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소비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코로나19 이후 소비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온라인 주문·비대면 배송 등 언택트(Untact) 마케팅 확산될 듯

기사입력2020-04-01 11:07

대형마트와 영화관 등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확진자의 방문으로 일시 휴업을 하는 일은 사태의 시작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 시작했고,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이 될 만한 현명한 행동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무리 무섭더라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소비자들은 감염병의 공포에서 안전한 소비활동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도시를 중심으로 구축된 온라인과 배송 인프라는 감염병 위기 시대에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 온라인과 비대면 배송을 중심으로 한 소비시장의 변화에 코로나19가 가속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코로나19가 그랬든, 소비시장 변화도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상륙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에도 이 변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발 소비시장의 변화=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불러온 중국 소비시장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월 들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연휴를 연장하고 국민들에게 외출자제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

자연히 오프라인 소비 심리가 위축된 반면, 온라인을 통한 생필품 소비가 급증했다. 보고서는 “특히, 신선식품에 대한 ‘구매 러시(치앙꺼우)’ 현상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리테일기업 징동의 1월말에서 2월초 사이 온라인 채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0% 늘었다. 육류 및 계란 등 식자재 소비도 400% 이상 증가했다.

SSG닷컴은 자사의 배송시스템 쓱배송의 주문 마감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보다 20%p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SSG닷컴>

보고서는 또, 80~90년대생 중심이던 온라인 구매가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년층 소비자에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위주로 운영돼 온 식당과 마트들도 온라인 플랫폼들과 손을 잡고 O2O 배송 서비스를 신속히 도입하고 있다. 특히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배송이 중심이다.

판매뿐만 아니라 배송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배송자에게 물건을 직접 전달받는 것보다 비대면, 무접촉 방식을 선호하게 된 탓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주요 온라인 플랫폼기업들이 휴대폰 문자나 모바일 앱을 통해 배송정보를 공유하고, 택배를 자택 또는 단지입구 지정위치까지만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문 시 배송장소를 미리 결정하는 방식 외에, 배송자와 소비자간 협의를 통해 장소를 지정하는 방식을 도입한 경우도 있다.

보고서는 “사스 사태 이후 80·90세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패션·화장품 등 소비재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 돼 왔으나, 향후 식품·의약품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중년층·소도시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온라인 소비행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터넷 및 모바일 사용률이 저조했던 17년 전 사스 발생 시기에 비해, 한층 성숙된 전자상거래 인프라와 보편화된 인터넷·모바일 사용에 힘입어 신선·가공식품 등 생필품의 온라인 구매와 O2O 배송 수요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무인배송과 스마트 물류시스템 구축 등 항바이러스, 고효율적 상품 배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중국은 AI, 로봇, 빅데이터, IoT 기술 접목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서도 가속붙은 비대면 서비스=한국은 본래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컸지만, 코로나19 확산기를 맞아 비대면 구매의 확대 추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1월28일 이후, SSG의 배송시스템 ‘쓱배송’의 주문 마감률이 전국적으로 평균 93%선까지 상승했다. 특히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시점 이후 전국 평균 주문 마감률이 99.8%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마감률인 전국 평균 80%에 비해 거의 20%p 증가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네이버와 손을 잡고 배달서비스를 3월부터 시작했다. <사진=BGF리테일>

피해가 컸던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은 2월23일 당시 5일 후인 28일까지 지정 가능한 시간대별 예약배송이 모두 마감되기도 했다.

SSG닷컴은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장보기가 폭증하자, 자사의 배송시스템인 ‘쓱배송’의 처리물량을 2월말 들어 지역별로 최대 20%까지 늘렸다.

배송서비스 활용이 폭증하면서 편의점도 배송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기 시작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네이버와 통합관리서비스 제휴 계약을 맺고, 업계 최초로 네이버 간편주문을 통해 구매한 제품을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배달서비스를 3월부터 시작했다.

2개 파일럿 점포에서 테스트 운영을 진행하고, 올해 상반기 안에 전국 3000개 점포로 배달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모바일로 네이버에 접속해 CU를 검색하면 반경 1.5km 이내에 있는 점포에서 260여 가지 상품들을 주문할 수 있다.

CU는 2010년부터 배달서비스를 시작했고, 2019년 모바일 플랫폼 요기요와 제휴해 배달서비스를 늘려왔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 들어 배달 전용 1+1 행사를 도입한 끝에 평소보다 약 20% 가량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고, 배달실적 상위 점포에서는 하루 최대 200건 이상 주문 접수를 받기도 했다.

비대면 배송 역시 증가하고 있다. 쿠팡은 2월부터 고객을 직접 만나는 대신 문 앞에 물건을 두거나 택배함에 맡기는 비대면 배송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수그러들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나홀로 경제 바람 타고 지속 전망=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가속이 붙었지만,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수년전부터 존재해왔다. 비대면 서비스를 지칭하는 신조어, 언택트(Untact)가 유행한 것은 2018년의 일이다.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접두어 Un을 붙여 만든 신조어로, 비대면 서비스 등의 소비트렌드 일체를 일컫는 말이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내놓은 ‘Alone 세대와 Untact 마케팅’ 보고서는,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혼밥이나 혼술로 대표되는 ‘나 홀로(Alone)’ 문화가 대유행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언택트는 나 홀로의 삶 혹은 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며, 일행이 있더라도 원치 않는 타인과의 접촉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수단”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택트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다수는 일행이 있는 경우보다 나 홀로 소비하는 고객층이며 결과적으로 나 홀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언택트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넓게 보면 커피숍의 모바일 주문, 패스트푸드점이나 약국의 키오스크 도입 등도 언택트 마케팅의 사례다. 보고서는 여기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는 피팅이 가능한 AR미러를 설치하거나 VR스토어를 개설하는 등 AR이나 VR을 활용한 언택트 마케팅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롯데 백화점의 가상 피팅존이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