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반독점법안 발의…美 규제로 바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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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플랫폼 반독점법안 발의…美 규제로 바뀐 이유 GAFA 시총 美 GDP 28%…국내에서도 덩치 키우는 네이버·카카오

기사입력2021-08-3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른바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라 일컬어지는 거대 플랫폼으로의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하원에서 반독점법안 패키지가 발의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전통적인 경쟁법으로는 다루기 어려운 ‘플랫폼 경제’에 대응할 새로운 경쟁정책 방향이 수립돼야 할 시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미국의 플랫폼 반독접법안 도입과 시사점’ 보고서는, 유럽과 달리 오랜 기간 동안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던 미국의 입장이 변화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 미국의 플랫폼 반독점법안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반독점법안’ 패키지=플랫폼 밥독접법안은 규모가 크고 핵심거래 파트너인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하는데 사실상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을 겨냥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5000만명 이상 또는 월간 활성 이용업체 수가 10만개 이상이고, ▲연간 순매출 또는 시가총액이 6000억 달러(약 700조원)이상이며, ▲핵심거래 파트너에 해당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그 대상이다.

패키지 법안 중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은 빅테크의 불법적인 차별행위를 규율한다. 지정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타 업체보다 우대하거나, 타사 상품을 배제하고 불이익을 주거나 또는 유사한 상황의 업체들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위반행위에 대해 경쟁당국은 법원의 승인하에 긴급중지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은 플랫폼이 이해상충을 일으킬 만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금지한다. 지정 플랫폼이 본 플랫폼 외에 다른 사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면서, 그 사업의 소유 또는 지배가 자사 상품을 우대하거나 경쟁사 상품을 불리하게 만들 능력·유인을 제공하는 경우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보고서는 이 법은 이해상충 여부 판단시 현재 뿐만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도 고려한다는 점에서 더욱 급진적인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서비스 전환 활성화를 통한 경쟁과 호환성 증진법률’은 데이터의 중요성과 이와 관련한 전환 비용에 주목해,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거대 플랫폼을 규율한다.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사업자와 소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측면의 경쟁과 혁신을 저해하고 다양한 데이터 결합으로 창출되는 시너지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플랫폼 경쟁과 기회 법률’은 거대 플랫폼이 타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을 견제한다. 빅테크가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이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혁신을 저해하고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국내도 경쟁정책적 쟁점 등장=우리나라에서도 플랫폼과 관련해 유사한 경쟁정책적 쟁점들이 존재한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것은 플랫폼이 자사의 상품을 우대하는 행위(이하 자사우대)다. 또, 플랫폼이 입점업체와의 배타적 거래를 통해 경쟁사업자의 사업 기회를 차단할 우려도 있다. 배달앱 플랫폼에서는 플랫폼과 인수합병 시도, 음식점 수수료 정책에 대한 논란, 배달노동자의 처우 등 다양한 쟁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쟁당국인 공정위는 플랫폼 반독점 규제에 있어 미국에 비해 다소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봤다. 공정위는 플랫폼 분야의 갑을관계 개선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소비자에 대한 기만적 행위에 대해서는 전자상거래법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기존 법 체계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 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서는 법률 개정보다 별도의 심사지침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덩치 키우는 국내 플랫폼=2021년 7월 현재 미국 시가총액 1위에서 5위 기업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순이다. 약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최소 5배(애플)에서 최대 16배(아마존) 상승했다. 2012년 GAFA 시가총액의 합은 미국 전체 상장기업의 5%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15% 수준이 됐다. 또 2020년 기준, GAFA 시가총액의 합은 미국 GDP의 약 28%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거대 플랫폼에 가깝다. 지난해 말 각각 시가총액 6위와 9위를 차지했던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들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시가총액 3, 4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2012년에 두 기업 시가총액의 합은 전체 상장기업 대비 1%였으나 2021년 7월에는 5%에 이르렀다. 2020년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의 합은 우리나라 GDP 대비 약 7%에 해당하며 그 덩치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