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대상 확대해 ‘좋은’ 일자리 될지 고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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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파견대상 확대해 ‘좋은’ 일자리 될지 고민부터 고령·전문직·뿌리기술 허용안…파견근로 증가·업무대체 우려 많아

기사입력2017-01-03 20:33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른바 ‘노동시장 개혁 4법’ 중 하나인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개정안, 특히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안에 대해 여야 그리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생법안이라 주장하며 줄기차게 입법을 촉구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못했다. 노동계 또한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며 개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파견법으로 인해 파견근로자가 늘어나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상용직이 파견근로자로 대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3일 현재 국회에 발의된 파견법 개정안은 정부안 1개, 여당안 2개, 야당안 7개 등 모두 10개다. 이들 10개의 개정안 내용 중 쟁점이 되는 부분은 ▲파견대상 확대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 ▲절대적 파견금지 대상업무의 범위 ▲차별시정 신청요건을 당사자에서 단체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다. 개정안 내용 중 차별시정 신청요건을 제외한 모든 쟁점이 담긴 법안은 새누리당의 이완영 의원안이다.

이 의원의 개정안을 보면 고령자(55세 이상)와 고소득 관리·전문직에 종사하는 자 그리고 뿌리산업 종사자의 업무에 대해 파견을 허용한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현행 파견법에 따르면 근로자파견 대상업무가 아닌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개정안은 근로자파견사업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에 ▲55세 이상인 고령자(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 제외) ▲고소득 전문직 ▲뿌리기업의 뿌리기술 활용 업무·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제조업무 등 3개를 더 추가한 것이다.

이 의원은 “파견법 제정이후 파견허용 업무가 한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급변하는 노동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32개 파견허용업무는 유지하면서도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해 고령화사회의 도래에 따른 고령자의 일자리 확충 필요성에 부응하고 고소득 전문직의 재취업 촉진 및 중소·중견기업의 관련 인력수요를 적기에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력난이 심한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파견을 허용해 기업 인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제안이유를 덧붙였다.

◇고령자 파견 허용…양질의 일자리 늘까=개정안 검토의견을 제출한 환경노동위원회 김양건 전문위원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와 근로자파견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55세 이상의 고령자를 파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령자 고용촉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김 전문위원은 “고령자 파견확대로 인해 기존 상용직이 파견근로자로 대체돼 파견근로자의 증가와 일자리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노동정책본부 유정엽 실장은 “5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허드렛일을 하며 저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현실적으로 고용자가 더 늘어나진 않는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양현 법무국장 또한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파견대상업무 확대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고용지표상 숫자는 나아질 수 있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아 국민의 삶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자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는 경우 지금보다 파견근로자 숫자는 증가하겠지만, 일 자리의 질 자체는 나빠질 것이란 예상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현실에서 고령자들이 저임금의 질 나쁜 일자리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고소득자의 파견 확대…“임금깎기 명분”=현재 전문직 가운데 컴퓨터관련 전문가, 특허 전문가, 방송관련 전문가 등 7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고소득자는 파견허용업무가 아니더라도 근로자파견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파견기간의 제한도 완화했다.

환노위 김양건 전문위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을)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좋고 기업들의 인력수요가 많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하여는 당사자 선택에 따라 파견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취지”로 해석했다. 다만 김 전문위원은 “기존 상용직 근로자가 파견근로자로 대체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견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세운 파견대상 고소득의 기준은 5700여만원. 정규직근로자가 근속 15년 전후로 충족시키는 임금수준이다.

하지만 장기근속 고임금자에 대해 사용자가 파견법을 무기삼아 임금을 삭감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국노총 유정엽 실장이 “고소득 전문직종에 대한 파견대상 허용은 임금깎기 명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뿌리산업 종사업무 파견 허용…“고용효과 없을 것”=개정안은 ‘뿌리기업’에서 뿌리기술 활용업무 및 뿌리기술에 활용되는 장비제조업무에 근로자를 파견 받는 경우 근로자파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뿌리기업은 뿌리산업을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의미한다. 뿌리산업은 뿌리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고 대통령령으로 그 업종을 정했다. 주조산업, 금형산업, 소성가공산업, 열처리산업, 표면처리산업, 용접산업 등이다.

김양건 전문위원은 검토의견을 통해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뿌리산업 종사업무에 파견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 전문위원은 “뿌리산업 업무의 상당 부분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인 점을 감안하면, 뿌리산업에 근로자파견을 허용하는 경우 그동안 근로자파견이 허용되지 않았던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것으로, 노동계의 반대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뿌리산업 종사자가 약 42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뿌리산업 종사업무에 파견을 허용하는 경우 파견근로자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뿌리산업 일자리의 질이 저하돼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일부 견해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