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입 “경매 컨설팅업자 말만 믿고 낭패”

프린트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부동산 매입 “경매 컨설팅업자 말만 믿고 낭패” ‘법원경매정보’ 사이트 확인하고, 방문해 세입자 정보 수집해야

기사입력2017-10-20 10:25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부동산은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회사를 설립할 때는 회사의 주소지부터 정해야 한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부동산과 전혀 무관한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몇 회에 걸쳐 기업과 부동산에 대해 알아본다.

최근에 한 지인이 경영하는 회사가 좀 곤란한 일을 당했다. 그 회사는 회사의 제품을 보관할 창고와 사옥 부지가 필요했다. 여러 군데를 알아보다가, 어떤 경매 컨설팅업자로부터 경매가 진행 중인 부동산을 하나 소개받았다.

그 토지 위에는 딱 회사에서 필요한 규모의 창고가 이미 지어져 있었고, 추후에 사옥을 지어 회사를 확장할 만큼의 공간도 확보돼 있었다. 무엇보다 회사 대표가 경매에 참여할 것을 결정하게 한 것은 가격이었다. 경매가 이대로 진행되면, 현재 회사의 자력으로 충분히 매입이 가능한 상태였다. 회사 대표는 자신이 몇 년간 경영을 잘해서, 회사의 수익구조도 탄탄해 졌고, 이제는 사옥을 매입할 때라고 생각했다.

결국 회사는 경매에 참여해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마음먹고, 경매 물건을 소개해 준 경매 컨설팅업자를 통해 경매에 참여한다. 부족한 자금은 경매업자가 소개해준 곳에서 대출을 받았다. 회사의 대표는 컨설팅업자가 가지고 온 경매 서류를 보았는데, 그 서류에는 그 부동산에 있는 창고에 세입자가 있다는 정보가 담겨 있었다. 경매 컨설팅업자에게 물어보니, 그 세입자는 보증금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경매로 부동산을 매입한 후 빨리 내보내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대표는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싼 가격에 부동산을 취득하는 만큼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회사는 경매를 통해 토지와 창고를 낙찰받았다. 그리고 회사는 창고에 입주한 세입자를 찾아가서, 일부 보상금을 줄 테니 퇴거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세입자는 창고를 비워줄 생각이 없었다. 세입자는 자신은 월세도 연체하지 않았고, 계약기간이 아직 4년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계약서에 따르면, 세입자는 나머지 계약기간인 4년을 소유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그러면 그 기간 동안 충분한 월세라도 받으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월세는 너무나 낮게 책정이 돼 있었다. 회사가 이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대출한 이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결국 회사는 이 월세와 대출이자의 차이를 고스란히 손실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차라리 세입자가 계약해지 대신 큰돈이라도 요구하면 좋을 텐데, 세입자는 지금처럼 싼 임대료로 장기간 있고 싶어한다. 회사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 부동산을 다른데 팔고 싶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회사의 대표가 좀 더 알아보고 경매에 참여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수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매업자의 말만 믿고, 경매에 참여했다가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 경매에 대한 정보는 조금만 신경 쓰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법원 경매정보사이트에 들어가면, 경매 대상 목적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나온다. 세입자가 있는지 여부도 알 수 있다. 해당 물건의 감정평가액, 최저매각가격, 유찰횟수, 사진, 현황조사서, 물건명세서 그리고 감정평가서 등 부동산, 동산 물건에 관한 정보가 상세히 나타나 있다.

물론 부동산 소유자와 세입자의 세세한 계약 내용까지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것을 근거로 추가적인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사람은 실제로 그 곳을 방문해, 세입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이트 왼쪽 하단에는 ‘법원 경매 100% 잘 활용하기’는 튜토리얼 페이지가 링크돼 있다.

<자료=법원 경매정보사이트>

경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주로 했지만, 부동산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접속만하면, 모든 부동산 등기를 열람·출력할 수 있다. 그리고 등기 내용도 굉장히 정리가 잘 돼 있어서, 한번 자세히 읽어보면 그 부동산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이 경매 진행 중인 경우, 그 부동산 등기부를 발급받아보면 등기부에 경매사실과 사건번호가 기재돼 있다. 그 사건번호를 가지고 ‘법원 경매정보사이트’에 들어가면 많은 내용을 추가로 알 수 있다. 그래도 잘 모르겠으면 변호사 혹은 부동산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다.

회사가 부동산을 사거나 임차할 때, 부동산의 현황을 잘 살피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검토하면 문제가 없을 것인데 자신의 감과 생각만 믿고, 일을 추진하다 문제가 생긴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부동산은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접근하면, 회사가 낭패를 보게 된다. 그래서 항상 정보를 수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은행 기술금융 대출·평가건수 모두 ↓

객원전문 기자칼럼

이전 다음