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인테리어도 지식재산으로 보호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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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공간 인테리어도 지식재산으로 보호할 수 있나 공간 디자인도 권리가 된다…여러 지재권 조합한 보호전략 필요

기사입력2025-06-10 12:30

손보남 객원 기자 (ceo@indieip.co.kr) ㅣ다른기사보기

손보남 ㈜인디프 대표/변리사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오랜 기획과정을 거쳐 매장 전체를 독특한 무드로 꾸몄습니다. 조명과 가구, 벽화는 물론 진열방식까지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근에 새로 문을 연 매장이 자신의 매장과 놀랄 만큼 유사한 분위기와 구성을 따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위와 같은 예시와 같이, 유명 카페 또는 음식적 체인의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대형 전시회의 부스 디자인이나 행사장 인테리어가 무단으로 복제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가게 인테리어나 전시장 디자인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공간의 인테리어나 전시장 디자인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 보호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지식재산권 보호체계=우리나라에서 인테리어나 전시장 디자인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디자인권이 가장 직접적인 보호수단입니다. 특허청에 등록하면 최대 20년간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디자인권은 제품의 외관에 적용되므로, 공간 디자인의 경우 개별 구성요소(가구, 조명기구, 장식품 등)나 조합된 한 벌의 물품 등은 디자인권 등록을 통해 보호가 가능합니다.

특허청은 건축물과 실내장식 디자인을 보호대상에 포함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며, 앞으로 인테리어 전체에 대한 보호범위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는 부산의 유명 카페 ‘웨이브온’ 사례처럼, 건축물의 외관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이 무단으로 복제되어 문제가 된 사건을 계기로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인테리어 전체에 대한 보호범위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저작권은 창작성이 인정되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해 자동으로 발생합니다.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도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며, 창작자 생존 기간과 사후 70년간 보호됩니다. 하지만 단순한 배치나 일반적인 디자인 요소는 창작성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예술적 표현이 포함된 벽화, 조형물, 색채 조합 등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상품표지 복제나 영업상 이익 침해로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유명한 브랜드의 독특한 매장 인테리어를 그대로 모방해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경우에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디자인, 상표 등과 같이 등록권리가 없어도 적용할 수 있는 수단이며, 최근에는 공간 전체의 분위기나 브랜드 정체성이 녹아든 디자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은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상표권은 기호, 문자, 도형뿐만 아니라 입체적 형상, 색채, 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표장을 상표로 인정합니다. 따라서 매장 내부의 조형, 색채 등 시각적 요소가 소비자에게 특정 브랜드로 인식될 정도로 유명해졌다면, 입체상표나 색채상표를 등록받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실제로 입체상표나 색채상표로 등록하려면, 해당 요소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상품 또는 서비스의 출처표시’로 인식되어야 하며, 식별력 입증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매장 전체 인테리어가 상표로 등록된 사례는 드물지만, 부분적 요소(특정 진열대, 조형물 등)의 경우, 등록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레이드 드레스는 미국 연방상표법에 따라 인정되는 권리로서, 매장 인테리어, 포장, 색채 조합, 질감, 전반적 분위기 등 비전형적 시각요소도 보호 대상입니다. 특히 매장 내부 구성, 색채, 조명 등 시각적 요소들이 일관되게 브랜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면, 미국에서는 트레이드 드레스 개념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Apple Store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 법원은 금속 재질의 벽, 나무 테이블, 유리 파사드 등 Apple의 매장 인테리어 전반이 브랜드를 식별하는 요소라고 보아 트레이드 드레스로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트레이드 드레스는 등록 없이도 사용에 의한 권리 형성이 가능하며, 국내에서도 부정경쟁방지법과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미국 애플스토어 등록상표(등록번호: 4,277,914)

국내에는 미국식 트레이드 드레스 제도가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의 확장 해석을 통해 보호가 가능합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형성된 영업장소의 외관(즉, 트레이드 드레스 유사 개념)을 모방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유발하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상표법상 입체상표, 색채상표 등으로 일부 요소의 등록이 가능하나, 미국처럼 매장 전체의 ‘분위기’까지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는 아직 미흡합니다

◇실무상 주의사항=디자인이 공개된 후 12개월 이내에 출원하면 신규성을 잃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유예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창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완성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권리 확보 절차를 밟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공간 디자인의 특성상 전체적인 조화와 개별 요소의 독창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카페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콘셉트는 저작권으로, 특별히 제작한 가구나 조명은 디자인권으로 각각 보호받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해외 제도와의 비교=유럽연합(EU) 디자인법은 정식 등록이나 출원 없이도 관련 지역에서 첫 판매나 온라인 상업화 등을 통해 공개되면 자동으로 디자인을 보호합니다. 이는 ‘무등록 공동체 디자인권(Unregistered Community Design)’이라고 불리며, 최초 공개일로부터 3년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디자인을 등록할 경우에는 ‘등록 공동체 디자인권(Registered Community Design, RCD)’으로 전환돼 최대 25년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EU 법원은 가구, 조명, 가전제품 등 응용미술 작품에 대해 독창성 요건을 충족하면 작품의 원산지나 작가의 국적에 관계없이 저작권이 보호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인테리어 디자인 보호에 있어 매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국제적인 창작자 보호에 있어서도 중요한 판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EU 상표법은 시각적으로 식별 가능한 비전형적 요소(예: 색채 조합, 공간 배치, 매장 구성 등)도 상표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Apple Store의 매장 인테리어는 입체상표로 등록되어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상표의 기능을 ‘출처 표시’ 이상으로 확장시켜, 공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자산으로 작동하도록 만듭니다.

특히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된 독특한 디자인 요소는 상표권으로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형태의 매장 파사드나 독특한 인테리어 패턴을 입체상표나 색채상표로 등록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각국의 보호체계를 미리 파악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등록된 EU 공동체 디자인의 주요 장점은 모든 EU 회원국을 포괄하며, 단일 법률에 의해 관리되는 명확한 권리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인테리어와 전시장 디자인도 충분히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공간 디자인의 특성상 단일 권리보다는 여러 지식재산권을 조합한 종합적인 보호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인 완성 후 가능한 한 빨리 권리 확보에 나서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공간 디자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디자이너와 사업자 모두 지식재산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보호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보호전략을 수립하시기 바랍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손보남 ㈜인디프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