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과 예술 ㅣ 아트 콜라보레이션
발레 공공미술 CSR…아트 콜라보 ‘진화 중’
저작권료 지불하면 OK…비용대비 마케팅·브랜드 효과 커
- 기사입력2015-01-01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
국제 아트페어는 예술과 자본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화랑에게는 스타작가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요,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을 예술작품과 한 공간에서 보여줌으로써 명품이라는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자리다. 때문에 루이비통, BMW 등은 국제 아트페어 현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 홍보부스를 차리곤 한다.
삼성전자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엣지 아트 스크린’<사진=삼성전자>해외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최근 몇 년 새 국내 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엣지에 예술작품을 접목시킨 ‘엣지 아트 스크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동양화가 이영지, 조각가 김민경, 미디어아티스트 한계륜의 작품을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에 넣은 것으로, 디지털 작품을 누구나 내려 받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LG전자는 브라운관에 예술작품을 담았다. 이 회사는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3’에서 브라질 출신 예술가 로메로 브리또의 작품을 울트라HD TV에 띄워 홍보를 했다. 다채로운 색감을 가진 로메로 브리또의 작품이 실감나는 화질의 울트라HD TV와 만나 시너지효과를 냈다는 평을 받았다.독특한 방식의 아트 콜라보레이션도 등장했다. 씰리침대는 최근 신제품 출시와 함께 국립발레단 소속 무용수 김경식·김윤식 씨와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형인 김경식 씨가 모델을 맡았고 사진가로도 활동 중인 동생 김윤식 씨는 사진 촬영을 했다. 씰리침대는 발레리노 형의 몸짓을 담은 동생의 사진 작품을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전시했다. 침대회사와 발레리노라는 이색 조합이었다.
씰리침대와 발레리노 김경식·김윤식 형제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사진 속 모델은 김경식 씨, 사진 촬영은 김윤식 씨가 맡았다.<사진=씰리침대>예술 프로젝트를 후원해 마케팅효과를 누리는 경우도 있다. 러버덕 공공미술프로젝트를 후원한 롯데월드몰이다. 노란 고무오리를 석촌호수에 띄운 이 프로젝트에는 무려 500만명이 다녀갔다. 러버덕 프로젝트가 롯데월드몰 개관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덕분에 러버덕을 보러 왔다가 롯데월드몰로 유입된 관광객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에서만 독점판매한 러버덕 기념품만으로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기업들이 예술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을 구입하는 데는 큰 비용이 들지만 제품에 작품을 넣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저작권료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물론 예술가가 누구냐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쓰려면 고가의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좋은 작품을 가진 신진작가들도 얼마든지 있다. 수익 배분은 판매수량에 따라 일정 수익을 나누는 러닝개런티 형식이 많다.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인세를 지급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러닝개런티 비율은 제품의 가격, 제품에 작품을 넣는데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해 상호 합의하에 결정하게 된다.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소량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제품을 출시한다고 곧장 회사 전체 매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브랜드이미지다. 예술작품과 접목시킨 제품은 소비자들의 주목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며, 예술에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아트 콜라보레이션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과 접목시키면 금상첨화다. 동화약품은 아트 콜라보레이션으로 출시한 활명수 117주년 한정판 판매수익금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러버덕 프로젝트를 후원한 롯데백화점은 러버덕 기념품 판매수익금을 문화예술 후원사업에 쓰기로 했고, 기아자동차는 예술작품을 입힌 ‘쏘울 아트카’ 경매 낙찰금액을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기부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과 CSR의 결합은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활명수 117주년 한정판은 이동기, 이용백 작가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출시됐다. 동화약품은 판매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했다.<사진=동화약품>마케팅비용 지출에 소극적인 중소기업들도 최근에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늘려가는 추세다. 정부 차원에서도 중소기업들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운영 중인 오픈갤러리에서는 중소기업과 예술가를 연결시켜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원하는 기업은 오픈갤러리 측에 원하는 작가를 이야기 하거나 제품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예술가와의 계약 업무도 오픈갤러리에서 대행해 준다.여행용가방 전문기업 제이월드인터내셔널은 오픈갤러리의 소개로 아트 콜라보레이션 사업을 적극 추진한 사례다. 이 회사는 오는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트래블 굿즈 쇼(Travel Goods Show)’에서 예술가 이김천의 작품으로 제작한 여행용 트렁크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픈갤러리에 따르면 작가의 이름으로 된 제품라인 출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제이월드인터내셔널은 본사 내부에 작가의 작업실도 마련해 줬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자발적인 예술가 후원으로까지 이어진 셈이다.러버덕 프로젝트를 기획한 아트마케팅 기획사 앰허스트의 최진한 대표는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일단 마음이 가는 예술가를 찾아보고, 자사 브랜드와 어울리는지 냉철하게 판단한 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