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300조 늘어난 부동산 부채, 방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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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5년간 300조 늘어난 부동산 부채, 방관 안된다 금융권 부동산 수익추구가 핵심 원인…대책 마련해야

기사입력2024-05-22 00:00

한국의 기업부채가 2018년부터 2023년말까지 1036조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부채의 증가가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생산성이 높은 첨단 분야로 투자가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에 자본이 몰린 결과, 집값만 치솟고 성장은 부진에 빠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금리 시기에 발생한 부동산PF 위기의 고조 역시 부동산으로 자본이 집중된 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으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나라 기업부채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기업부채 증가를 부문별로 보면, 부동산 부문5)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가 기업부채 상승의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부동산업 관련 대출잔액이 301조원이나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늘어난 기업부채의 29%가 부동산 관련이란 의미다. 명목GDP 대비 부동산 대출잔액의 비율도 2017년 13.1%에서 2023년말 24.1%로 치솟았다.

부동산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중반 주요국의 부동산업 대출이 연평균 5~10%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특히 한국의 연평균 증가율이 15% 내외를 기록한 것은 문제다. 2010년대 후반 들어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자산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한 것은 전세계적인 모습이나, 한국의 부동산 대출 증가가 어느 나라보다가 급격했다는 점도 사실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에는 금융권의 수익추구 행태가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은행권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수익성이 높은 부동산개발 관련 대출(PF대출, 토지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크게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의 대출 증가세가 높았다. 은행권 역시 부동산 임대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꾸준히 늘려나갔다.

상대적으로 상호금융 등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크게 증가한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금리 시기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자, 2금융권 중에서도 새마을금고나 상호금융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PF 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부동산PF 위기가 확산되자 금융당국 역시 상호금융 등에 초점을 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제1차 상호금융 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PF 연착륙과 상호금융기관 건전성 제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협의회 내용을 알린 보도자료를 보면 “그간 상호금융기관은 조합원 중심의 지역‧서민금융기관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여타 금융기관보다 느슨한 규제가 적용돼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조합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이런 규제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조합의 규모가 커지고, 단기간에 급속도로 부동산PF와 공동대출 등을 확대하면서 부실 위험도 급증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같은 부동산으로의 자본 집중이 장기적인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장기간에 걸쳐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으로 신용공급이 확대”된 것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업종별 자본생산성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전자부품업종은, 대출 집중도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부동산업은 이와 반대로 자본생산성이 최하위권이지만, 대출 집중도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본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부문에 신용이 집중될 경우 전반적인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와 신용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될 소지가 크다”는 보고서의 지적이 중요한 이유다.

부동산PF 위기 극복 측면에서 보나, 장기적인 성장의 관점에서 보나 과거와 같이 부동산 대출이 급증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났다.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부실 사업장 중심으로 기존 대출을 정리하기로 했으니, 금융당국이 나서서 부실이 이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겠다. 아울러, 금융권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리에 실패한다면,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 시기가 끝난 뒤 다시 부동산 가격과 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