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형편없을 때 tip으로 one penny 놓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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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미국을 읽다 서비스 형편없을 때 tip으로 one penny 놓고 가라 Money metaphor ⑧wholesale, shortchanged, one-penny tip

기사입력2018-08-20 16:42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ㅣ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자본주의 경제 유통구조는 크게 2개의 판매망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소매(retail)망이고, 다른 하나는 소매에 이르기 전 대량으로 상품을 가게(store)나 업체(business)에 공급하는 도매(wholesale)망이다. 도매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망의 중간 연결 역할을 한다. 소매와 달리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 중간의 가게나 업체에 공급하므로, 그 판매의 성격이 저렴한 가격을 기반으로 대규모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 미국영어에서는 도매를 뜻하는 ‘wholesale’의 은유의미가 확장돼서 ‘대규모’ 혹은 ‘상당한 양과 수의’라는 뜻을 나타내게 됐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대규모 변화가 필요할 때 ‘wholesale change’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한 예로 프로스포츠 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대부분 감독부터 밑의 선수까지 대규모로 갈아치울 필요가 있으며 이때 팬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팀을 다시 재정비해야 함을 역설하게 된다.

This team must make a wholesale change.

스포츠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의 다른 상황 속에서도 ‘wholesale’이라는 형용사가 ‘대규모적인’의 뜻으로 쓰이는 것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 어느 회사가 사원을 대량으로 감원하는 경우 이를 흔히 ‘wholesale discharge (layoff) of workers’라는 표현을 쓴다. 가령 한 회사가 구조조정(restructuring)을 주요 이유로 상당수의 사원을 해고한 경우 다음과 같이 보도될 것이다.

There was a wholesale discharge of workers in this company as a major part of its restructuring effort.(이 회사에서는 구조조정의 주요 부분으로 대규모 감원이 있었다.)

눈을 소매(retail)쪽으로 돌려보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을 지불한 후 잔돈(change)을 받곤 한다. 이 때 계산 착오로 잔돈을 덜 받게 되면 비록 그것이 고의적인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불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영어에서는 잔돈을 덜 받은 상황(shortchanged)이 실망감의 의미로 은유 확대돼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큰 기대를 갖고 어떤 공연에 갔는데 공연 시간도 내용도 실망스러웠을 때 이 표현을 쓰면 그 실망감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

Many fans felt shortchanged after the show because their performance was not only shorter than expected but it was also not so spectacular as the last time.(많은 팬들이 그들의 공연이 기대보다 짧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번만큼 현란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망했다.)

서비스가 엉망인 waiter나 waitress에게는 one penny tip을 남기는 것이 손님으로서의 실망감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반대로 이 표현을 never와 같은 강한 부정어와 함께 쓰면 어떤 서비스에 대해 흠잡을 곳이 없이 최고로 만족한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Whenever I go there, I never feel shortchanged. They are so kind and caring.

끝으로 미국 화폐의 최소 단위인 penny와 관련된 간단한 일화를 소개한다.

필자가 유학시절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경제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Philadelphia의 한 유명 일식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우리 가족을 담당한 waitress는 동남아계 여성이었는데, 처음에는 매우 친절하다가 우리가 다른 손님들에 비해 비싼 음료도 안 시키고 아이 때문에 다소 몇 가지 부탁을 하자, 얼굴 표정에 ‘tip도 별로 안 나올 것 같은데 성가시게 구는 귀찮은 손님’이라는 짜증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에 check을 요구했을 때 가져다 주면서 ‘Just to make sure. This doesn't include tips.’라고 말했을 때 모욕감을 느낄 수준이었다.

필자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어서 manager를 불러서 항의를 했는데 역시 수준급 레스토랑의 manager답게 그녀는 우선 우리 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다음과 같이 그 waitress에게 tip을 전혀 안 주기보다는 그녀의 서비스에 대한 모욕감을 더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 one penny를 놓고 가기를 추천했다.

I'm so terribly sorry to hear that. I suggest that you leave one penny tip for her so that you send a strong message to her.

그리고는 그 매니저는 미안함의 표시로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후식으로 제공했으며, 우리 부부에게 다음에 오면 쓸 수 있는 $20짜리 voucher도 선물로 제공했다.

그녀의 진솔한 반응과 마음 씀씀이에 기분 나쁜 감정이 많이 녹아들게 되었다. 그날은 같은 아시아계 사람을 낮춰 보고 폄하하는 씁쓸한 경험 직후 그 매니저의 따뜻한 마음씨와 배려 덕분에 급격히 기분이 좋아지는 roller coaster를 탄 것과 같은 경험을 한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동시에 서비스가 엉망인 waiter나 waitress에게는 one penny tip을 남기는 것이 손님으로서의 실망감을 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문화적 학습도 소중하게 다가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