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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지방주택시장 공급·세제 대책으론 풀리지 않아 산업·인구·주택 ‘종합 패키지’를…지방 현황과 수요개선 위한 제언

기사입력2025-12-06 00:00

함영진 객원 기자 (yjham@wooribank.com) ㅣ다른기사보기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

지방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미분양 증가가 겹치며 공급 위축, 거래 회복지연,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8월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을 발표하며, 세제·금융·공공매입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지방 건설투자 보강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은 지방 인구감소지역 및 인구감소관심지역에 대한 세컨드 홈 세제 특례 확대다. 양도·종부·재산·취득세 전반에 대한 1세대 1주택 특례 혜택을 강화했다. 이외에 장기일반민간임대 제도를 1년 한시로 복원해 임대주택 등록 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지방 임대사업을 유도한다.

한편 2만3147호(2025년 8월 기준)인 지방 준공 후 미분양 해소 장치도 마련했다. 1주택자가 미분양 주택을 취득해도 종부·양도세 상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특례를 2026년까지 연장했다. CR리츠를 통해 기관투자자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도록 법인 양도소득 추가 과세를 배제해 민간 자본의 시장 유입을 촉진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공공의 역할도 강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6년 5000호의 미분양 주택을 추가 매입하고 매입 상한가를 감정가의 90%까지(종전 83%) 높여 건설사의 현금흐름을 돕는다.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는 HUG가 유동성을 한시 공급하고 환매 옵션을 부여해 부도 위험을 완화한다. 정부가 직접 참여해 주택 공급 유지와 수요 유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다.

지방 주택시장 문제는 단순한 공급·세제 대책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산업·인구·주택이 연결되는 종합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데서 비로소 되살아날 수 있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최근 통계는 정책 효과 발현이 더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지방 세컨드 홈 특례’를 통해 은퇴자나 도시 거주자가 지방에 별장 등 추가 주택을 마련하고 지역 내 생활인구를 늘리길 기대했다. 하지만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2024년 1월 9115호에서 2025년 8월 2만3147호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세컨드 홈 특례가 적용되는 지방 아파트 거래 증가 움직임은 제한적이다. 관련 대책이 발표한 8월 전후를 살펴보면 6월 2만2280건, 7월 2만124건, 8월 1만8943건, 9월 2만1693건으로 큰 폭의 거래증가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기대했던 수요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다.

세컨드 홈 특례 지역을 추가 확대하고 대상 주택 세제 혜택의 공시가격 기준을 9억원까지 완화했지만, 경기회복 지연과 지방 집값 정체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제한된 상황에서 건설경기 회복, 주택거래 활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지방에 한해 다주택자 규제를 풀거나 산업·생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해 실질적 인구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 회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세제와 금융지원이 단기적인 거래 촉진에 그치지 않도록 주택 수 규제를 좀 더 완화하는 것이 좋겠다. 둘째, 공공 매입주택은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이나 귀촌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연계해 실질적 거주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산업 유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일자리와 교육·의료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 한 지방 이탈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 주택시장 문제는 단순한 공급·세제 대책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수요 회복을 위해서는 산업·인구·주택이 연결되는 종합 패키지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택 정책을 넘어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5극 3특’ 같은 메가시티형 정주 여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 주택시장은 단순히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데서 비로소 되살아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