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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만드는 업체 없고 안경사 부족한 아프리카

환경열악해 안경 쓴 사람 많아…한국 경쟁력있어 온라인유통 해볼 만 

기사입력2017-01-18 10:33
김용빈 객원 기자 (kimcarlos@dmi.or.kr) 다른기사보기

개발마케팅연구소 김용빈 소장, 국제개발학 박사
15년전 일인 듯 싶다. 아프리카 한 국가에서 온 A가 어디서 들었는지 안경점이 많은 곳에 가자고 했다. 서울 남대문 안경상가에 들렀고, 그곳에서는 본인 것이 아니면 안경 처방전이 있어야 한단다. 당연한 얘기다. A는 그 말을 듣고 주저없이 가방에서 종이 한 묶음을 꺼냈다. 처방전 16장이었다. 한국으로 출장간다고 하니 일가친척들이 처방전을 줘 가지고 왔단다. 처방전에는 눈 사이의 거리 같은 것도 표시돼 있기 때문에 안경사는 어린아이용인지 성인용인지도 구별할 수 있었다. A는 전광석화처럼 안경을 골랐다. 그것도 1인당 2개씩이나. 언제 완성되는지 물어보니, 급하면 빨리 할 수 있다고 해 주변 소핑을 마치고 몇 시간 후 안경집에 다시 들렀더니 안경 32개가 완성돼 있었다.

 

일가친척 16명의 안경을 한꺼번에 구매하다

 

여기서 중요한 2가지를 알게 됐다. 아프리카에서 안경 수요가 적지 않다는 사실과 우리나라 안경업계의 경쟁력이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은 우리보다 가족범위가 넓은 편이다. 아직 전통사회 모습이 남아있다. 우리로 치면 해방전후, 그러니까 집성촌은 벗어났지만 사촌 정도는 거의 매일 얼굴을 본다. 그렇다 해도 수십명 안쪽의 가족집단일텐데, 16명이 안경을 쓴다니 놀라웠다.

 

A의 설명을 들어봤다. 그는 아마 1960년대 초반부터 안경을 쓴 인구가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전에는 교육 혜택을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안경을 쓰는 것 자체가 무척 낯설었지만,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차 안경잡이가 늘었다는 말이다. 당연하다.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서 책을 읽게되니 시력이 나빠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시력이 나빠서는 할 수 없는 공부를 이제 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 정확하다.

 

현재 아프리카는 어떨까? 아무래도 안경 쓴 사람이 적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생각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안경을 많이 쓰고 다닌다. 시력약화의 주원인 가운데 아프리카에 우호적(?)인 것은 그나마 책 읽는 시간이 비교적 적다는 것 정도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탓에 안경을 쓴 사람이 무지 많다. 게다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고령인구가 많아졌고, 이들은 언젠가는 안경을 찾는다. 아프리카 안경시장 규모가 생각보다 결코 작지 않음을 알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인구 수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안경 쓴 사람이 몇인지를 아는 나라가 얼마나 있겠나. 하지만 길거리에서 유심히 바라보면 정말, 상당히, 많다. 안경이 필요한데 쓰고 있지 못하는 잠재된 수요까지 합하면, 그야말로 아프리카 안경시장은 상당한 규모일 것이다.

 

Highlights for Eyewear in 2015
<자료=2015 Euromonitor International>

 

위 그림에서 남아공을 뺀 전 아프리카 대륙이 ‘Not illustrated’로 분류된 것은 시장이 없거나 성장이 둔화돼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통계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A는 왜 한국까지 와서 안경을 맞췄을까? 그 일이 있은 후 한동안 출장가는 나라마다 안경점에 들러 물어봤다. 우선 다른 지역은 안경가격이 턱없이 비쌌다. 우리나라에서 100달러(10만원) 정도 하는 안경이 보통 400~500달러 한다. 물론 시장에서 더 싼 것도 유통되기는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품질이라 비교하기가 어렵다.

 

믿을 수 없는 가격 차이라고? 애플과 아마존을 누른 최고의 혁신기업이라는 와비 파커(Warby Paker)에서는 500달러하는 안경을 95달러에 판매하기도 한다. 유통구조만 잘 따라가면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안경 제조·유통업체 없고 전문가도 태부족

 

아프리카에서는 왜 안경이 비쌀까? 안경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산업이 있기는 있는데, 밸류체인(가치사슬) 가운데 최종 소매점만 존재한다. 그러니까 안경을 만들고 유통하는 업체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품목이 공급자 시장 (Supplier’s Market)인데, 안경은 더욱 독한(!) 공급자 시장이다. 전량 수입된 안경테와 렌즈를 조립할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를 뺀) 안경산업의 특성은 반드시 판매일선에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바로 안경사다. 국가마다 제도가 달라서 안과의사의 시력관련 역할을 하는 검안사(Optometrist)라고도 하고, 단순히 시력에 안경을 맞추는 수준의 안경사(Optician)라고도 부른다. 뭐라 부르든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을 맞춰주는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 아프리카는 이 안경사가 태부족이다. 영국을 기준으로 하면 인구대비 1000분의 1 수준이라는 추정이 있다. 그냥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안경을 많이 쓰고 다닌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탓에 안경을 쓴 사람이 무지 많다. 하지만 아프리카에는 안경산업이 없고, 안경사가 태부족이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반면,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안경테와 렌즈 생산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역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진국 시장에서는 브랜드에, 개도국 시장에서는 가격에 밀려 고전중이다. 중국 같은 거대 신흥시장 말고 틈새시장도 찾고 있다. 아프리카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와비 파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5개의 제품을 택배로 보내주고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쓰고, 나머지는 반송하는 시스템이라 물류비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처럼 미국 직구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시장이다. ‘물류지옥이라는 아프리카에서 우리나라나 미국 방식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래서 택배시장에서 편의점 택배와 같은 중간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상당한 양의 재고를 현지에서 관리하면서 가공·판매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지에서 고품질의 안경을 제작할 수 있도록 현지인 안경사를 육성하고, 처음부터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 포화상태인 한국내 안경사 업계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이미 대세가 된 안경의 온라인 구매를 반대하는 것보다 개도국 시장의 온라인 시장을 뚫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른 모든 품목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시장에서 안경 역시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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