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타이어 “8년전 60만, 이젠 30만개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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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더불어 중기 재생타이어 “8년전 60만, 이젠 30만개도 안돼” 작년 대기업 2만개 생산…“시장에 남아 있으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기사입력2017-03-07 10:5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12년 세계적인 타이어제조 기업인 ‘미쉐린(michelin)’이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1년여의 기간 후 사업을 철수했다. 당시 언론에서 적합업종 지정으로 외국계 기업의 국내시장 장악이 우려된다며 보도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미쉐린의 케이스는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이 낮지도 않을 뿐더러, 시장은 좁아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진출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의 재생타이어 매출실적도 신통치 않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은 사업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제품까지 들어오면서 중소기업은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폐타이어에 트레드(Tread) 고무를 붙여 재사용 가능하게 만드는 재생타이어 제조업은 과거부터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대한타이어공업협동조합의 송정열 전무이사는 중기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적합업종 이전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재생타이어 제조업은 중소기업의 영역이었다”며 “신품 타이어에 비해 그리 많은 수익이 나는 사업도 아니고, 판로가 협소해 대기업이 뛰어들만한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생 타이어 폭발…시내버스 사용기피로 시장은 급축소

서울시 CNG버스의 경우, 가스충천장치를 하단 타이어 옆에 설치해 두고 있다. 이로인해 열이 발생해도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타이어가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충전장치를 버스 상부에 위치시킨 저상버스의 경우 이러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송 전무는 “과거부터 중소기업이 맡아왔던 산업이지만,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재생타이어 시장은 버스와 트럭, 트레일러 등 일부 차종에 국한돼 있다. 그러던 중 2010년부터 2012년 7월까지 서울에서만 재생 타이어 폭발 사고가 7건 일어났고,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이유로 2013년부터 시내버스에 재생타이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송 전무는 “시내버스 타이어의 폭발사고가 마치 재생타이어만의 문제라고 보도가 된 것을 보고 억울하다고 생각했다”며 “대덕대학교의 자동차학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타이어가 폭발하는 것은 운행 중 온도 상승으로 인한 것이며, 이는 신품과 재생품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모든 버스의 앞바퀴에는 새 타이어만 사용할 수 있고, 뒷바퀴에 한해 재생타이어 장착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재생타이어 사용 금지처분을 내린 2013년 이전 대부분의 버스회사들은 뒷바퀴에 가격이 저렴한 재생타이어을 사용해 왔다. 송 전무는 “버스 1대에 사용되는 타이어는 신품인 앞타이어 2개, 재생인 뒷타이어 4개“라며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뒷바퀴인 재생타이어에서 사고가 날 확률은 신품인 앞바퀴의 2배”라고 말했다. 온도상승에 따른 폭발 가능성은 신품과 재생타이어간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버스에 사용되는 재생타이어가 신품에 비해 2배 많아 사고발생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여기에 타이어가 일정 수준 이상 마모되면 당연히 교체해야함에도 교체하지 않고 사용하는 관리의 문제도 있다는 것이 송 전무의 설명이다. 또 송 전무는 “장애인 편의를 고려한 저상버스의 경우 재생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다”면서 “가스저장장치 부착위치가 잘못된 것도 폭발사고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전무는 “국내 일반 CNG버스의 경우 가스저장장치를 버스 위가 아닌 버스 하부, 타이어 옆에다 설치해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반면 저상버스의 경우 버스 위에 설치함에 따라 환기가 용이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재생타이어는 국가기술표준원이 정한 방침에 맞춰 제작하도록 돼 있어, 이 규격을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를 할 수 없다. 폭발사고의 원인이 재생타이어만의 문제라고 몰아가는 것은 업계를 죽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재생타이어 산업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시내버스에서 재생타이어를 사용하지 않게 됨으로써 재생타이어 전체 시장도 타격은 컸다. 송 전무는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던 시내버스 비중이 이제는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여기에 경기가 좋지 않음에 따라 덤프트럭, 트레일러 차량의 수급도 줄었다. 7~8년 전 60만개 정도 생산했지만 이제는 30만개를 채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또 “외국은 차량에 장착한 바퀴 중 50%는 재생타이어를 사용하게 하는 등 친환경 차원에서 재생타이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무조건 신품 타이어만을 추천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숨을 쉬고 있는 몇 개 안되는 중소기업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생타이어 시장, 오히려 대기업이 경쟁력 없어

대한타이어공업협동조합의 송정열 전무이사는 "국내 재생타이어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 오히려 신품 타이어에 대한 기술개발에 전념해 수출시장에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재생타이어 품목은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2017년 말에 일몰 예정이다. 2011년 지정 당시 권고사항으로 대기업은 연간 4만5000개를 초과해 생산하지 않도록 권고 받았고, 2차 지정시 3만6000개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송 전무의 말이다. 재생타이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부지나 설비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현재 시장에서는 그런 투자를 통해 얻을 수익이 적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은 직접 생산이 아닌 중소기업에 OEM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해, 브랜드만 대기업의 이름을 걸고 있다. 이 또한 판매가 아닌 대기업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용 성격이 강하다고 송 전무는 얘기한다.

송 전무는 “재생타이어 시장의 경우, 대기업이 뛰어들 이유가 없다”며 “시장 자체가 연 500~600억원 규모, 국내 타이어 제조 대기업 매출 10조원의 0.1%도 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것도 아니니, 대기업에서 기술개발이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뛰어든 시장이다 보니 대기업으로서는 명목상 사업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전무는 “지난해 대기업은 생산 권고량인 3만6000개 중 2만개를 생산하는데 그쳤다. 전체 매출액에서 비중이 크지도 않은데도 여전히 재생타이어 업계에 남아 있으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산 신품 타이어의 수입이 더 큰 타격이다. 품질과 가격이 국내 재생타이어와 신품 타이어의 중간 수준, 최근 이로 인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타격을 받고 있다. 대기업은 OEM을 통해 구입한 재생타이어를 싸게 공급하고, 여기에 중국산 제품이 뛰어들면서 품질이나 기술이 아닌 가격경쟁만이 타이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중소기업이 점점 살아남기 힘든 환경만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송 전무는 “재생타이어 시장은 소비자 후생이나 중소기업 기술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이라면 기술개발을 통해신품 타이어 시장에 주력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적합업종 실적보고서와 계획서를 제출하는 일이 더 힘들어”

이어 송 전무는 “재생타이어 시장에서 대기업이 점유하는 비중보다 중소기업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적합업종 유지를 위해 R&D, 품질·신품개발 등에 대한 실적보고서와 계획서를 제출하는 일”이라며 “정부는 중소기업에는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하면서, 대기업에는 구두로 입장을 듣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외부기관에 시장에 대한 용역연구를 하게하고, 이를 통해 적합업종 여부를 판단하면 중소기업에 더 도움이 된다. 지금은 적합업종을 두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싸움만 일으키고 있지, 정부가 중간에서 하는 역할은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재생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30여개에 불과하다. 워낙 소규모다 보니 이들이 모여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적다. 조합에서는 각종 세미나나 토론회에 참석해 업계의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재생타이어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바꾸는데 주력하고 있다.

송 전무는 “재생타이어 산업은 3D업종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 적합업종이 아니더라도 대·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겠지만 점차 축소되는 게 현실이다”며 “대기업이 0.1%도 되지 않는 매출 때문에 매년 적합업종을 두고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고 다툴 것이 아니라, 법제화를 통해 중소기업이 자기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