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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조기도입…서두르는 이유 무엇인가

위협 징후 없고 국제정세 그대로인데…국론분열·사회갈등만 커져 

기사입력2017-03-02 20:47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사드가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600기 이상의 스커드미사일(300~500km), 200기 정도의 노동미사일(1000~1300km) 그리고 약 50여기의 무수단미사일(4000km)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스커드미사일을 전진배치하면 스커드는 남한 전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또 노동미사일은 일본의 일부 그리고 무수단은 일본 전역과 괌의 미군기지를 사정거리로 둘 수 있다.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1000기에 가까운 미사일을 사용한다면,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도입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중요한 쟁점 하나가 미사일요격이 가능한가 여부다.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MDA)은 사드를 통해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주장하지만, 실험조건이나 구체적인 데이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미국 국방부의 주장을 인정,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고고도 요격시스템 특성상 사드가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과 무수단미사일 정도다. 그리고 사드로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스커드를 요격할 수 없다는데, 사드찬성과 반대론자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 결국 사드가 노동과 무수단을 막아내도, 600기 이상의 스커드에는 속수무책이란 얘기다.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롯데로부터 사드 부지를 확보하고,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사드배치 논란이 다시 뜨겁다. 사드부지를 확보한 당일 정부는 사드부지인 성주골프장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한편 울타리를 설치하고, 경계병을 배치하는 등 사드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드배치를 위해서는 주한미군에 대한 부지공여, 기지 기본설계, 환경영향평가, 건설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칠 경우 빨라도 5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럼에도 대선 이전 사드배치에 대해 한미간 합의가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보도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절차 간소화 또는 생략을 통해 정부가 올 상반기 중 사드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판단된다.

 

궁금해진다. 백번을 양보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험에 맞서 사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왜, 이리 급한 것인지.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날까지 길어봐야 3개월이다. 3개월을 기다리지 못할 만큼 북한의 위협의 커졌다는 어떠한 징후도 없다. 또 사드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가 생겨 사드도입에 유리한 국제정세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대권도전을 선언한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사드배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약형태로 제시했고, 그 공약은 지금 국민의 검증을 받고 있다. 사드정책에 대한 공약만을 이유로 국민이 자신의 지지후보를 결정하지는 않을지라도, 이번 대선에서 사드가 최대 변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대선전 사드배치에 대한 한미간의 합의가 사실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지 않은 권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드도입 여부에 대한 국민의 결정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또 한미간의 합의는 불필요하게 국론을 분열시킴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극대화했다. 탄핵정국이 막바지에 다다름에 따라 억지주장과 궤변이 난무하는 가운데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차기 정권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최소한의 책무도 방기한 것이다. 나아가 무역제재 등 중국의 반발 등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사드 조기 도입방침을 강행함으로써 국가안보는 물론 국가경제에 까지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 사드 조기도입 방침을 통해 정부와 우리국민이 얻은 실익이 하나라도 있기는 한 것인지, 황 권한대행에게 묻고 싶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정했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내놓고 답할 수 있는 공적인 이유가 있는 반면 드러낼 수 없는 사욕이 담긴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사드 조기 도입결정의 공적인 이유가 알박기라는 데, 모든 언론의 분석이 일치한다. 사드배치 자체를 최종적, 불가역적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은 왜, 지금인가라는 점이다. 추론컨대 황 권한대행의 대권욕, 자신이 직접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른바 보수세력의 대표선수에게 판을 깔아주기 위한 것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미 붕괴한 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함으로써 정체된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섣부른 도박에 따른 파장은 걷잡을 수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외교차관급 회담을 열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회담 후 정례브리핑에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존중하고 중러의 이익과 지역전략균형을 해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국정부의 입장은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의 선동에 가까운 주장에 비교하면 점잖은 편이다. 환구시보는 28한국을 피투성이로 만들 것까지는 없지만 내상(內傷) 입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을 제재하기에는 세계무역기구(WTO)나 한·중 간 협정 같은 장애물이 있다중국 소비자들이 제재의 주력군이 돼 한국을 벌해야 한다며 선동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중국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가장 큰 시장이라며 ·중 갈등이 계속 고조된다면 이들도 머잖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중국정부와 관영언론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됐던 것이다. 사드 조기도입 방침을 정부가 밝히기 이전부터 한류차단, 중국인 관광객의 내한 자제, 이런 저런 무역장벽을 통한 수출제재로 우리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 중국정부와 관영언론 등이 공공연하게 나서면서 무역제재의 강도는 더 강해지고 확대되고 있다. 당장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경우 2일 면세점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이 차단되기도 했다. 또 중국 식품업체인 웨이룽(衛龍)식품은 1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롯데마트 장쑤 옌청점에서는 관련 제품들을 이미 철수했다절차에 따라 전국 롯데마트에서 철수할 것이고 오늘 이후로 롯데와 협력하지도, 납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에 대한 중국의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과 함께 한국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최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까지 주목하고 있고, 어디까지 파장이 커질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책은 사드보복에 원칙적으로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손을 놓고 있겠다는 말과 똑 같다.

 

2015년 기준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은 전체 수출의 30%를 상회하고, 중국과 연계된 경제권인 동남아까지 포함하면 50%를 넘는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은 2만개가 훨씬 넘는다. 무너진 세력을 결집해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해도 국가경제를 붕괴시키면서까지 도박판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라도 있다면 사드 조기도입 방침은 철회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 등 야 3당은 정부가 사드방침을 철회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 3개월 뒤 만신창이가 된 한국경제를 유산으로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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