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만? 특허괴물, 中企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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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애플·삼성만? 특허괴물, 中企도 노린다 소규모·신생기업은 소송 피하느라 더 많은 피해 감수

기사입력2015-01-15 00:00

국제 특허소송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골칫거리가 아니다.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s)의 레이더는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도 피해갈 수 없다. 소송 관련 경험이 일천하고 더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게 생겼다.

특허청이 발행한 ‘2013년 NPEs 동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NPEs가 국내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국제소송은 288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산업별 국내기업 NPEs 피소건수

기준:2013년 <자료=2013년 NPEs 동향 연차보고서> ©중기이코노미

산업별 소송 건수를 살펴보면 정보통신산업이 1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전자산업 95건, 장치산업 31건, 기계·소재산업 15건 등으로 조사됐다. 정보통신산업의 비중이 가장 큰 가운데 최근에는 전기·전자산업의 소송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국내 기업의 모바일스마트 기기장치, 자동차 등이 세계시장에서 판매량과 매출액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2013년 미국 NPEs의 공격에 패소, 1150만달러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특허괴물 공격 받은 대기업 12곳, 중소·중견도 11곳이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3년에만 각각 19건, 15건의 NPEs 소송에 휘말렸다.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을 벌여온 애플은 직접적인 소송은 자제하고 자회사인 NPEs를 통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허청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NPEs ‘록스타비드코’를 통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범안드로이드 진영을 다방면으로 공격하고 있다.

2013년 NPEs로부터 소송을 당한 국내 기업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대기업이 12개사, 중소·중견기업이 11개사로 조사됐다. 국제 특허소송에서 중소·중견기업도 예외는 아니라는 의미다.

특허청이 인용한 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NPEs의 소송 중 55%는 연매출 1000만달러 이하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NPEs의 경고장을 받은 미국 중소기업 중 9%는 사업영역을 변경했고, 42%는 소송 중에 합의를 했으며 11%만이 소송에 임했다. 소규모 혹은 신생기업일수록 법정소송까지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 NPEs에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특허청은 말했다.

또 특허청은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특허분쟁 관련 조직이나 전문 인력,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는 특허 분야 자체가 기술, 법, 경영 차원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으로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획 단계부터 특허출원…방어보험 가입도 방법

NPEs 방어보험

<자료=특허청> ©중기이코노미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진출한 기업이라면 수출상품에 대한 특허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조사하고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특허청은 제품을 출시하기 전부터 특허 출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제품을 출시한 뒤 특허출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이미 특허로 등록돼 있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허청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은 생산단계에 이르기 한참 전인 제품기획 단계부터 출원을 시작한다. 중소기업은 특허를 기술개발의 부산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특허출원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사의 특허 사실을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로펌 코빙턴앤벌링의 김창식 변호사는 최근 한국유빅이라는 e-디스커버리 전문업체가 연 특허소송 세미나에서 “회사 홈페이지나 브로슈어 등에 제품에 대한 특허 표시를 반드시 해놓아야 추후에 특허 침해를 받았을 때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허가 실물이 아닌 제조과정일 경우에는 고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특허청이나 중소기업청 등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허청은 중소기업의 특허소송 방어전용 보험 상품의 보험료를 80%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NPEs 경고장 대응, 라이센스 협상, 침해소송 대응 등 방어를 위해 소요되는 법률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지원 대상은 특허를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이다.

美 소송 휘말렸다면 ‘증거 보존’이 필수

글로벌로펌 코빙턴앤벌링의 김창식 변호사가 지난 9일 한국유빅이 주최한 특허소송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NPEs로부터 경고장을 받았을 때 대응전략도 중요하다. 이 경고장에 회신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해당 사항을 빠르게 검토해보는 것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창식 변호사는 “경고장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어느 제품에 관한 것 인지부터 시작해 이 제품의 매출은 얼마이며, 판매금지를 당했을 경우 피해는 얼마나 예상되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안에 대해 검토하되 모든 경고장에 반드시 답변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일부 NPEs는 다수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고장을 보낸 뒤 회신이 온 기업에 한해 합의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낚시성’ 경고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특정 기업만을 대상으로 실제 소송을 염두에 두고 보낸 경고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송을 준비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송제도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현지 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실제 법원의 판결을 받기 전 사전심리 단계에서 소송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사전심리 단계에서는 양측에서 소송 관련 증거를 제시하는 ‘디스커버리’ 과정이 핵심이다. 김창식 변호사는 “특허소송에 임할 때 회사 내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료 보존 의무다. ‘디스커버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소송비용은 물론 승패까지 갈린다”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과정에서는 원고 또는 피고의 주장과 관련이 있는 회사 내부 자료라면 모두 증거로 공개해야 한다. 증거를 수정하거나 은폐하다가 적발됐을 시에는 소송에서 패할 수도 있다.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도 여기에 포함된다. 업무 과정에서 만들어진 모든 문서, 그림, 사진, 그래프, 시스템로그 등 소송에 관련된 자료라면 모두 제출해야 한다.

2006년부터는 미 연방 민사소송 규칙 개정을 통해 기업 내부 전자데이터를 공개하는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제도가 시행 중이다. 정보의 특성상 전자증거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디스커버리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거나 소송에 필요 문서를 검토하는 솔루션을 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NPEs

NPE는 Non-Practicing Entity의 약자로 직역하면 ‘비실시기업’이다. 직접 상품을 생산하지는 않고 자신이 소유한 특허로 소송을 제기하고 수익을 취하는 개인·기업을 뜻한다. 편의상 ‘특허괴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NPEs에는 개인발명가,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소, 생산활동은 축소하고 특허를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기업체도 포함되므로 ‘특허괴물’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써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