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광역시 아파트 ‘안전자산 기대’ 낮아지나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5대 광역시 아파트 ‘안전자산 기대’ 낮아지나 지방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대책이 필요하다

기사입력2025-05-03 00:00

함영진 객원 기자 (yjham@wooribank.com) ㅣ다른기사보기

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

지방 5대 광역시는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광역시를 말한다. 이들 지역의 주민등록인구는 957만5855명(2024년)으로 같은 시기 서울 인구(933만1828명)와 비슷할 만큼 도시 규모가 크다. 그런데 서울 인구를 넘어서는 지방 광역대도시의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역 내 건설투자가 줄고 수도권과의 자산 양극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2025년 1월 기준, 이들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2만540호로 지방 전체 미분양 5만2876호의 39%가 쏠려있다. 미분양 적체 이면에는 아파트 분양시장 수요 감소가 유효했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분양시장의 순위 내 청약경쟁률은 5년째 내리막길이다. 2020년 32.7 대 1에서, 2021년 12.3 대 1, 2022년 7.9 대 1, 2023년 6.6 대 1, 2024년 3.1 대 1, 2025년(3월12일 기준) 0.3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4년 사이 총 청약자는 122만8100명(2020년)에서 10만1557명(2024년)으로 1/12 토막이 났다.

아파트 청약수요 감소는 지역 토착건설사 경영난으로 연결돼 지역경기를 냉각시킨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차익의 기대가 점차 낮아지는 와중에 늘어난 아파트 분양가 상승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동력을 낮추면서 기존 주택시장 움직임도 주춤한 모양새다.

저금리와 유동성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던 2020년과 현재(2025년 3월12일 기준)의 3.3㎡당 매매가를 살펴보자. 지난 5년간 대전 208만원(900만원→1108만원), 부산 157만원(1075만원→1232만원), 울산 129만원(895만원→1024만원), 광주는 125만원(821만원→946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대구는 오히려 1048만원에서 1029만원으로 19만원 하락했다.

지방 주택시장이 가격상승 동력을 잃어가며 서울과의 자산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2927만원에서 4226만원으로 3.3㎡당 1299만원 상승했다. 지방 광역시 내 아파트 보유자라면 지난 5년간 부동산 자산의 변동 격차가 서울과 비교해 약 6~10배 이상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단 의미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 물가가 오를 때 그 이상으로 값이 상승할 수 있는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라고 했을 때,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는 가치상승에 있어 안전자산의 역할을 못 한 셈이다.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11만3424건을 정점으로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5만3760건, 2023년 8만3121건, 2024년 8만9489건을 기록했다. 2024년 거래량은 2021년의 79% 수준이다.

특히 지방 5대 광역시는 고가아파트에 속하는 12억원 초과 거래 비중의 증가 속도가 미미하다. 2021년 0.58%에서 2024년 1.17%로 증가하나 싶더니 2025년(3월12일 기준) 0.8%로 다소 관련 수치가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2021년 27.36%에서 2024년 34.82%로 상승한 후 2025년 들어서도 40.2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 5대 광역시는 12억원 초가 고가아파트 거래 비중이 1%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서울은 40.28%로 10채 중 4채는 고가아파트 거래다. 즉 지역 내 매매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방 주택시장이 가격상승 동력을 잃어가며 서울과의 자산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 흐름을 못 따라가는 부동산이 늘면 지역 내 개발수요가 감소하며 생활 인프라 개선도 쉽지 않다. 지역에 따라 부동산의 부의 집중과 소외현상이 가속화 할 우려가 있다는 면에서 지방 주택시장에 활력을 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우리은행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