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의 소방 업무 노동자는 ‘근로자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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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협력업체의 소방 업무 노동자는 ‘근로자 파견’ 대법 “현대차, 실제 지휘감독”…생산공정 아닌 간접업무에도 위장 도급

기사입력2024-08-01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현대자동차의 전주공장에서 소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해, 대법원이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수십년동안 ‘소방 업무’를 도급이라는 형식으로 외주화 했다.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르면,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사용 사업주는 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대차의 소방 업무가 도급이 아닌 근로자 파견 관계이며, 2년을 초과해 사용했으므로 도급회사 소속 소방 업무 하청 노동자들은 현대차의 근로자라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다. 그동안 직접 생산공정을 중심으로 불법파견 이슈가 있었으나, 이번 판결은 직접 생산이 아닌 간접 지원업무와 관련된 첫 파견 인정 사례라 주목된다.

대법원은 지난 6월17일 현대차 전주공장의 소방 업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3인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사건에 대해, 원고들과 현대차의 고용관계가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인정한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9나2052394)을 인용하며, 피고 현대차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한 대법원은 파견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자로 현대차에서 일한 원고 노동자들이 현대차의 근로자임을 인정했다(대법 2021다242208, 선고일자 2024.6.17.).

◇사실관계=피고는 울산과 아산, 전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현대차다. 원고 중 A와 B는 1996년 8월12일부터 C는 2001년 1월1일부터 피고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전주공장에서 소방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피고는 전주공장의 소방 관련 업무를, 협력업체를 변경해 가며 도급계약을 통해 담당하게 했다. 원고들은 협력업체의 수시 변경에도 해당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피고 회사 환경안전팀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소방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원고들은 피고가 지정한 근무시간에 따라 상호 협의해 주간 및 야간근무 시간, 휴무 등 월 근무시간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근무편성표를 작성한 다음, 피고 회사 환경안전팀 소속 정규직 근로자의 결재를 받아 근무를 해왔다.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 도급비 지급과 관련해 임율표를 통해 적용 시급, 작업 시간, 연장 및 특근 할증율 등 원고에게 적용되는 급여 세부내역을 책정했다. 또한 원고가 소속된 도급업체는 경비업이나 환경미화업체로 소방 업무와 무관했다. 원고들은 해당 기간 피고의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과 명찰을 착용해 근무했고, 도급업체는 현장소장 등을 전주공장에 파견한 바 없었다.

원고들의 주된 업무는 종합방재실에서 자동화재탐지설비(자탐설비)를 감시하며 화재신호 감지 때 출동, 진압하는 것이다. 또한 소방 자탐설비 및 소방차 등을 점검하고 야간순찰을 통해 화재 예방활동을 하며 각 공장의 소방훈련을 지원했다. 피고는 원고를 피고 회사의 환경안전팀 업무체계에 편입시켜 인력을 운용했다.

원고 중 일부는 2001년의 경우 피고의 자위소방대에 소방대 유도반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피고는 환경안전팀 주관으로 매월 1~2회 이뤄지는 정기 소방훈련 등에 원고를 참가하도록 해 피고 환경안전팀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훈련시켰다. 훈련 종료 후에는 피고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가 평가보고서를 통해 원고들의 훈련사항에 대해 항목별로 평점을 매기고 평가자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지휘·감독했음을 알 수 있다. 피고는 원고의 방화 및 순찰업무와 관련해 순찰 코스와 장소등을 사전에 지정했고, 원고들은 순찰 후 매일 작업일보를 작성해 피고 환경안전팀 소속 정규직 근로자의 결재를 받았다. 또한 종합방재실 업무와 관련해, 피고는 피고가 제작한 소방 안전교본을 일괄 지급하고 교본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했다. 종합방재실 업무일지를 원고들에게 작성케 하고, 해당 일지에 피고 관리자의 지시사항을 기재하게 하고, 원고들의 이행 후 완료 여부까지 기재한 다음 피고 관리자의 결재를 받게 했다.

