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흔들’에도 금리동결…환율 급등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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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경기 ‘흔들’에도 금리동결…환율 급등이 발목 대기업 새해 사업계획은 환율 1300원대 기준이 다수

기사입력2025-01-16 14:34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소비부진에 수출까지 둔화되면서 경기가 흔들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화당국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를 뒷받침해야 할 때지만, 환율 급등에 발목이 잡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00%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16일 밝혔다.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은 통상 예측이 힘들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한 한은의 설명을 보면 경기가 부진할 가능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국내경제가 12월중 수출 증가율이 다소 높아졌으나 소비 회복세가 약화되고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졌다고 봤다. 또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줄어드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짚었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지 않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당시 한은은 2024년 성장률을 2.2%로 2025년은 1.9%에 머물 것으로 봤는데, 이번에는 이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정치상황 변화, 정부의 경기대응책, 미 신정부의 정책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처럼 경기상황이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 통상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경우가 많다. 한은 금통위가 지난해 12월 의결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도 물가와 금융안정 등에 유의하면서도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를)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한 이유가 환율 급등 상황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낮춰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원달러 환율이 오를 수 있는데, 가뜩이나 환율이 급등한 상황이라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자료=한국은행 웹사이트 캡쳐>

“원자재 수입가격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불리하게 작용”

한은이 이처럼 환율에 큰 비중을 두고 기준금리를 결정한 이유는 최근 환율 급등과 불확실성 확대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2025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환율이 1450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 기업은 거의 없었다.

대한상의가 12월 하순부터 1월 초순 사이 국내 50대 기업 중 3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5년 사업계획에 원달러 환율을 현재 수준인 1450~1500원 범위로 적용한 기업은 10곳 중 1곳(11.1%)에 불과했다.

1350~1400원 범위를 전제로 사업계획을 수립한 기업이 33.3%로 가장 많았고, 1300~1350원 범위가 29.6%로 뒤를 이었다. 주요 대기업 10곳 중 6곳은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1300원대 환율을 전제로 했다는 의미다. 1400~1450원 범위를 적용한 기업은 18.5% 수준이었다.

환율 급등이 단순히 불확실성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대한상의는 “전통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어 수출 주도형인 우리경제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해외 현지생산 비중이 증가하고, 환헷지 달러화 결제가 늘어나면서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가격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고품질 원자재 수입가격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니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리인하는 환율 급등의 급한 불이 꺼진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은 금통위는 “환율 변동성 확대가 물가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통화정책은 국내 정치 상황 및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 급등세가 꺾인 이후, 경기침체가 본격화 되기 전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