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는 상생 위한 브레이크

프린트

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는 상생 위한 브레이크 배달 수수료 늪에 빠진 골목상권…‘수수료 상한제’ 필요㊦

기사입력2025-06-19 12:30

민간 배달 앱을 대신한 ‘땡겨요’, ‘배달특급’과 같은 지자체의 공공 배달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배달특급의 중개 수수료는 1% 이하로 민간 배달 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광고비도 받지 않는다. 이는 대형 플랫폼의 의존도를 낮춰 독과점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공공 배달앱, 플랫폼 독점을 깨뜨릴 수 있을까

다만 공공 배달앱은 배민이나 쿠팡이츠 등 민간 배달앱과는 달리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공공 배달앱은 일반 배달 플랫폼보다는 광고비나 수수료가 낮지만, 배달비는 여전히 소비자 몫이 된다. 이미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민간 배달 플랫폼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할인 쿠폰을 이용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고, 소비자가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공공 배달앱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기 어려워 소비자의 배달비를 줄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총 주문금액이 민간 배달앱을 이용할 때보다 더 비싼 경우가 발생하며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된다. 정부 지원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편성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공적 자금을 계속해서 투입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에 봉착하게 된다.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는 상생을 위한 브레이크

최근에는 배달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대형 플랫폼 기업에 적절한 수준의 수수료 상한선을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이 단순 중개만 하는 포장 주문의 경우, 포장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 역시 고려해볼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은 민간 서비스이지만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공공적인 요소를 간과하기 어렵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일각에서는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플랫폼 기업이 자유롭게 서비스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하며,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시장 왜곡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 따라 숙고할 필요는 있으나, 현재 국내 배달 플랫폼은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3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기업 간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배달 서비스는 통신이나 전기처럼 공공 인프라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 규제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배달 서비스가 단순히 사적인 편의 서비스를 넘어, 공공성을 띠는 생활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당시 배달은 우리 사회에서 생존 인프라가 되었으며, 팬데믹을 기점으로 외식 산업이 구조적으로 바뀌면서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와 소상공인, 배달 노동자를 연결하는 지역 경제망으로 거듭났다. 더군다나 배달 서비스가 배달 대행사와 배달 기사 등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군으로 자리잡은 만큼, 더 이상 배달 서비스가 공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순수 서비스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에는 많은 외식업체들이 매장 식사를 중심으로 매출을 냈지만, 이제는 배달과 포장으로 인한 매출 비중도 크게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구내식당, 주점업 등을 포함한 전체 외식업 소상공인 중 배달앱을 이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에 불과하지만, 피자·치킨 등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에서는 배달앱 이용률이 42.3~83.4%로 높게 나타났다. 배달앱 이용이 많은 업종은 피자·햄버거·샌드위치 및 유사음식점(83.4%), 치킨(79.1%), 간이 음식 포장판매전문점(44.7%), 중식(44.6%),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42.3%) 등이다.

또한 배달 플랫폼은 이미 지역경제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공공적 규율의 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배달앱 수수료 때문에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도시락 업체의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2024년 11월 도시락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11.1% 상승한 바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즉 배달 플랫폼의 중개 수수료 인상이 음식 가격 인상과 소비자 부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민간 서비스이지만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고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공공적인 요소를 간과하기 어렵다. 이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부득이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간섭이 아닌, 국가의 핵심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적정한 수준의 수수료가 어느 정도일지는 신중하게 분석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달 플랫폼과 입점한 자영업자, 배달 기사,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다. 또한 민간 배달앱의 독과점을 막으려면,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뿐만 아니라 공공 배달앱의 소비자 유인책에 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역화폐를 연계해 추가 적립이나 할인을 제공하거나 충성 고객 포인트제를 도입하는 등 지속적인 유인책을 만들 수 있다. 지역 사회에서 배달 대행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활성화해, 배달 수수료를 낮추는 동시에 배달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