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열광하는 K-콘텐츠…‘IP 주권’은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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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세계가 열광하는 K-콘텐츠…‘IP 주권’은 취약 IP 전략은 산업 경쟁력 넘어 문화 주권 문제…국가적 역량 집중 필요

기사입력2025-09-16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산업이 그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국가 차원의 IP 주권 확보와 체계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연구본부장은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5일 공동 주최한 ‘IP 주권 전략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통해 이렇게 지적하고, “K-콘텐츠가 세계적 성과를 거둔 지금이야말로 IP 주권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성과와 국내 IP 현실의 괴리=K-콘텐츠는 음악, 드라마,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기록해왔다.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카카오·네이버 웹툰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 브랜드’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이러한 성과가 곧바로 국내 산업의 IP 주권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넷플릭스를 들었다.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지만, 해당 IP 권리는 넷플릭스에 귀속됐다. 제작사는 막대한 글로벌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제작비 수익만을 얻는 구조에 머물렀다. 이는 한국 제작사의 창의성과 리스크 부담이 고스란히 있었음에도, IP 소유권을 플랫폼에 넘긴 결과라는 설명이다.

또한 K-팝 역시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의 지배력 아래 수익 배분 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 본부장은 “소비자들은 K-팝을 즐기지만, 실제 발생하는 수익은 해외 플랫폼으로 상당 부분 유출된다”며 “글로벌 성공이 반드시 국내 IP 자산의 축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K-콘텐츠 수익구조·창작자 보호 한계=2022년 기준, 디즈니가 생산 활동 없이 라이선싱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72조 원, 해리포터 제작사 워너브라더스는 20조 원, 포켓몬 캐릭터는 11조 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IP 사업 영위 비율은 12.4%에 불과하다.

한국 방송사는 전체 제작비를 부담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IP 권리를 확보했고, 제작사는 부족한 제작비를 PPL(간접광고) 등으로 충당해왔다. 글로벌 OTT는 IP에 따른 추가 수익에는 제한이 있지만 제작비는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좋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제작자는 제작비 대비 더 많은 투자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거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넷플릭스는 2023~2026년 동안 한국 콘텐츠에 3조3750억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평균 제작비는 드라마 약 300억 원, 예능 약 100억 원 수준, ‘오징어게임’ 1000억 원, ‘더 글로리’ 600억 원, ‘폭삭속았수다’ 600억 원이 투입됐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비 100%를 지급하고 약 10~20%의 마진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콘텐츠 산업의 대미 저작권 수지를 살펴보면, 2010년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던 방송 및 영상 분야는 2020년 이후 OTT의 해외 판권 대규모 수입 확대로 적자 구조로 전환됐다. 이는 국내 OTT의 해외·국내 IP 확보 부진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IP주권 확보 위한 해외 주요국 정책=해외 주요국은 글로벌 OTT 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응해 자국 콘텐츠 산업 보호와 IP 주권 강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8년 ‘EU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에 따라 일정기간 후 자국 제작사로 IP 권리를 환원하도록 하고, 2021년 ‘주문형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법(SMAD)’으로 OTT 매출의 20%를 자국 및 유럽 콘텐츠 투자에 의무화했다.

스페인은 2021년 ‘새로운 시청각법’을 통해 OTT 매출의 1.5%를 공영방송 기금으로 환원하고, 매출의 5%를 유럽 권역 제작에 투자하도록 했다.

호주는 2024년부터 10%의 매출을 자국 콘텐츠에 투자하도록 권고하고, 자국 콘텐츠 제공을 의무화하는 쿼터제를 시행했다.

캐나다 또한 2023년 ‘온라인 스트리밍 법(Online Streaming Act)’을 제정해 OTT 매출의 30%를 자국 콘텐츠 투자에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공정한 권리 배분, 플랫폼 종속 탈피=이 본부장이 현장 정책수요를 진단하기 위해 제작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6.7%가 ‘급증한 제작비’를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꼽았고, 80.8%는 ‘IP를 OTT에 양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또한 68.9%는 IP 세부 권리를 활용해 부가사업을 구상하고, 이를 현실화할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창작자·제작사 권리 강화와 플랫폼 종속 탈피가 선결 과제”라며, “현재 국내 제작사는 IP를 확보하지 못하고 단순 하청 제작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콘텐츠의 기획·제작·유통 전 과정에서 IP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며, ▲표준계약서 개선을 통한 권리 배분 구조 재편 ▲국내 OTT 역량 강화 ▲IP 기반 투자·유통 생태계 구축을 정책적 우선순위로 꼽았다.

이 본부장은 IP 전략을 산업적 이슈가 아닌 문화 주권 문제로 규정하며, “앞으로의 IP 정책은 수익 창출을 넘어, 우리 문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와 직결된다. K-콘텐츠 성과를 지켜내고 확장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IP 주권 강화와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