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이라도 술 마셨다면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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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한 잔이라도 술 마셨다면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 술에 대해 ‘너그러웠던’ 음주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2022-07-14 11:05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인류 문명 발달사에서 술의 기원을 보면, 원시수렵시대에 과일의 당분을 함유하는 액체가 공기 중에 떠도는 효모와 결합해 자연적으로 발효, 알코올을 함유하는 액체가 되었던 것이 최초의 과실주였다. 이후 농경시대에 들어서서 곡류를 원료로 한 곡주가 빚어지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한다.

‘술 주(酒)’자가 물을 뜻하는 ‘삼 수(氵=水)’와 항아리를 뜻하는 ‘닭 유(酉)’자로 이뤄진 것을 보면 항아리에 담긴 물이라는 뜻이다. 이때 물은 보통의 물이 아니라 곡물주나 과일로 빚은 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류가 원시상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그릇이라는 도구를 만들어 쓰던 때에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물이 아닌 술을 그릇에 담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상고시대 제왕인 황제(黃帝, B.C.2717?~B.C.2599?) 때 궁궐 요리사인 두강(杜康)이 술을 처음으로 만들었고, 하(夏, B.C.2070?~B.C.1600?)나라 때 의적(儀狄)이 술을 빚어서 우왕(禹王)에게 바치니, 우왕이 이를 마셔보고 달게 여기면서 뒷날 반드시 술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 해 술을 멀리하였다는 전설이 있기는 한데, 이 기록을 실제로 믿기는 어렵다. 다만 ‘술 주(酒)’자가 상(商, B.C.1600?~B.C.1046)나라 때의 갑골문자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이때 술을 제조하기 시작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상나라는 왕실에서 나라의 모든 정사를 매일 신에게 묻기 위해서 제사를 올리던 제정일치(祭政一致)의 시대였으니, 상고시대에 술이 처음 빚어져 제사에 쓰일 때는 왕실의 특정한 계급들만이 신과의 교감을 위한 용도로 쓰였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고시대에는 식사용으로 쓸 곡식이 충분하지 않았을 때이므로 술은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식품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나라 왕실에서 신과의 교감을 통하기 위해서 술을 빚고 제사에 올린 다음 그 술을 왕이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당시 왕들이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다. 상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紂王)은 그의 애첩 달기(妲己)와 함께 연못을 파서 술로 채우고 고기를 숲처럼 줄지어 걸어둔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서 밤이 새도록 마시며 극도로 음탕한 짓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공부가주(孔府家酒)는 공자 가문의 술이라는 의미로,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에서 공자를 기리기 위해 제사용으로 사용하는 술이었다. <사진=문승용 박사>

본래 중국에서는 6세기 중엽 가사협(賈思勰)이 농사(農事)에 관해 서술한 제민요술(齊民要術)에, 증류해 빚은 술 방울이 이슬 같다는 뜻의 노주(露酒), 마시면 목에 불이 나는 것 같이 높은 도수의 화주(火酒), 불을 지펴 끓여서 증류한 소주(燒酒) 등 여러 종류의 술을 누룩이라는 곰팡이 당화 효소를 써서 빚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렇지만 명(明)나라 말기 송응성(宋應星)이 지은 산업기술 서적인 천공개물(天工開物)에는 “소주는 옛날 양조법이 아니라, 원나라 때부터 그 방법이 처음 비롯되었다(燒酒非古法也, 自元時始創其法)”라고 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중국의 대표적인 증류주를 흔히 맑고 투명하다고 해서 ‘바이지우(白酒)’ 또는 ‘빼갈(白干儿)’이라고 부르고, 고량(高粱) 즉, 수수로 양조했다고 해서 ‘까오량지우’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몽골의 원(元)나라가 유라시아 제국을 건설했을 때 아랍의 증류주인 아라크(araq)가 발효주보다 도수가 높아 상하지 않고 유목민인 몽골족이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리해서 중국에 들여온 이후에 중국에서도 대표적인 증류주인 ‘까오량지우’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우리나라 고려에서도 몽골군이 일본을 정벌하기 위해서 개성과 안동에 사령부를 주둔시키면서, 아랍에서 가져온 증류주인 소주의 양조법을 전수해 오늘날 개성의 전통주인 ‘아락주’나 안동의 ‘안동소주’가 이때 비롯된 것이다.

아락주나 안동소주와 같은 전통 소주(燒酒)는 곡주나 고구마주 따위를 끓여서 얻는 증류식(蒸溜式) 술로서 무색투명하고 알코올 성분이 높은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흔히 마실 수 있는 녹색병에 들어 있는 소주(燒酎)는 희석식(稀釋式)으로 95% 순수 알코올 주정에 물과 단맛을 주기 위한 감미료와 신맛을 내기 위한 산미료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증류주의 영향을 받아 ‘세 번 빚은 술’이라는 뜻의 주(酎)자를 사용해 진한 술임을 강조해 소주(燒酎)라는 표기가 섞여 들어와 쓰이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대중화된 것이다.

오늘날 술은 일반인들이 흔히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우울할 때 기분을 좋게 하려고 즐기는 음료로 마시지만,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술 때문에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 비교적 너그럽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것은 공자의 음주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논어 향당(鄕黨)편에 공자가 “술을 마실 때 일정한 양을 정해 두지 않았으나, 흐트러지는 데까지 다다르지 않았다(唯酒無量, 不及亂)”라고 한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은 공자가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까지 술을 계속 마실 만큼 주량에 한계가 없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공자의 음주 습관이 뒷날 우리네 선비들에게 술은 정신을 잃지 않을 정도라면 마음껏 마셔도 된다는 선례를 공자가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서 우리의 음주문화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라면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절대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규약이 생겼고, 법률에서도 음주운전을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나라의 백년대계를 책임져야 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예전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던 전력이 문제가 됐는데, 후보자의 음주 측정치가 소주 3병을 마셔야 나오는 수치라고 해서 거듭 화제가 됐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면서 음주 모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쪼록 하(夏)나라 우(禹)왕이 술을 멀리했던 교훈을 잘 새겨 둬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