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주 근로시간 휴일근로 포함 5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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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법원 “1주 근로시간 휴일근로 포함 52시간” 판례와 다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 ‘근기법 개정안’ 논란

기사입력2014-11-06 00:00

차상호 객원 기자 (7434723@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사람과 사람’ 차상호 공인노무사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1주간 연장근로 법정한도를 현행 12시간에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전제로 최대 20시간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개정안은 또 휴일근로 시 통상임금의 50%이상 지급하도록 된 근거 규정을 삭제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12개 업종에서 10개 업종으로 축소 ▲경영상 해고시 해고회피 노력의 내용 예시 등을 담고 있다.

1주간 연장근로 법정한도, 12시간에서 최대 20시간으로 확대

이같은 근기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휴일근로 수당을 없애 휴일근로 시 임금을 삭감하는 개악안”이라고 주장하며 근기법 개악안 폐기 투쟁 방침을 천명했다. 민주노총 또한 “법으로 임금까지 삭감하는 개악은 역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개악”이라며 근기법 개정안에 대해 ‘입법폭력’이라고까지 규정했다.

근기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투쟁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도 거들고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0시간까지 기업에 보장되고, 휴일에 연장근무를 하더라도 가산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된다”며 “개정안은 재계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 “시대 흐름 역행, 휴일근로시 임금 삭감 개악안”

노동계와 야당의 강한 반발과 달리 근기법 개정안에 대해 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사용자 단체는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이들 사용자단체를 ‘대리’해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이 근기법 개정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을 뿐이다. 노사관계의 일방 당사자인 사용자는 한 발 비켜서 있다. 근기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의 당사자는 노동계와 야당을 한 편으로 하고, 그 대척점에 새누리당이 서있는 다소 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기법 개정안 내용 중 노동계와 새누리당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연장근로 한도 확대와 휴일근로 시 할증률 지급 근거 삭제 부분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특례업종 축소 부분에 대해서도 양자 간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1주간 연장근로 법정한도를 현행 12시간에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를 전제로 최대 20시간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이에대해 노동계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휴일근로 수당을 없애 휴일근로 시 임금을 삭감하는 개악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비자트

다만 여기서는 연장근로 부분과 할증률 부분에 집중하고자 한다. 근기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권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이라고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또 노동계의 임금삭감 주장에 대해서도 권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휴일에 8시간까지 근로한 경우에는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갖는지 살펴보자.

권 의원 “근로시간 단축, 휴일에 8시간까지 근로한 경우 동일 임금받아”

현행 근기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1주간에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더해 연장근로 법정 한도 12시간을 포함하여 총 52시간까지 근로를 시킬 수 있다(제50조 제1항, 제53조 제1항). 근로시간 단축 또는 역행 논쟁은 토요일(유급 또는 무급 불문)과 일요일 같은 휴일근로시간이 법정근로 또는 연장근로 법정 한도에 제한을 받는가 하는데서 출발한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근기68207-2855, 2000. 9. 19)은 휴일근로가 법정근로 또는 연장근로 한도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본다. 반면 판례(대구지법 2013. 9. 4. 선고 2012나61504 판결)는 제한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의 근로시간 단축 주장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근기법에 따라 사용자는 1주간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5일 동안 근기법상 최대 허용 근로시간 52시간을 근무하게 할 수 있다. 여기에 행정해석이 덧붙여지면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씩 모두 16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에 1주간 총 근로시간은 68시간까지 허용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휴일이고, 휴일근로는 근기법상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근기법 개정안이 입법 발효되면 휴일근로시간은 연장근로 법정 한도에 제한을 받게 되지만 연장근로 법정 한도는 12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어난다. 연장근로 법정 한도는 8시간 늘어난 반면 근기법과 행정해석에 따른 총 근로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8시간 줄어든다. 왜냐하면 주중에 12시간의 연장근로를 시킨 사용자는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 동안 8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근기법 개정을 통해 근로시간이 단축된다는 권 위원의 주장은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 모두 8시간씩 근무해도 연장근로 한도 위반이 아니라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다지 틀리지 않은 듯 보이는 권 의원의 주장은 법리적으론 심각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논리전개의 출발점인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근기법 또는 근기법을 해석한 법원의 판례에 반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행정해석은 각 행정기관이 소관 법령을 집행하기 위해 행하는 법령해석을 말하는 것으로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다수의 판례에서 휴일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또는 연장근로 한도에 제한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근기법상 허용되는 1주간의 총 근로시간이 휴일근로시간을 포함해 52시간임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비자트

판례, 1주 40시간 넘은 경우 휴일근로시간은 ‘휴일근로+연장근로’

하급심 판례이긴 하지만 다수의 판례는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달리 휴일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또는 연장근로 한도에 제한을 받는다고 판단하고 있다(대구지방법원 2012.1.20.선고 2011가합3576판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13.4.19.선고 2012가합50704판결 등). 자동차 브레이크 제조 회사의 생산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구지법은 “근로기준법 및 이 사건 단체협약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하고 있을 뿐이므로 1주간의 근로시간 산정 시 휴일근로 시간을 공제하라는 취지로 보기는 어려운 점, 할증임금제도의 취지가 시간외근무 억제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휴일 외 다른 날의 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을 넘은 경우 휴일에 한 근로시간은 모두 휴일근무시간임과 동시에 초과근무시간”이라고 판결했다(대구지방법원 2013. 9. 4. 선고 2012나61504 판결).

대법원의 최종심을 앞두고 있는 동 판결은 현행 근기법상 허용되는 1주간의 총 근로시간이 휴일근로시간을 포함해 52시간임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근기법 개정을 통해 총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였다는 권 의원의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판례,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 중복해 지급해야

또 동 판결은 근기법 개정 이후 휴일 8시간 근로 시 현재와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권 의원의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동 판결에 따르면 휴일 외 다른 날의 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을 넘은 경우 휴일근로시간은 휴일근로이면서 동시에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휴일근로 및 연장근로 할증을 중첩해 지급해야 한다.

예컨대 통상임금이 1만원인 근로자가 휴일 8시간을 근로한 경우 임금 수령액은 판례(현행 근기법)에 따르면 16만원[휴일근로수당 8만원+휴일할증(4만원)+연장근로할증(4만원)]이지만, 근기법 개정안에 따르면 12만원[휴일근로수당 8만원+연장근로할증(4만원)]으로 4만원 줄어든다.

근기법 개정안은 장시간 근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과 함께 근로자의 임금삭감을 가져온다는 비판 외에 소급입법에 따른 위헌논란이 불거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근기법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되면 근로자들이 이미 확보한 근로자들의 휴일 및 연장근로수당 청구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하급심 판례 모두는 임금청구 시효기간 내에 있는 휴일 및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사건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한 사건이다. 근기법 개정안이 위헌논란에서 벗어나 입법화되기 위한 전제는 대법원 2013다212011(연장근로청구 사건)로 계류중인 사건에서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엎고 사용자의 손을 들어 줘야만 한다. 정치·사회적인 역학관계와 국내외 경제사정 등 외부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법리적 측면만 보자면, 예상되는 대법원의 판결은 사용자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