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시장인데 ‘레고랜드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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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시장인데 ‘레고랜드 쇼크’ 김진태 강원도 지사를 비롯 여당과 정부는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기사입력2022-10-25 14:33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자금시장이다. 돈줄을 죄는 금융당국의 정책에, 영세 자영업자부터 기업들까지 돈 가뭄으로 사면초가 형국이다. 벌써 어느 건설회사가 위험하다, 어디가 부도날 것 같다는 둥 소문도 유령처럼 떠돈다. 기름을 부은 건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보증을 선 채무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부터다. 지난달 28일 레고랜드 사업주체가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해 변제능력이 없다며,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기업회생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증에 대한 이행보다 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을 선택한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결정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시장에 불러올 일파만파의 나쁜 영향에 대한 고려도 없었다. 경제규모로 세계 10위권 안에 있고, 국제신용도도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불이행 선언이 어떤 평지풍파를 불러올지 조금이라도 살폈더라면 이런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강원도가 보증 철회만 하지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였다.

영세 자영업자부터 기업들까지 돈 가뭄으로 사면초가 형국이다. 벌써 어느 건설회사가 위험하다, 어디가 부도날 것 같다는 둥 소문도 유령처럼 떠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물론 레고랜드 운영과 사업에 대해 전 지사와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방만한 운영이나 적자가 커진다면 바로 잡는 것도 단체장의 일이다. 그러나 살얼음판에 바윗돌을 던지듯 충격으로 온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는 처사는 이해할 수 없다. 당장 지방정부와 국가가 담보한 채권조차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금조달 창구는 얼어붙었고, 신용도가 낮은 개인이나 기업은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건설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김진태 지사의 발언이 진원지다. 그 책임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김진태 지사 발 레고랜드 쇼크에, 정부는 부랴부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50조+α를 투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긴급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50억원 채무불이행이 불러온 쇼크를 막기 위해 50조원을 투입(?)하는 정부, 그러나 뒤늦은 조치조차도 시장에 약발이 먹힐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또 지자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와 금융당국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비판도 있어야 한다.

제2의 대처가 되겠다던 영국 트러스 총리가 44일에 사퇴했다. 73조원 규모의 감세안으로 경제 회생의 마중물을 만들겠다던 총리에 계획에 시장이 정반대로 반응했다. 파운드화가 연일 폭락하고 신용평가회사는영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자국의 혼란만이 아니었다. 영국의 감세안은 세계 금융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안겼다. 총리가 물러나고 감세안이 철회되면서 비로소 안정화됐다. 그러나 어설픈 총리의 섣부른 감세안에 영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깊은 상처를 입었다.

김진태 지사의 채무불이행 선언과 번복으로 빚어진 이번 사태는 강원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에 대혼란을 가져왔다. 사과로 대충 끝낼 일이 아니다. 정치가 경제를 돕지는 못할망정, 혼란만 가중시키는 정치인은 필요치 않다. 영국 트러스 총리의 사퇴는 영국 국민들의 뜻이다. 김진태 지사, 몇 번이나 거친 말과 편협된 행동으로 국민들의 눈 밖에 났다. 이제는 국민들의 인내도 한계에 이르렀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도 같은 책임이 있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