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집중…경제 발목잡을 정도로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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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부동산 대출 집중…경제 발목잡을 정도로 심화 중소기업은 자금난인데 대출은 부동산으로만 쏠려서야

기사입력2025-04-30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나라 부동산 업종의 대출 집중도는 전 산업을 통틀어 가장 높은데, GDP 비중 대비 대출 비중이 3.6배로 차순위 업종인 숙박 및 음식점업의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신용집중의 구조적 원인과 문제점’ 보고서에는 한국의 부동산 업종에 대한 대출 집중도가 얼마나 큰 규모인지가 담겼다. 문제는 부동산 대출 비중이 과도하게 커질 경우 성장동력이 약화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신용규모는 2024년말 기준으로 1932.5조원에 달한다. 전체 민간신용의 절반에 가까운 49.7%가 부동산 관련 신용이다. 게다가 증가속도도 상당히 빨라서, 2014년 이후 연간 100조원 이상 증가했다. 매년 평균 8.1%로 성장했는데, 이 기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평균적으로 부동산 신용 증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15~16년, 2020~21년 중에는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과 맞물려 높은 증가규모를 기록했다. 2022년 미국의 금리인상에 발맞춰 한국도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증가폭이 축소됐으나, 다른 부문에 비해서는 여전히 증가세가 가파르다.

문제는 부동산업의 자본생산성이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란 점이다. 그런데 정작 자금은 가장 많이 몰려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은 더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부동산 신용의 수준이 경제성장을 제한할 정도로 과도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부동산으로의 자금집중에는 가계와 기업의 부동산 자산 선호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공급 측면에서는 “국내은행이 이자부문 이익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상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자산 확대에 주력해 온 점”도 부동산 신용 증가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비은행권 역시 상호금융기관의 부동산·건설업 대출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늘어났다. 가계대출 건전성 관리 등이 시행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고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부동산·건설업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가계의 부동산 선호는 주거안정성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힘들다. 자가 소유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구조 확립을 위해서는, 작게는 도시 건설과 부동산 공급 구조를 바꿔야 하고 크게는 수도권 집중을 해결해야 한다. 국가적인 큰 그림을 그려서 중단없이 시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 역시 대책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다. 보고서는 “DSR 규제 예외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장 만기 선택시 DSR을 통한 대출한도 억제효과가 크지 않으므로 이를 적절히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갚을 능력만큼만 대출한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실수요자에게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만 대출하는 안전장치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부동산 신용에 대한 대책이 중소기업의 자금줄 위축으로 연결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보고서는 “중소기업 대출에 자본부담 완화를 위한 별도 위험조정계수를 적용하거나 특정 부문을 선별해 관련 익스포저에 완화된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주택담보대출의 자본부담을 높이기만 하면 저절로 생산적 분야에 대한 자금공급이 확대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신용의 팽창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위축 없이 경제성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신중한 정책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