게 고발이유다. 또 노동조합 활동이 활발했던 일부 위탁대리점에선 사장이 ‘대리점 포기 각서’를 택배사에 제출하고, 소속 기사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기도 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이런 행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게 김 국장의 말이다.

김진일 정책국장은 “고용부가 택배노조 설립신고서 검토과정에서 ‘제3자 업무대체 여부’에 대한 소명자료를 요청해 검토가 끝난 사안인데, 사용자측은 노동위원회 심문을 이용해 또 다시 검증하려는 거냐”며 “CJ대한통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뿐 아니라 택배노동자들의 실질적 권익을 보장하기 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