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은 인상하고 상여수당은 삭감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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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기본급은 인상하고 상여수당은 삭감을 했는데 대법원, 임금총액 감소 아니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아니다”

기사입력2025-04-21 10:23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회사가 취업규칙 중 임금과 관련된 내용을 바꿨다. 임금의 구성항목 중 기본급을 올리고 기존에 임금의 일정 비율을 나눠 지급하던 상여금은 줄었다. 종합해 보니 전체 임금의 총액은 다소 올랐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일까, 불리한 변경일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대법원 판례(대법 2001이다 42301.2004.1.27)는 “변경되는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각 요소 사이에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인정되었을 때 불이익의 변경 여부를 각각 개별요소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근 대학교의 기간제 교원에 대해 대학이 기본급을 인상하며 기존의 상여수당을 축소·폐지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두 임금(기본급과 상여수당) 사이의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만큼 임금총액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건의 경위=피고는 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이며, 원고는 피고의 대학소속 기간제 교원으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했다. 피고의 대학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기간제 교원 기본급표 및 수당표에 따라 기간제 교원에게 급여를 지급해 왔다.

피고는 기간제 교원에게 상여수당으로 연간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금액을 1년에 10회에 걸쳐(3월과 7월을 제외하고) 매월 30%씩 나눠 지급해 왔다. 피고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12년 1월17일 기존 상여수당을 기본급의 300%에서 100%로 조정하고, 3월과 9월에 각각 50%씩 지급하는 것으로 보수규정을 변경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보수규정에서 상여수당 항목을 삭제하고 상여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임금의 지급방법과 내용을 규정한 피고의 보수규정은 근로기준법 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며, 같은 법 제94조에 따라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 근로자 과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피고는 2012년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소속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정했다. 참고로 2012년 공무원보수규정은 2011년 기존 보수액 대비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확대된 바 있다.

원고는 2012년과 2013년의 피고의 상여금을 삭감, 폐지한 보수규정 개정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무효라는 취지로 변경 전 보수규정에 따라 산정한 상여수당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2012년 보수규정을 변경해 기본급을 344만1700원에서 454만3700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상여수당을 300%에서 100%로 삭감해, 봉급 인상과 상여수당 삭감이 대가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봉급과 수당을 합한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피고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반박했다.

또한 2013년부터 피고가 예산 부족으로 원고에게 상여수당을 지급하지 못했고, 원고를 포함한 기간제 교원들도 위와 같은 근로조건을 수용해 기간제 교원에게 상여수당이 없다는 점을 하나의 근로조건으로 인식하는 관행이 성립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기본급과 상여수당 사이의 대가관계나 연계성이 있는 만큼 임금총액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원심 판결(전주지법 2023나15526, 선고일자 2024.8.29.)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봉급 인상과 상여수당 삭감이 대가관계에 있으며 봉급과 수당을 합한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피고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원심재판부는 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의 책임성 및 난이성에 의해 지급되는 부가급여인 수당이 서로 연계성이 없다고 봤다.

원심재판부는 피고가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라 기본급을 인상했을 뿐 달리 피고가 상여수당을 삭감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급을 인상했다거나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삭감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예산 부족으로 2013학년부터 원고에게 상여수당을 지급하지 못한 것을 두고 피고 소속 기간제 교원이 그와 같은 근로조건을 수용해 기간제 교원에게 상여수당은 없다는 근로조건이 관행으로 성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판단=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012년 피고의 보수규정 변경 당시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인상과 상여수당 감액이 함께 이뤄진 점을 들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구성하는 기본급과 상여수당은 하나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 중 비교 가능한 것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나 연계성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전체 보수액에서 봉급의 비율을 높이고 수당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된 “2011년 공무원보수규정 개편안에 따라 피고가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을 급격하게 인상시킨 점을 고려하면 이에 따라 상여수당을 감액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기본급과 상여수당 사이의 대가관계와 연계성을 인정했다.

실제 원심이 지적한 대로 피고의 보수규정에서는 봉급을 ‘호봉별로 지급되는 기본급’으로 수당을 ‘직무의 책임성과 난이성에 의해 지급되는 부가급여’로 정의하는 등 봉급과 수당의 성격을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상여수당은 기본급 금액에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고, 기간제 교원들 모두에게 같은 비율을 적용해 지급된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러한 지급 관행을 두고 “피고가 직무의 책임성이나 난이성 등에 따라 (상여수당)에 차등을 두고 있다 보기 어려운 만큼 기본급과 수당의 성격이 구분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연계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의 보수규정에서 기간제 교원 기본급을 해당 연도 공무원보수규정에서 정한 봉급액과 연동하도록 의무화한 규정도 없는 이상 2012년 공무원보수규정의 봉급액에 따라 소속 기간제 교원의 기본급 책정 행위만으로 당연히 원고의 기본급이 같이 인상된 것이라 볼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지적은 2012년에 기본급을 대폭 인상하면서 그와 연계된 상여수당을 축소하는 등 그 연계성과 대가관계를 주장한 피고의 주장을 인정하는 맥락이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가 상여수당을 감액한 2012년 보수규정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해당하는지 판단함에 있어서는, 기본급 인상이 함께 이뤄진 경위와 그 대가관계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임금 수준이 전체적으로 감소했는지를 살피는 등으로 기본급이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됐다는 사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부분의 원심을 파기했다.

◇판결의 활용=산업현장에서 임금체계의 변경 때 단순히 총액의 변동이 없다는 이유로 특정 임금항목의 금액을 인상하고 특정수당 항목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요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인지 여부는 단순히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위의 대법원 판례를 반대로 해석하면, 상호 연계성이나 대가관계가 없는 임금 상호 간에는 총액의 인상이 있더라도 특정수당을 감액하는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될 수 있다. 임금 상호 간 연계성과 대가성을 살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작용할지에 대한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