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침해 4년 방치 끝에 내놓은 ‘감사’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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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해커 침해 4년 방치 끝에 내놓은 ‘감사’ 패키지 국민 신뢰 잃은 SK텔레콤,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필요하다

기사입력2025-07-07 09:1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SK텔레콤에서 발생한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 침해사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를 지난 4일 발표했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SK텔레콤의 계정정보 관리 부실, 과거 침해사고(2022년 2월) 대응 미흡, 주요 정보 암호화 조치 미흡 등이 지목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피해 이용자들에게 위약금을 면제하도록 결정했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무려 4년 전인 2021년부터 외부 해커의 침투가 시작됐다. SK텔레콤은 2022년 자체 조사에서 이미 침해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외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실질적인 추가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고객 정보는 장기간 무방비로 노출됐으며, 이번 정부 조사에서야 그 전모가 드러났다. 4년에 걸친 해킹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해 사태를 키운 것도 모자라, 침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즉시 고객에게 알리지 않아 고객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해커에 의해 넘어간 사실조차 모른 채 장기간 노출 상태로 방치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피해 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는 애초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놨어야 할 최소한의 조치다. 합동조사단 발표 직후, SK텔레콤은 부랴부랴 ‘고객 감사 패키지’라는 이름의 보상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사과와 반성만으로도 모자랄 판에 ‘고객 감사’라는 표현을 붙인 것 자체가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SK텔레콤이 내놓은 패키지의 주요 내용은 ▲전 고객 8월 통신요금 50% 할인 ▲5개월간 매월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멤버십 제휴 50% 이상 할인 제공 등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위약금 면제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침해사고 발생 전(4월 18일 24시 기준) 약정 고객 중 침해사고 이후 해지했거나 7월 14일까지 해지 예정인 고객에 한해 위약금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단 10일간 위약금 면제 기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전 국민의 절반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미 지난 4월, 침해사고 발생이 알려졌을 당시에도 SK텔레콤은 부실한 대책으로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 무려 4년 동안 사건을 방치한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내놓아 이용자들을 다시 한번 실망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SK텔레콤은 사태 초기 ‘알리지 않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태는 장기화·확대됐고, 회사의 평판과 브랜드 가치는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위기가 닥쳤을 때 투명하고 신속히 공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SK텔레콤 사태는 기업 보안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졌음은 물론, 위기가 닥쳤을 때의 태도가 사태를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는 사실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SK텔레콤이 해야 할 일은 고객에게 ‘감사’하겠다며 보여주기식 패키지를 내놓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질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보안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고객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솔직하게, 얼마나 과감하게, 책임을 질 준비가 돼 있는지를 우리 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