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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위상 여전하지만, 국가적 투자 시급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의 미래 조망…K-배터리쇼 2025
- 기사입력2025-09-15 00: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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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볼트가 자체 제작한 배터리팩을 사용한 골프카트 ©중기이코노미“아직은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현재 배터리 충방전 시험 장비 시장에서 국산 업체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글로벌 점유율도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이 커지면서 점점 늘어나는 시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험장비를 확충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산 장비가 비싼 편이다 보니 많은 기관과 업체에서 중국산까지 같이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지난 10일부터 3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킨텍스에서 열린 ‘K-배터리쇼 2025(K-BATTERY SHOW 2025)’에서 각종 시험기기를 취급하는 회사인 ㈜팜테크 부스를 찾은 중기이코노미 기자에게 회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전기차, 드론, 로봇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전 세계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핵심은 효율성, 안전성, 경제성인데,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 3사(삼성 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는 물론, 중소기업까지 가세해 혁신적인 소재, 공정 기술, 리사이클링 솔루션 등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하지만, 중국의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매년 올라, 최근에는 국내 배터리 3사를 앞질렀다. 여기에 가성비가 중요한 배터리 테스트 장비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이에 중기이코노미가 현장을 찾아 국내 기업이 집중하는 차세대 기술에 대해 알아보고, 배터리 시장의 미래를 살펴봤다.“제작부터 테스트까지 우리 힘으로”…국가 차원의 R&D 투자 ‘절실’현재 이동 수단이나 휴대용 전자 기기, 산업현장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각종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빈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발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안전성 테스트는 매우 중요하다.배터리 성능 테스트 장비와 안전성 테스트 장비를 수입·판매하는 ㈜팜테크 김성국 이사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격을 받거나 열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불이 날 수 있어 다른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배터리를 시험할 때도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화재”라며, “일반적인 불과 달리 화학반응이라서 쉽게 꺼지지 않는다. 자동차에 불이 붙어 배터리가 전소되면 차량 전체가 불에 탈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런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관문이 배터리 테스트다. 김성국 이사에 따르면, 최근 차량 배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소를 들리지 않고도 갈 수 있을 정도로 용량이 꽤 커졌다. 단, 배터리 용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압축률을 높여야 하는데, 이럴 경우 위험성도 함께 올라간다.그는 “압축을 많이 해도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은 과도기 단계”라고 일축했다.그만큼 배터리 업체의 테스트 횟수와 양도 늘어났고, 테스트에 들이는 예산도 덩달아 늘었다. 따라서,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시험 장비 업계에서는 가격 때문이라도 중국산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김성국 이사는 “아직 충방전 등 배터리 수명 시험 분야에서는 국산이 글로벌적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도, “시험 장비는 가격 부분을 무시하지 못한다. 대략 우리나라 시험평가 장비의 가격이 100이라면, 중국은 80 정도의 선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시노프로의 코인셀, 파우치 셀을 만들기 위한 장비 ©중기이코노미연구기관 및 학교 연구실에 배터리 셀 제작을 위한 장치를 공급하고 있는 ㈜시노프로는 테스트 장비를 직접 제작해 사내에서 모든 테스트를 끝마치는 게 목표라고 한다.이 회사의 소익수 매니저는 “중국에서 OEM, ODM 형식으로 제작해 들여와 국내에 배터리 공정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간혹 ODM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직접 도면을 전달해 제작하는 등 우리 기술력으로 진행하고 있고, 전체적인 장치와 설비에 대한 기술지원, A/S까지 전담해서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이런 제작 과정은 가격 경쟁력 등 가성비 부분을 충족해 준다. 소익수 매니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업체 중에서 테스트 설비, 장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이왕이면 일본, 한국산과 비슷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품인 중국산을 많이 찾는데, 시노프로는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강점은 주문하는 고객마다 파우치 셀 크기를 달리하는 등 커스텀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소익수 매니저는 “현재 배터리 실험실 조립 장치 자체 특허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차후에는 A부터 Z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가 직접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이어, 정부의 관심도 촉구했다. “학교는 주로 과제비로 관련 장치를 구매하는데, 작년에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학교에서 노후화된 장비로 구매하는 등 자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안다”며, “내년부터는 R&D 예산을 정상화해서 학교 연구소를 비롯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미래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썬볼트의 장한솔 과장이 자체 제작한 배터리팩을 넣은 골프카트에 앉아 있다. 사진 아래는 썬볼트의 배터리팩. 가운데 검은색의 팩은 골프카트에 들어가는 것으로, 15개의 배터리셀이 들어가 있다. 전압은 48볼트, 전류 세기는 120암페어다. ©중기이코노미배터리팩 국산화 양산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배터리 전문기업 썬볼트(SUNVOLT)는 국내외의 배터리셀을 이용해 배터리팩을 직접 제조하고 있다.이 회사의 장한솔 과장은 “골프카트, 지게차, 전기트럭 등 모빌리티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구매해서 오는 배터리들의 품질이 좋지 않거나 사양이 잘못 들어오는 등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배터리팩을 자체적으로 제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리튬이온 배터리와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모두 취급하는데, 리튬이온 배터리는 삼성SDI에서,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국내 제조업체가 없는 관계로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과 세계 2~3위를 다투는 BYD의 제품을 사용한다.각 셀이 모여 배터리팩이 되는 만큼, 팩을 만드는 기술은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이에 썬볼트 배터리팩은 배터리 매니징 시스템(BMS, Battery Managing System)을 활용해 제작한다. 이 시스템의 역할은 각각 셀을 연결해 셀 밸런스를 잡아주고, 온도가 높아지거나 과충전이 들어오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사전에 차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락을 걸어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결된 셀이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최적화 시스템이기도 하다.또 다른 특징은 썬볼트의 팩은 각 셀을 모두 직렬로 연결한다는 점이다. 병렬로 연결하면 셀 밸런스를 맞추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안정성을 위해 직렬 방식을 택하고 있다.베터리셀이 다양하게 있다 보니, 배터리의 용량과 충전 속도를 각 상황과 제품에 따라 맞춤별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많은 고객사를 홀리는 점이다. 일례로, 리튬이온과 리튬 인산철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지게차의 경우에는 고객사의 입맛에 맞는 배터리팩을 구현할 수 있다. 보통 지게차에 사용되던 낙산 배터리는 2~3년으로 수명이 짧고 증류수 보충, 방전 문제 등 관리가 어려웠다. 이에 리튬 배터리로 교체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게차 모델, 모터 스펙, 피크 전력, 사용량 등에 따라 해당 지게차에 맞는 리튬 배터리로 제작해 준다.이 외에도 고급카트, 모빌리티를 만드는 업체에서 신제품을 만들 때 썬볼트의 배터리를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와, 함께 배터리를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출장 A/S는 기본이고, 5000회 정도의 충방전이 가능해 10년 정도의 수명을 자랑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중국의 동일 스펙의 배터리팩과 비교했을 때, 가격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 않아 단가 경쟁력도 우수하다.