◇당사자 주장과 쟁점=원고들은 이 사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 제공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996년 8월부터 피고 회사에서 일한 원고 A와 B에게 적용되는 1998년 7월1일 시행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구파견법) 6조 제3항은 고용간주 규정이라고 해, 사용 사업주(현대차)가 2년을 초과해 계속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면 2년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원고들은 근로자 파견 2년을 경과한 2000년 7월1일부터 피고 현대차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원고 C 역시 2000년 1월1일에 피고 사업장에서 근로자 파견이 이뤄지고 2년이 경과한 다음 날인 2003년 1월1일부터 피고가 원고 C를 고용한 것으로 의제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의 전주공장에서 소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해, 대법원이 ‘근로자 파견’ 관계라고 판결했다. 현대차는 수십년동안 ‘소방 업무’를 도급이라는 형식으로 외주화 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피고 현대차는 원고들을 피고 사업부서로 편입한 바 없고, 직접적 업무지시를 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인 화재감시 모니터링, 소방차, 화재 진압장비 점검 등은 전적으로 도급 위탁된 것으로, 피고 회사 전주공장의 주요 업무인 자동차 생산업무와 명백히 구별돼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근로관계가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의 비생산 업무에 해당하는 소방업무에서의 원고들이 협력업체 소속으로 업무 수행한 고용관계가 근로자 파견 관계인지 여부다.

◇법원의 판단=이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서울중앙지법 2017가합531647)은 피고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줬다. 소방업무와 자동차 생산업무가 명확하게 구별되고, 원고들의 구조적 상식적으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공동작업을 했거나, 피고 소속 근로자의 업무를 대신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들어,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심은 1심 판결과 달리,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고 대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원심과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 여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2015년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선고 2010다 106436)를 법리로 제시했다.

해당 판례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는 ①제삼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당해 근로자가 제삼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원고용주가 근로자의 선발, 교육 및 훈련, 작업·휴식 시간, 휴가, 근태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삼자 소속 근로자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과 기술성이 있는지, ⑤원고용주가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 실질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여부에 관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수행하는 모든 업무에 대해 업무일지 등을 작성해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의 결재를 받게 하는 등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이 소속된 협력업체에 도급한 소방 관련 업무 자체를 피고 환경안전팀 소관으로 분류해 오며, 원고 중 일부를 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자위소방대에 편입시키고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로 돼 있는 시설관리 사항 중 상당한 부분을 원고들 단독 또는 정규직 근로자와 수행케 한 점을 들어,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긍정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 재판부는 원고들이 소속된 협력업체가 작업배치나 근태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 행사를 했다고 볼 자료가 없고,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시급과 퇴직금 등 근로조건을 단독으로 결정한 점등을 들어, 협력업체가 원고들의 사용자로 독자적 근로조건 결정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도 인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협력업체가 경비업체 또는 환경미화업체로 소방 관련 업무에 대한 아무런 전문성과 기술성이 없는 점, 피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로부터 공급받은 원고들에 대해 자체 교육을 시키고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의 지시감독하에 소관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하게 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위탁계약에 기한 업무내용이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된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고들이 피고와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으며, 구파견법과 현행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 파견이 이뤄진지 2년을 초과하는 시점에서 원고들이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긍정해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판결의 의의=이번 판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불법파견 이슈가 집중된 현대자동차의 생산공정 이외의 근로자 파견에 따른 법적 다툼에서 법원이 파견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1심에서는 원고들의 업무가 소방업무라는 점을 들어 차량 생산업무와 구별된다는 점을 이유로 근로자 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정상적이라면 재판부는 피고 사업장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동종 업무의 정규직 근로자의 업무와 비교해 근로자 파견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피고 회사는 사업장의 소방과 방재를 주된 업무로 하는 환경안전팀 소속 정규직 근로자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도급이란 이름으로 간접 고용해 정규직 부서의 업무에 이들을 편입하고 정규직을 통해 지휘·감독하며 사용자로서 권리와 효용을 누렸다는 점에서 피고 현대차와 원고들의 근로자 파견 관계는 명확해 보인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간접고용에서 진짜 사용자를 판단했던 지극히 상식적 판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