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 회화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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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혁신적 회화세계 신성희 작가의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

기사입력2025-04-28 17:1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갤러리현대가 지난 2월 5일부터 3월 16일까지 신성희(1948~2009년) 작가의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화가로 평가받는 신성희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신성희는 평면 캔버스 회화의 해체를 통해 다차원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40여년 예술 여정을 회고할 수 있는 주요 작품 32점이 소개됐는데,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1971년 작 ‘공심(空心)’ 3부작과 1990년대부터 작고한 해인 2009년까지의 주요 작업들을 선보인 전시였다.

신성희, 공간별곡,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192×291×10cm, 갤러리현대 제공.

신성희의 회화세계는 크게 네 시기로 분류된다. ‘마대 회화(극사실 물성 회화)’ 시리즈(1974~1982년), ‘콜라주(구조 공간)’ 시리즈(1983~1992년), ‘꾸띠아주(박음 회화)’ 시리즈(1993~1997년), ‘누아주(엮음 회화)’ 시리즈(1997~2009년)가 그것이다.

특히 ‘꾸띠아주’와 ‘누아주’ 시리즈는 평면 추상을 해체해 박음질하거나 엮고 꼬는 방식을 통해 2차원 평면을 넘어 3차원의 공간이자 장소로서의 회화로 나아간, 확장된 회화세계를 대표하는 작업이다.

작품 ‘회화로부터’(2009)는 ‘누아주’ 시리즈의 비전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색의 연금술사로 불렸던 작가의 독특한 작업과정을 엿볼 수 있다. ‘공간별곡’(2009)은 ‘누아주’ 시리즈 중 가장 큰 스케일의 작업으로, 최소 서너 점의 평면 추상회화가 해체되었다가 다시 엮어져 완성된 대작이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공심(空心)’(1971) 3부작이 처음으로 소개됐는데, 이 작품은 23세의 신성희가 완성한 초현실주의 화풍의 회화다.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작가에게 유명세를 안겨 준 작업이다. 또한, 1980년대의 ‘콜라주’ 시리즈와 ‘꾸띠아주’ 시리즈의 대표작들은 ‘창’이라는 모티브에 착안해 연출됐다.

신성희, 평면의 진동, 1996,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91×77×4.5cm, 갤러리현대 제공.

‘평면의 진동’, ‘공간별곡’, ‘공간을 향하여’, ‘결합’ 등 다양한 ‘누아주’ 시리즈의 작품과 작가의 ‘자화상’ 두 점도 소개됐다.

신성희는 40여 년에 걸친 화업 동안 캔버스 작업에 몰두했다. 2차원의 평면 화면을 1차원적 선으로 완전히 해체하고 해체된 캔버스를 엮어 수직과 수평 차원에서 공명하게 하는, 수많은 사건과 시간이 짜이는 공간으로서의 입체적 회화를 탐구했다.

1948년 안산 출생인 신성희는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1980년 파리로 이주해 30여 년간 작가 활동을 이어갔으며, 국내외 주요 갤러리와 기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의 작품은 유네스코 본부, 프랑스 현대미술 수장고(FNAC),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