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거래, 사회적 교섭 통해 대등관계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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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종속거래, 사회적 교섭 통해 대등관계로 전환 전속대리점, 실질은 가맹거래…단체구성권·단체교섭권 보장해야

기사입력2020-02-11 09:4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10대 중요 개혁과제

중기이코노미는 출범 3년차인 문재인 정부에서 뚜렷한 추진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재벌개혁과제와 경제민주화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가 제안한 10대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싣는 순서-

1. 독과점시장에 대한 구조개선 명령제 도입

2. 손자회사 규제 등 지주회사의 경제력집중 억제

3.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도구 공익재단·금융계열사·자사주 등 규제

<上>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탈법행위에 악용 차단

<下>재벌기업집단 금융회사의 계열회사에 대한 의결권제한 강화

4.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편법 경영권승계수단 ‘일감몰아주기’ 규제

5. 독립적 이사의 선출을 통한 이사회의 견제기능 강화와 지배구조 개혁

6. 중소기업의 거래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권 강화

<上>가맹점·대리점 단체 교섭권 현실화

<下>이익공유제의 실현

7. 하도급과 가맹·대리·유통에서의 ‘갑질’ 불공정행위 근절

8. 소상공인 적합업종과 골목상권 보호 및 소상공인 협업 강화

9. 소비자 구제와 불법행위 견제를 위한 집단소송과 징벌손배 도입

10. 전속고발권 제도 폐지 및 검찰 지자체 등과의 협력행정 강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은 대·중소기업 격차 심화와 함께 경제력집중을 가져와 기업·사회 양극화의 구조적인 원인이 된다. 대-중소기업이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조건을 교섭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환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계속적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주체 사이에서 경제적 약자인 단체가 구성원을 대표해 협상함으로써, 거래조건이나 경제적 지위를 개선해 온 대표적인 제도가 노사간 단체교섭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김남근 변호사는 “근로조건의 거래를 둘러싼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납품·가맹·대리점·하도급 분야 등 종속적 거래관계에서 중소기업이나 점주가 단체를 구성하고, 대기업과 사회적 교섭을 통해 거래조건과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플랫폼경제가 발달하면서 플랫폼대기업과 종속적 거래관계를 맺은 독립사업자의 지위는 노동조합에 의해 보호받는 노동자에 비해 더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저임금노동자 문제도 하도급중소기업과 노동조합 간 단체교섭 이외 대기업 본사와의 사회적 교섭을 병행해, 다면적 사회적 협약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견해다.

가맹점주단체, 본사에 협의 요청할 수 있지만…강제성 없어

2013년 8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가맹점주의 단체구성권이 도입됐다. 이후 전국적으로 50여개 가맹점주단체가 구성됐고, 2만여명의 가맹점주가 가입한 34개 가맹점주단체가 모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를 결성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500개이상 가맹점을 보유한 가맹본사가 53개인 점에 비추어보면, 대기업 규모 프랜차이즈 대부분에서 가맹점주단체가 활동한다.

가맹점주단체들은 지금까지 가맹점주와 본사 간의 갈등을 상생협약을 통해 해결했다. 전가협에 따르면 2016년 15건의 집단분쟁이 발생해 13건의 상생협약이 체결됐다. 2017년에는 15건의 집단분쟁이 발생해 10건의 상생협약을 체결했고, 2018년에는 18건의 집단분쟁 중 12건의 상생협약이 있었다. 정관장·미스터피자·피자헛·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기업 가맹사업을 중심으로 매년 상생협약이 이뤄지고. 정기적인 교섭과 협의를 진행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개별 가맹점주와 가맹본사와의 분쟁도 크게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가맹사업분야 분쟁조정 접수현황에 의하면, 조정건수는 2008년 357건에서 2018년 805건으로 10년동안 2배이상 증가했다.

가맹점단체 중 편의점업계 가맹점주는 심야영업 강제 등 본사가 요구하는 영업방식으로 저임금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하고, 가맹수수료가 35~50%에 달해 영업이익 수준이 낮다. 편의점주단체가 일본 편의점의 상생모델인 최저수익보장제와 본사와의 실효성을 갖는 교섭권을 요구하는 이유다.

가맹사업법 제14조의 2에 따르면 가맹점주단체가 본사에 거래조건 협의를 요청하면, 본사는 교섭에 응해야한다. 그러나 가맹본사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도, 그에 따른 처벌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가맹점주단체의 교섭권이 현실에서 보장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가맹사업법에 상생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절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이를 불공정행위 한 유형으로 보아 제재하는 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주에게도 단체구성권과 단체교섭권 보장해야

자동차·이동통신·우유·주류·식료품 등의 판매 대리점주단체는 가맹점주단체 보다 더 일찍 구성됐고, 본사와의 사회적 교섭 경험도 더 많다. 대기업의 심각한 불공정거래 문제를 세상에 알린 남양유업 사건의 주체도 남양유업 대리점주단체였다.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한 가맹점주들은 그동안 상생교섭을 둘러싼 분쟁을 통해 상당부분 상생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전국의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이 본사인 아모레퍼시픽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상생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사와 사회적 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같은 취지로 2015년 제정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사회적 교섭과 협약에 대한 내용은 없다.

김 변호사는 “가맹점거래와 대리점거래에서 점주에 대한 보호수준이 상당한 격차가 벌어지자, 대기업 본사들은 가맹점거래를 회피하려는 편법을 동원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브랜드를 사용하는 공식적인 가맹점수수료는 받지 않고, 점주가 필수적으로 본사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 물건의 가격을 시중가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광고비 등 다른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취급제품의 50% 이상을 특정 본사에서 공급하는 물품판매에 의존하는 전속대리점주의 경우 거래의 종속성이 가맹사업과 동일하다면서, 이들에게 대리점주단체 구성권과 교섭권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