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곳에 자라나는…플라스틱 산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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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예술 ㅣ 예술경영 생각지 못한 곳에 자라나는…플라스틱 산호초 플라스틱은 신의 선물인가, 악의 저주인가㊥

기사입력2022-11-09 00:00

안진국 객원 기자 (critic.levahn@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안진국 미술비평가(‘불타는 유토피아’, ‘비평의 조건’ 저자)

우리는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아니 잠들어 있을 때조차도 플라스틱을 만진다. 플라스틱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곳곳에 침투해 있다.

심지어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도 플라스틱이 존재한다. 해양학자 찰스 무어(Charles Moore) 선장은 1997년 알갈리타해양조사재단의 해양관측선 알기타호(Alguita)를 타고,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로 항해하던 도중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1600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발견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렸다.

이 쓰레기 섬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 일명 GPGP)’로 불리는데, 그 크기가 작은 규모의 일반적인 섬보다 컸다.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그 어떤 인공물보다 큰 크기다.

이렇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한곳에 모여 거대한 섬처럼 된 것은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섬을 구성하는 쓰레기 중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플라스틱이었다.

이 섬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벨기에 미술가 마텐 반덴 아인드(Maarten vanden Eynde, 1977~)는 이 섬에 관해 관심이 컸다.

마텐 반덴 아인드, ‘플라스틱 산호초’, 2009~2013년, 해양쓰레기, 500×450cm, 2019, 그리스 아트 스페이스 피타고리온 설치, Photo by Panos Kokkinias, Maarten Vanden Eynde, Courtesy of the artist.

그는 찰스 무어가 발견한 쓰레기 섬 기사를 읽은 후, 이 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2009년 1월 무어 선장을 직접 찾아갔다. 그리고 무어 선장이 선뜻 건네준, 1997년 발견한 쓰레기 섬의 플라스틱 잔해 표본을 작업실로 가져와 이곳저곳 열을 가해 녹여 축구공만 한 크기의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 작품에 ‘플라스틱 산호초(Plastic Reef)’라는 제목을 붙여, 2009년 2월에 개최된 ‘이것은 발생하기 전의 미래다(This is the Future Before it Happened)’ 전시에 선보였다. 그가 작품에 이 제목을 붙인 이유는 플라스틱 조각들이 녹으면서 엉겨 붙으며 유기체 같은 형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산호초를 연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플라스틱 산호초’ 작품은 마치 생명체처럼 그 크기가 계속 커졌다. 그 이유는 작가가 직접 5대 해양 환류 지역을 다니면서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집해, 축구공만 한 이 작품에 계속 덧붙였기 때문이다.

마텐 반덴 아인드는 처음으로 2010년 1월 해양탐사선 씨드래곤호(Sea Dragon)에 합류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그는 바다의 쓰레기 섬을 직접 봤고, 거기서 396킬로그램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왔다. 그것을 녹여 작은 ‘플라스틱 산호초’에 덧붙이기 시작했다. 그는 플라스틱을 녹여 덧붙이는 작업을 하면서도, 동시에 플라스틱의 해양오염을 경고하는 강연과 워크숍을 세계 곳곳에서 진행했다.

‘플라스틱 산호초’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시됐는데, 그 동안에도 작가는 바다에서 폐플라스틱을 수집했다. 전시가 거듭되면서 ‘플라스틱 산호초’에는 작가가 5대 해양 환류에서 수집한 폐플라스틱이 계속 덧대어지면서 그 크기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가로세로가 약 5미터에 무게가 1톤가량 되는 초대형 ‘플라스틱 산호초’가 됐다. (계속, 중기이코노미 객원=안진국 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