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트’…아이패드로 담은 복합적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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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디지털 아트’…아이패드로 담은 복합적인 감상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잡동사니 작가

기사입력2022-01-28 10:03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현재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NFT가 아닐까!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며 메타버스 시대를 코앞에 마주한 우리에게 NFT의 중심이 될 ‘디지털 아트’는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영국의 대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이미 10여년 전 아이패드 드로잉을 선보이며, “이것은 단순히 디지털 드로잉이 아닌 그림을 유통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이제 그가 예견한 시대의 모습이 점점 구체화돼 가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클래식 기법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일상을 기록해 특유의 감각적 표현을 공유하는 ‘잡동사니’ 작가를 만나본다.

‘그곳의 아침’, 아이패드, 2021.

Q. 간단히 자신의 소개를 해달라.

안녕하세요. 화가와 사회인 경계 어딘가에서 방랑하고 있는 작가 잡동사니입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면.

일상적이고 반복되는 곳에서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 포착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을 기억해 그림으로 남기고 있어요. 작품세계라고 하니 조금은 낯설고 부끄럽긴 합니다. 그림에 대한 미련과 희망, 도피 그 중간 어디쯤에서 막연히 그림을 그렸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충실히 보내며 작업을 이어나간 게 전부니까요.

Q. 일상의 순간들을 작품으로 다루게 된 계기가 있는가?

저는 생활 반경이 넓지 않은 편이에요. 호기심은 정말 많은데, 겁이 많은 탓에 새로운 경험이나 이슈에 대해 조금은 무서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 경험의 폭과 생활 반경은 매일 똑같은 출퇴근길, 집 앞, 동네 정도로 국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생활 반경이 좁으니 같은 곳을 계속 지나다니게 되고,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주변환경들이 시각적으로 누적이 돼 인상적인 찰나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가 잘 담긴 대표작을 추천해준다면?

지금 소개해드리는 그림들은 전부 다 같은 장소입니다. ‘그곳의 아침’을 그린 장소에서 바로 뒤를 돌면 ‘8차선 건너’ 작품 속 풍경이 보이고, 여기서 낮이 되면 ‘집에 가는 길’이 돼요. 제가 매일 출퇴근하던 길이기도 하고, 그 전부터 학교나 학원을 다니던 길이기도 하거든요. 특별한 애착이라거나 큰 의미가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저에겐 시각적으로 누적이 많이 된 곳입니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그날의 기분이나 날씨 혹은 개인적인 사건 등등 정말 다양하고도 복합적인 감상이 얽혀 매일 보게 되는 장면도 인상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또 시각적으로 익숙했기에 그 장면을 가장 나답게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내가 서 있는 시점, 각도, 날씨나 시간에 따라 정말 다른 인상을 갖게 되니까요.

Q. 본인의 작품세계 형성에 영향을 준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집에 가는 길’, 아이패드, 2021.

데이비드 호크니입니다. “있는 그대로 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절대 같은 걸 볼 수 없다”, 스스로 작가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그런 저에게 호크니의 말이 작업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확신을 갖게 해 줬습니다. 그리고 호크니는 아이패드 드로잉의 시초이기도 하구요.

Q. 주로 디지털 드로잉 기법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선호하는 도구가 있는가?

최근엔 모든 작업을 아이패드로 진행했습니다. 아이패드를 가까이 한지 이제 벌써 4년이 되어 가네요. 한참 수작업으로 그림을 그렸던 대학시절엔 수채화와 유화를 선호했어요. 처음 그림을 접한 게 수작업이다보니 디지털로 넘어왔을 때는 정말 어색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작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질감이나 색을 팔레트에 섞어가며 쓰는 느낌이 부족했거든요. 계속해서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 들었고, 저 스스로도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는데, 꾸준히 작업을 해오다 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수작업의 느낌을 많이 구현할 수 있게 된 것 같긴 해요.

무엇보다 재료 값이 안들고 장소의 제한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은 디지털 작업은 Ctrl+Z 같은 전단계로 되돌리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선택을 위해 너무 많은 사소한 고민들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Q. 메타버스 시대에 어울리는 작가란 생각이 드는데, NFT외 앞으로 활동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 있는지?

NFT! 사실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은 공부가 더 필요할 것 같지만 조만간 도전해 볼 예정이기도 하고요. 전부터 해왔던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디지털로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수작업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면 디지털 작업을 어떻게 시장에서 판매할 것인가? 어떻게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또 디지털 복제는 너무나 쉽고 흔한 일인데, 나의 디지털 작품이 작품성과 희소성을 가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시대가 변화하면서 NFT라는 게 등장했으니 아마 어느 정도는 제 고민에 방향성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요. 물론 블록체인이나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부족해서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이렇게 시대가 바뀌면서 찾아오는 변화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Q. 작가로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제 시야에 담긴 무언가를 어떻게 생생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큽니다. 사진으로는 제가 바라보면서 받았던 느낌뿐만 아니라 분위기, 감상, 이미지 같은 걸 표현하긴 힘든 것 같거든요. 같은 곳을 바라봐도 완전히 다른 감상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냥 그런 감상을 잘 녹여내고 싶고 그 감상을 최대한 생명력 있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싶어요.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찬용 전시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