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부정적 기업제품 의도적으로 구매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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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ESG에 부정적 기업제품 의도적으로 구매 안해 기업이 대응 못하는 분야로는 “지배구조” 첫 손 꼽아

기사입력2021-05-31 14:32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최근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제재를 받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진=뉴시스>

남양유업은 지난 27일 홍원식 회장이 보유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최근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과장해 발표했다,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일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사건 이후 홍원식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발표하면서 회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사실 남양유업을 둘러싼 논란은 한 두해의 일이 아니었다. 2013년 알려진 대리점 갑질 논란이 대표적이다. 대리점에 물건 밀어내기식 강매를 한다는 논란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불매운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수년 째 지속됐다는 점, 사안이 소비자 개개인의 이익을 넘어서서 기업의 경영활동과 연관됐다는 점 등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ESG 경영 역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이다. 소비자 70.3%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구매에 영향을 주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63%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친환경·사회공헌·근로자 우대 등 ESG 우수기업 제품의 경우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추가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88.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혁 고려대 교수는 “ESG 경영은 투자 유치, 매출 상승 등 긍정적 효과도 발생시킬 수 있지만 문제발생을 방지하는 리스크 관리 측면의 효과도 크다”며 “SNS, 동영상 플랫폼 등의 발달로 기업의 ESG 관련 이슈가 쉽게 대중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만큼 ESG 경영에 보다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등 지배구조 대응 미진’ 인식 높아=한편 ESG 분야 중 기업이 가장 대응을 못하고 있는 분야로는 지배구조(G)라는 응답이 4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환경(E)이 35.0%, 사회(S)가 23.7% 순이었다.

ESG 분야별로 기업들이 관심을 둬야 할 이슈를 살펴본 결과, 먼저 환경분야(E)는 플라스틱 과다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36.7%)이 첫 손에 꼽혔다. 이어 기후변화 가속화(21.0%), 환경호르몬(19.7%), 미세먼지(15.0%)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사회분야(S) 이슈로는 일자리 부족(31.7%)을 선택한 국민들이 가장 많았고, 근로자 인권 및 안전(31.0%)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소득 양극화(14.0%), 비정규직 문제(9.7%), 협력사 관계(7.0%), 전근대적 기업문화(6.3%) 순이었다.

기업이 관심을 둬야 할 지배구조(G) 이슈로는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36.3%)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 회사 자산 사적유용 등 경영진의 모럴해저드(32.7%), 일감 몰아주기(12.0%), 이사회 및 감사기구 역할 강화(10.3%), 소액주주 권리 강화(8.3%)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전세계적으로 ESG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민들도 기업의 ESG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특히 우리 국민들의 인식변화에 따라 이제는 기업들은 ESG에 기반을 둔 경영활동을 펼쳐나가는 것이 필수조건이 됐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주주 이익과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응답이 5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기업의 역할로 여겼던 주주의 이익극대화는 9.0%에 그쳤고, 주주가 아닌 사회구성원의 이익이라는 응답은 39.7%를 차지했다.

기업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소비자가 신뢰할만한 제품 생산(32.3%)을 꼽은 국민들이 가장 많았다. 그 밖에 일자리 창출(23.3%), 사회공헌 통한 사회적 책임 강화(17.0%), 국가경제 발전 기여(14.7%), 근로자 복지 향상(7.0%), 협력업체와의 상생(4.0%), 지역사회 발전 기여(1.7%)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윤철민 대한상의 ESG경영팀장은 “전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지속성장은 물론 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