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가의료보장은 OECD 평균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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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韓 국가의료보장은 OECD 평균보다 못하다” “건강보험 재정위기론은 거짓”…의료상업화 아닌 공공성 강화를

기사입력2023-01-05 10:25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강조하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의 폐기를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위기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민간병원과 민간보험을 통제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건강보험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언급했으며, 언론들은 문재인 케어 폐기 선언으로 해석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난 5년간 건강보험 재정은 위기를 맞았다며, 2040년 누적적자가 6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초음파·MRI 이용 급증과 과잉진료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론은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3일 국회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참여연대 등이 개최한,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방안 모색 국회토론회 자리에서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위기라면 건강보험이 진료비를 지급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누적적립금은 약 20조2000억원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2040년 누적적자 678조원 추계는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제시한 건강보험공단 재정 추계는 2040년까지 보험료율를 인상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고,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과 진료비 증가율은 그대로 유지한 채 2040년까지 누적적자 678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료율의 법적 상한인 8%에 도달하는 시점은 2030년으로 추정된다며, 보험료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건강보험료 부과 기반이 확대되고, 부동산 가격 증가 등으로 보험료 수입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초음파·MRI 검사로 재정이 위기인가?=대통령실은 초음파와 MRI는 문재인 케어 적용 첫해인 2018년 18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3년새 10배 급증했으며, 외래진료 이용 횟수 상위 10명이 1년간 각 1200~2000회 외래진료를 받았다며 건강보험 개혁을 주장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감사원과 복지부의 초음파·MRI 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남용사례는 약 9%이며 남용 의심 진료비 규모는 약 2000억원으로 전체 건보 진료비 100조원의 2%에 불과하다. 따라서 초음파·MRI에 대한 보장성이 높아진 것이지, 재정이 위기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초음파·MRI 검사 남용은 특정 의료기관에서 급격히 늘어났다며, 의료기관이 초음파·MRI 검사 남용의 주범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를 효율화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5년 의료비용 총액을 분석한 결과, 환자 거주지와 단골 의사 소재지의 소진료권(일차의료 이용 의료생활권)이 일치할 경우 고혈압 환자의 의료비용총액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만성질환자가 일차의료의원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의 23.7%, 약 8조93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증도 환자는 3차 병원에서, 경증환자는 2차병원과 지역병원에서 진료함으로써 절감 가능한 진료비는 약 5조원으로 추정했다.

건강보험료 부과 형평성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22년 가구당 월평균 본인부담금 보험료는 지역가입자가 직장가입자의 1.58배다. 고용주가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자는 본인이 더 부담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지역가입자는 과소신고된 소득을 추정하겠다는 목적으로 재산에도 보험료가 매겨진다. 김 교수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9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며,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과다 부담액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보건복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 참여연대 등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 후퇴 문제점과 대응 방안 모색’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참여연대>

◇국가의료보장 OECD 평균보다 못해=한편,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토론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한다고 하지만, 한국은 국가가 지출하거나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의료비의 GDP 대비 비율이 4.8%로 OECD 평균 6.6%에 크게 못미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부분이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의 GDP대비 비율은 한국이 3.3%로 OECD 평균 2.2% 보다 1.5배 높다.

즉, 의료비의 공적 지출이 부족해 환자 부담이나 민간보험 의존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이며, 지출을 늘려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장은 과잉진료의 원인은 환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닌 공급자(의료인)의 도덕적 해이와 실손보험에 있다고 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의사 진찰건수가 OECD 국가들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의사가 진단과 치료를 많이 할수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얻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아 환자들이 실손보험에 의존하게 되고, 실손보험은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주범이라는 것이 전 국장의 주장이다. 전 국장은 과잉진료는 의료상업화와 이를 심화시키는 정부 정책 때문이라며, 민간병원과 민간보험을 통제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과잉진료 해결과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