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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보안사고 잇따르는데 규제완화만 외쳐서야 보안박람회 해킹에 체면 구긴 행자부… 규제 완화 신중해야

기사입력2015-03-20 11:00

공공아이핀 유출로 체면을 구겼던 전자정부 주무부처 행정자치부가 또 한 방을 맞았다. 행정자치부가 주최하는 보안박람회 ‘전자정부 솔루션 페어’와 정부부처가 줄지어 후원한 ‘세계보안엑스포’ 홈페이지가 지난 18일 해커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박람회가 정작 보안에는 취약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만천하에 면을 구기게 됐다.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정보 보안 행사라는 특수성을 노린 과시성 해킹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진행 중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보다 노골적이다.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원전 설계도를 유출하는가 하면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통화 내용 입수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제 사이버 공격은 전통적 방식이라 할 물리적 공격 못지 않게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와중에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전자금융거래에서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공인인증서와 국가인증 정보보호제품 사용의무조항을 폐기했고, 전자직불결제수단 한도는 3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파격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한꺼번에 많은 규제들이 완화됐다. 이로 인해 핀테크가 진작되고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대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의 이면에, 전자금융사고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묵직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가 내놓은 규제완화 자료를 보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불필요한 금융규제는 완화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정부가 맹목적인 규제완화의 함정에 빠져 진짜 중요한 보안 문제는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는 눈을 치켜뜨고 모니터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