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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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야 대기업 중심 산업구조 전환 시점…위축된 생태계부터 살려야

기사입력2025-05-16 09:16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수출 회복지연, 글로벌 경기둔화, 내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데, 더 심각한 것은 구조적 침체다.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기업의 성과가 전반적으로 저조하기 때문이며, 전문가들은 이런 장기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혁신의 부재’를 꼽고 있다.

특히 혁신의 주체로 지목받고 있는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창업기업 수는 62만2760개로, 전년동기 대비 4.3% 감소했는데 이는 4년 연속 줄어든 수치다. ‘창업 붐’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투자도 위축됐다. 지난해 1~3분기 전체 벤처투자 규모는 8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업력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24.8% 줄었다. 신규 유니콘 기업은 2021년 7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에는 리벨리온과 에이블리 단 두 곳만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GDP 대비 벤처투자 비율은 0.26%로 미국(1.09%), 이스라엘(1.72%)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지난해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M&A) 규모는 32건, 2231억원으로 2022년 81건 2894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고, IPO 기회도 대폭 축소됐다.

벤처기업협회 조사에서도 현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53.7%의 벤처기업이 경영상황을 ‘나쁨’이라 평가했고, 78.4%가 ‘해외시장 개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금조달과 인재확보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핵심 주체로 평가받고 있다. 대기업이 진입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왔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는 돌파구는 결국 이들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제 필요한 건 근본적인 제도적 전환이다.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벤처·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R&D 투자 확대, 우수 인재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 금융지원 확대는 그 시작이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저평가는 성장동력이 떨어진 전통산업 대기업 위주의 시장이 중심인 점을 지목하고, 성장동력 관점에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성장동력이 고갈된 기존 산업구조를 벗어나려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얘기다. 더 늦기 전에, 벤처기업이 다시 뛸 수 있도록 토양을 다져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