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통한 재벌 불법 막자…다중대표소송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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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계열사 통한 재벌 불법 막자…다중대표소송제 모회사 소액주주, 자회사 이사 불법행위에 대해 손배청구권 인정

기사입력2017-01-30 00:00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A·B·C 계열사 모두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있는 특정 재벌총수는 B·C (대표)이사의 묵인 아래, 계열사간 부당거래를 지시하고 B·C사에 돌아갈 이익을 모두 A사로 귀속시켰다. 우리나라 재벌총수들이 경영권 세습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감몰아주기’의 전형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정에서 재벌총수 이외 B·C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은 손해를 입었다. 또 B·C를 계열사로 둔 모회사 주주 역시 자회사의 불법·부당거래로 자회사의 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손해를 봤다.

현행법에 따르면 B·C사 이사의 불법행위 등으로 B·C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B·C사 주주들은 회사에 손해를 입힌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해 손해를 보전 또는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B·C사를 자회사로 둔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인 B·C사 이사의 불법·부당거래로 손해를 입었음에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 우리 상법에 ‘이중대표소송’이나 ‘다중대표소송(관련회사가 3개 이상)’에 대한 명문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고, 현행법상 대표소송의 당사자는 불법행위 등을 한 이사가 속한 회사의 주주로 한정돼 있다는 이유로 이중·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는다.

20대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이종걸 의원안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모두 상법 제406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이중대표소송과 지배종속관계가 순차로 확대되는 경우의 다중대표소송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골자는 같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보전 또는 배상소송을 제기할 것을 자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자회사의 감사가 그 소에 관해 회사를 대표한다(상법 제394조1항). 만약 자회사의 감사가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거나, 그 기간 이내에 자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는 모회사 주주가 직접 소를 직접 제기할 수 있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다만 소송청구시 충족해야 하는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요건과 소송청구권을 갖는 소액주주의 지분요건이 다르다.

모회사 지분요건의 경우 김종인·이종걸 의원안은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경우 소송청구권이 발생하지만, 채의배 의원안은 30% 이상으로 지분요건을 완화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실의 강정민 보좌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모회사가 50%의 지분을 가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지분요건을 50% 이상으로 한정한다면 소를 청구할 수 있는 대상범위가 너무 좁다”고 설명했다.

또 소액주주가 소송청구권을 갖기 위해서는 모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다만 상장회사의 경우 김종인·이종걸 의원안은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0.01% 이상, 채이배 의원안은 0.001% 이상 보유하면 소송청구권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강 보좌관은 “삼성전자의 경우 시가총액이 약 275조원이다. 여기에 0.01%면 275억원 정도의 주주들이 모여야 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김종인 의원안이 통과된다면 제소요건이 너무 높아 제도도입 자체로만 의미가 있고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종걸, 채이배 의원안은 다중대표소송시 일정요건 하에 회계장부열람을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강 보좌관은 “소송시 원고가 자회사의 잘못을 입증해야 하는데 자료가 없기 때문에 소송의 실효성이 없다”며 “다중대표소송에서 회계장부열람권을 인정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대해 새누리당은 명확히 밝히진 않지만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18일 김종인 의원의 상법 개정안이 상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을 80%~90% 이하로 낮추는 건 상당한 법리적 문제가 있다. 위원회 위원끼리 의견을 주고받기보다 소위원회 차원에서라도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도 “개인적으로 전자투표제 의무화에는 동의하지만,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고 했다. 오신환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 모든 내용에 대해 의견을 취합 조율중이지만, 아직 당론이 나오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재계는 다중대표소송제에 반대한다. 경영권 침탈이나 단기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권에 개입할 빌미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또 투기자본이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한 후 증거조사나 장부열람을 통해 자회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 등을 빼내갈 우려가 있다는 것도 반대의 논거다. 이외 외국의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도 재계가 반대하는 이유다.

하지만 강 보좌관은 “외국 재벌계는 기형적인 지배구조가 거의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배구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를 입법화하자는데 외국 사례가 없어서 안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