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동결 요청”에만 주목하는 언론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최저임금 동결 요청”에만 주목하는 언론 방기홍 한상총련 회장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구조적 문제 해결과 보조 맞춰야”

기사입력2019-02-15 17:2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청와대가 14일 역대 처음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청와대에 초청했다. 그동안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만남에 함께 했던 것과 달리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독립된 정책대상으로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사진=청와대>

청와대가 14일 역대 처음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청와대에 초청했다. 그동안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만남에 함께 했던 것과 달리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독립된 정책대상임을 확인시켜준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정부 최초로 청와대에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한 점을 언급하며, 자영업 정책이 경제정책의 중요한 한 분야, 독자적인 영역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임대료·카드수수료·인건비 등의 비용문제, 자영업자 재기와 혁신, 규제개혁 등의 주제로 질의응답이 오갔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주제는 단연 최저임금 정책이었다. 간담회 이후 모든 매체들은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의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 요청’ 발언에 주목했다.

상인들 “최저임금 동결을”···文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중앙일보)”, 靑에 간 자영업자들 “최저임금 동결” 요청(국민일보), “최저임금 동결” 청와대서 쏟아진 자영업의 하소연(한국일보), “아예 최저임금 동결해 달라”…쓴소리 쏟아낸 자영업자들(매일경제TV) 등과 유사한 제목을 단 기사들이 최저임금 인상 반대가 마치 이날 소상공인들의 주요 의견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뒷이야기를 들어보면 방 회장의 해당 발언은 언론에서 알려진 것과 다르다. 방기홍 한상총련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찬성해온 상인으로서 아프지만 질문을 드리겠다”고 전제하고 발언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문제는 100% 중 90%가 다른 문제에서 비롯되고, 10%도 안되는 부분이 최저임금으로 인한 문제인데, 모든 자영업의 문제가 최저임금으로 귀결되는 것은 맞지 않다. 선제적으로 다른 문제들이 해소된 다음에 최저임금을 올렸으면 반발도 없었을 것이다. 2년동안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오른 것도 사실이니,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을 좀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는 게 방 회장 설명이다.

이어 방회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문구업에 30년 종사하며 자영업자로 살면서 어느 정부에서도 자영업자를 경제 주체로 인정한 적이 없었고, 자영업에 대한 인식의 큰 변화가 지금과 같은 경우가 없었다”며 “이번 오찬 역시 현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였다”고 평가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과 함께 사진 찍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방 회장은 처음 초대를 받았을 때는 200여명이라는 많은 수의 초대인원을 보고 ‘심도 있는 대화는 어렵지 않겠는가’, ‘요식행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나 행사 당일 대통령이 보여준 자영업자·중소상인에 대한 인식은 관계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장관들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관계 장관에게 질문을 한 후 장관이 답변을 하면, 대통령은 미진한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을 통해 재차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카드협상권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면, 금융위원장은 “특정단체에 협상권을 줘 그 단체만 수수료를 내려주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지만, 문 대통령은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경우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 그렇게 확장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며 실현가능한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방 회장은 “나 살기 힘들다고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에게 같이 죽자고 할 것이 아니라, 나도 살고 노동자도 함께 살아갈 방법을 구조적 문제 해결을 통해 찾아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의 관심도 한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발표된 자영업 종합대책도 실질적으로 추진되고, 효과가 검증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