덕산코트랜의 믹싱공정용 온도조절장치, 프레스용 냉온복합기, 냉각 프레스용 수냉식 냉각기 ©중기이코노미이차전지 초창기부터 시장에 진입해 냉동공조 전문기업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덕산코트랜(DUKSAN)은 국내 장비사를 통해 국내 배터리 3사와 셀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극 공정에 들어가는 프레싱 공정이나 믹싱 공정 등 배터리 생산설비에 제품이 들어간다.이 회사의 공조사업부 강인호 이사는 “배터리 셀의 생산 레시피를 보면 특정 온도 대에서 생산돼야 고품질의 셀이 나온다. 가장 낮은 온도는 10~15도, 고온은 150도, 200도”라며, “이 온도를 맞추기 위해 식혀주고, 데워 주는 순환장치를 통해 장비의 부하 및 발열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품질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소통 측면도 중요하다고 강 이사는 강조했다. 십년 넘게 이차전지 생산설비 시장에 있다보니 기술력과 노하우, 대응력이 덕산코트랜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럽이나 동남아시아 쪽에서는 단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지만, 품질, 대응 면에서 중국산보다는 한국산이 더 좋다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표준품만 파는 유럽산과 미국산에 비해 표준 이상으로 대응해 주고, 고객이 원하는 시장에 맞춰주다 보니 고객사의 만족도가 높다고 강 이사는 뿌듯해했다.안전·효율·환경…이차전지 재활용, 필터 솔루션최근 급증하고 있는 배터리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이차전지 재사용이나 재활용 관련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배터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인 가나에코텍㈜은 그간 쌓아 올린 파쇄기 디자인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블랙파우더 추출, 선별 등 폐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공정 기술을 확보했고, 셀, 모듈, 팩 등 폐배터리 파쇄 기술을 확보한 케이스다.
가나에코텍에서 폐배터리를 파쇄한 후의 모습 ©중기이코노미이 회사의 ESG 지원부 조진우 과장은 “파쇄, 건조, 분리막 및 비닐류 제거, 철·구리·알루미늄·블랙파우더를 선별하는 등 전처리 공정을 통합솔루션으로 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데, 우리는 그간 쌓아온 레퍼런스를 토대로 전처리 통합솔루션을 배터리 재활용 업체에 납품한다”고 강조했다.이차전지(폐배터리) 재활용 연구소까지 보유하고 있는 가나에코텍은 무인 자동화 공정을 고집한다.조 과장은 “사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유해가스 문제가 많이 대두된다. 우리는 이 가스와 폭발을 억제하는 기술이 있다 보니 좀 더 안전하고, 혁신적으로 재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며, “재활용할 때 나올 수 있는 유해가스나 물질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무인 공장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이어 “우리의 이런 친환경적인 기술력은 2030년 배터리가 쏟아질 것을 예상해 이 시장을 미리 선점하고자 하는 재활용 업체의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태린의 필터. 가운데 사진은 동(bronze)으로 만든 필터. 이 외에 서스로 만든 필터 등이 차례로 있다. ©중기이코노미물질을 걸러내거나 포집하는 용도로 쓰이는 필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하는 국내 업체도 있다.㈜태린(TELIN) 김철우 매니저는 “이차전지 관련 산업의 제조공정용 필터를 생산하고 있다”며, “일반 백필터나 카트리지 필터와 달리, 서스(SUS, 스테인리스강) 재질로 만든 필터이기 때문에 이차전지의 고온, 고압 서스에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실제로 부스 한쪽에는 필터를 통해 공기만 걸러내고 포집한 니켈, 망간 같은 파우더가 기계 안에서 돌아가고 있었다.김 매니저는 “필터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구성해 하우징, 밸브, 전자기기 등을 달아 패키지로 납품하기도 한다”며, “메탈 필터로는 시스템까지 하는 업체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뿌듯해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