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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철도 산재사망도 현장 책임으로 돌리겠단 건가
안전인력·예산 확충 등 정부 책임 크다
- 기사입력2022-11-1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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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영등포역을 찾은 원희룡 장관 앞에서, 철도노조는 안전인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대화와 해명을 요구했다. 거듭된 산재 사망사고의 책임은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전국철도노동조합>해외출장을 마치고 9일 귀국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곧바로 영등포역으로 이동했다. 지난 6일 무궁화호 탈선에 따른 복구작업이 지연되면서, 7일까지 각종 열차와 지하철 운영에 차질을 빚은 사고 현장이다.국토부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원 장관이 “오봉역 사고 및 무궁화호 궤도이탈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사고경위를 보고받은데 이어, 원 장관은 철도공사 현장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견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이날 있었던 일 중에 국토부 보도자료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이날 원희룡 장관에게 거듭된 산재 사망사고 발생에 대한 대화와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찾아볼 수 없는 것이 한가지 더 있다. 노조 측은 오봉역 등 산재 사망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며 “정원 감축계획 철회”나, “안전인력 충원” 등의 피켓을 들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국토부 보도자료에 담긴 원희룡 장관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원 장관은 이날 “특별 점검과 감사를 통해 철도공사에 대한 전면 쇄신을 추진할 것”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싹 다 바꾸고 한국철도의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고 안전 철도로의 대전환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면 쇄신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꺼내들었지만, 이 쇄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철도노조는 안전 문제의 책임이 온전히 현장과 근무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원 장관에 앞서 6일 현장을 찾은 어명소 2차관의 “관행적인 안전무시 작업 태도를 타파하고 안전습관이 생활이 되도록 쇄신해야 한다”는 발언은 이같은 우려의 불씨가 됐다.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7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마치 이태원에서 발생한 10.29 참사의 원인을 일선 작업 경찰들에게 돌리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또, 오봉역이 2020년 4조2교대로 전환하며 한 조를 늘렸으나, 인력 충원은 없었다는 사실, 4조 2교대 전환을 위해 2019년에 노사공동 직무진단을 실시한 결과 1865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사실 등을 피력했다.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우려된다고 했다. “한 술 더 떠 기재부는 부채비율이 높고 적자가 심하다며 철도공사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인력을 줄이라고 한다”며, “신규노선에 필요한 소요인력을 감안하면 인력감축의 결과는 시설, 전기, 차량정비 등 안전업무의 외주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수도권의 수많은 역이 외주화된 상황에서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해 혼잡도가 높은 역의 사고 위험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현실도 토로했다.철도 안전 문제가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것도 아니다. 코레일은 올해에만 3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번 오봉역 사고까지 4번의 직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3일에는 원희룡 장관 주재로 철도안전 비상대책회의를 가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회의 개최 이후 불과 2일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여주기식 대책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문제가 반복된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책임을 따질 수밖에 없다. 철도노조는 “하나부터 열까지 바꿔야 할 것은 바로 국토부와 기재부”라며, “공공기관의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야 말로 사고원인의 진짜 몸통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에 눈을 가린채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며 형식적인 대책회의만 반복한다면, 철도 산재사망사고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사망사고를 줄일 의지가 진정 있는지, 실세 장관이라는 원희룡 장관이 답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